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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에서 한국 책 알리는 김승복 쿠온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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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 책 알리는 김승복 쿠온출판사 대표


 


1.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1년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바로 그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니혼대학 예술학부에서 문예평론을 전공했는데요. 한국에서는 현대시를 열심히 쓰고 읽다가, 쓰는 것보다 진정한 독자가 되고자 굳은 마음을 먹었어요. 스물한 살 때 일입니다. 그 결심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한국어 책과 일본어 책을 읽고 양국 출판사에 소개하고 있으며, 17년 전부터는 출판사를 차려 한국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해 출판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저희가 낸 첫 번째 한국문학 책입니다. 김중혁, 은희경, 김영하, 김연수, 신경숙, 김애란, 박민규, 정세랑, 최은영, 장류진 등을 일본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저희들이 낸 책을 읽고 다른 출판사들이 이 작가들의 다른 작품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시간을 들였습니다.


2. 얼마 전 일본에서 ‘K-BOOK 페스티벌 2023’이 마무리됐는데 어떤 행사인가요?

‘K-BOOK 페스티벌’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공동 주최로 한국문학번역원, 일본의 여러 출판사들이 협찬한 행사입니다. 번역된 한국 책을 출판사들이 들고 나와 독자와 만나는 자리이지요. 한국에서 작가, 시인들을 초대해 책을 쓰고 만들고 읽는 사람들이 신나게 즐기는 축제이기도 하고요. 11월 25일과 26일 이틀간 열렸는데 2,500여 명의 일본 독자가 행사장을 찾았고, 작가들의 토크 이벤트도 유튜브로 생중계했습니다. 이 축제는 2019년에 시작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온라인으로 개최했습니다. 일본 전국에 있는 서점들과도 연대해 각 서점에서 한국문학 팝업스토어를 선보였습니다. 책이 번역돼 오랜 시간 두루 잘 팔리는 구조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잘 팔려야 또 다른 책을 번역 출판할 수 있으니까요.


3. K-BOOK 페스티벌의 성과를 몇 가지 꼽아주세요.

2023년은 한국의 출판관계 5사(문학과 지성사, 유유출판사, 안온북스, 책마을해리, 일러스트레이터 유닛 0.1)가 함께하고 일본의 쇼가쿠칸, 슈에이샤 등 35개사가 참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시인 김소연, 오은과 소설가 김초엽, 황보름 작가 등이 왔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정은혜 배우도 ‘은혜씨의 포옹’을 번역 출판해 함께했습니다. 한국 출판사들이 자사 책을 들고 와서 판매했는데, 한국의 어떤 축제에서보다도 많이 팔고 판권도 수출했다고 기뻐했습니다. 2024년에는 행사 전날 판권 설명회를 여는 방법도 궁리하고 있습니다.


4. 첫 회인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페스티벌 실행위원장을 맡으셨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큰 힘을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왕 시작한 만큼 조금씩 수정 보완해 모두가 행복한 지점을 하나씩 더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점점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 아마 제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지 싶어요. 가치 있는 일은 같이 해야 오래가고 재미가 있습니다.


5. 일본 현지에서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한국어를 학습하는 층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을 이런 행사를 통해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엄마와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보고 K-팝을 즐기면서 한국 사람처럼 한국어를 하는 10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도 엄마와 함께 와서 책을 열심히 고르는 청소년이 많이 보였습니다. 한국어로 에세이와 시를 써서 한국 출판사에 제안하는 적극적인 독자도 있었고요. 한국어를 소비하는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6.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은 어떤가요? 또 어떤 작품들이 현지에서 사랑받고 있나요?

2018년에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국문학이 일본 시장에 아주 많이 선보였습니다. 한강, 정세랑, 김애란, 최은영, 김연수, 김초엽 등의 작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책방의 서가에 한강 코너, 정세랑 코너, 김애란 코너가 생길 정도입니다. 또 일러스트가 들어간 에세이집도 많이 번역됩니다. 한국에서의 베스트셀러는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성이 다르지 않은 거죠. 최근에는 인문서들도 차례차례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7. 한국문학이 일본에서 더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좋은 작품들이 많아 이를 잘 소개하는 것이죠. 최근에 나온 작품만이 아니라 오래된 명작들도 소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인터뷰, 평론집도 이제 나올 차례가 아닌가 싶어요. 한국의 그림책도 각광받고 있어요. 그림책 원화전이나 그림책 작가들도 일본에 모시고 싶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기획해 한일 동시 간행도 가능한 시절입니다. 이런 기획들이 여기저기서 나와 그 결과물들이 사랑받도록 하는 일은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는 시간이 걸리고 어렵지만, 조금씩 힘을 보태면 거뜬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여러 기관들,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가 함께하는 즐길 거리 등 다양한 ‘거리’들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8. 일본에서 한국 책을 알리기 위한 향후 활동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제가 일본의 책방 거리인 진보초에서 한국 책을 파는 책방 ‘책거리’를 9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일본에 하나밖에 없는 리얼 서점인데요. 이런 책방이 일본 여러 지역에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분이 나타나면 저희가 적극 돕겠습니다. 또 K-BOOK 페스티벌을 도쿄만이 아니라 간사이 지역에서도 열고 싶습니다. 한국의 지역 출판사들을 모아 일본에서 한국 지역 출판 축제도 열고 싶고요. 한국문학 번역 콩쿠르도 7년째 하고 있는데 여기에 논픽션 부문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일본 문화인들의 글을 모아 한일 문예지도 만들고 싶고요. 책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을 잇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하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아마 다 하게 될 거예요. 재미가 솟아나는 세계입니다. 책이 알려준 세계이지요.

‘나라를 넘어, 언어를 넘어, 침묵의 시간을 넘어 모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K-BOOK 페스티벌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