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한국의 콘텐츠] 한국 예능의 해외 진출

 What's On >  한국 예능의 해외 진출
한국 예능의 해외 진출

박대의(매일경제 기자)

 

한국 문화를 즐기는 세계인의 시선이 한국 예능 프로그램으로 향하고 있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의 일상생활을 보다 더 깊게 체험할 수 있는 예능에 관심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예능 콘텐츠 속에 담긴 한류스타, 한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 요소는 예능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 한류 팬들이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류를 새로운 시각으로 즐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2월부터 4개월간 방영한 tvN의 ‘서진이네’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에서 전 세계 동시 공개됐다. 배우 이서진을 비롯해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서준과 최우식,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 등 한류스타가 출연하며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멕시코 현지에서 라면, 떡볶이 등 한국 분식 메뉴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모습이 세계 한류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 서비스되는 8개 국가에서 시청 순위 상위권에 오르면서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지난 6월까지 웨이브에서 방영한 두뇌 게임 서바이벌 ‘피의 게임 시즌2’는 지난해 콘텐츠웨이브가 인수한 북미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KOCOWA)를 통해 미주 3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14명의 출연자가 상금 3억 원을 걸고 펼치는 심리전을 통해 마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실제로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처럼 해외에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는 각 플랫폼의 시청 순위뿐만 아니라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해외 한류 실태조사’의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 분석에서 예능이 76.5%로 드라마(76.3%), 영화(75.6%), 음악(74.2%) 등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 영화가 질적 성장을 이루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온 것과 달리 비교적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예능 프로그램이 이같은 호감도를 얻은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능 프로그램은 언어와 문화적 장벽이 높은 구조적 한계로 세계화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국가나 문화권에 따라 예능에서 재미를 느끼는 점이 달라진다는 면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은 한국 콘텐츠업계의 숙제로 꼽혔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음식, 여행 등 공감하기 쉬운 소재를 활용해 예능을 제작하면서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자 하는 해외 시청자의 심리를 끌어당긴 점이 한국 예능 해외 진출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해외에서 가능성을 키우면서 그동안 예능 제작에 소극적이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예능 8편의 제작을 확정했고, 티빙도 올해 예능 콘텐츠를 최소 9편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에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몰이는 예능 판권과 포맷 수출 기회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판권과 포맷 수출은 단순히 방영권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해 부가가치가 높고, 아직 한류가 파고들지 못한 국가에 진출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지역 확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한 ‘콘텐츠 산업 조사’에 따르면 방송 산업의 방송 프로그램 포맷 수출액은 2017년 884만 달러(약 127억 원)에서 2020년 1,288만 달러(약 185억 원)로 증가했다. 2016년 한국 콘텐츠 최대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이 한한령으로 한국 프로그램 수입을 중단하면서 예능 프로그램 포맷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류가 북미·유럽 등지로 확산되며 포맷 수출도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티빙의 ‘환승연애’는 일본에서 ‘러브 트랜짓(Love Transit)’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4개 시즌이 이어지며 화제를 모았던 ‘더 지니어스’는 지난해 10월 네덜란드에서 방영한 데 이어 지난달 영국 ITV에 포맷 수출을 이뤄냈다.

포맷 수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방송 완성품 수출에 비해 현지에서 확장성이 넓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 개발, 제작, 편성 등 모든 과정을 현지 제작진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타 문화권 콘텐츠 산업의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또 한 국가에 수출이 확정되면 주변 국가에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수출을 확장하는 ‘도미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종교나 문화, 언어 문제로 한국 콘텐츠 수요가 낮았던 지역에서도 포맷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출연자의 외형으로 음치를 찾아내는 콘셉트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 이어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한국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국가에 진출해 화제가 됐다.

 

※ 본 기사는 전문가 필진이 작성한 글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