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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만남, 100년 전의 실크로드를 가다

주한핀란드대사관이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후원하는 만네르헤임 사진전 ‘실크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 6월 5일부터 30일까지 문화센터 갤러리 누리에서 열렸다. 지금으로부터 1백여년 전,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거대한 통로 실크로드를 지나왔던 한 유럽인의 눈에 비친 실크로드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보고 왔다.

대화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
칼 구스타프 에밀 만네르헤임(Carl Gustaf Emil Mannerheim, 1867-1951)은 핀란드의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889년 러시아군에 입대, 장교로 많은 무공을 세운 후 1917년 조국 핀란드로 돌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조국 핀란드를 수호하여 영웅이 되었으며, 1944년부터 1946년까지 핀란드 대통령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1906년 러시아 정부의 명령에 따라 중앙아시아 투르키스탄(오늘날의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즈스탄 지역)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횡단하며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유물을 수집했다.
실크로드는 중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나라들을 연결하는 가교로, 동서방간의 물물교역과 문화교류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실크로드는 고대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남아시아와 서아시아, 유럽과 북아프리카대륙으로 통하는 무역내왕의 통로이다. 길고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실크로드는 세계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유네스코에서 발기한 <실크로드 새 연구계획>은 동서방간의 대화와 교류를 추진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실크로드를 <대화의 길>이라고 명명했다. 유럽인이었던 만네르헤임은 100여년 전 이곳을 지나면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그 해답은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65점의 사진작품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각 사진에는 전시 사진 설명을 겸하여 만네르하임이 남긴 일기 중에서 발췌한 내용이 함께 실려 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느껴볼 수 있다. 타슈켄트에서 시작된 여정은 사미르칸트와 장기리크를 거쳐 알라이, 아르칸드로 이어지고 키질타그와 칼무크, 우루무치를 거쳐 만주와 란처우에 이른다. 라마사원과 티베트, 시안으로 이어진 기나긴 여정은 만네르헤임이 만난 사람들의 사진에 그대로 드러난다. 푸른눈의 이방인을 신기해 하며 다과를 내어놓는 키르기스 여인들, 전통적인 민속춤을 추는 칼무크의 남자들, 시라위구르에서 만난 길거리의 아이들은 1백여 년의 세월을 넘어 흑백 사진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 난다. 때로는 환한 웃음으로, 때로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괴로움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들의 모습에 가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라고 해도 없다. 관찰자인 만네르헤임도 어떠한 편견이나 의심없이 같은 인간으로서 함께 즐거워하고 아파하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 주한핀란드대사관 주최로 개최된 이번 전시에는 핀란드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카를 구스타프 만네르헤임이 1906년부터 1908년까지 실크로드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 65점이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는 그저 역사책 속에서만 존재했던 실크로드에도 삶을 개척하고 뿌리를 내렸던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들을 지켜보고 기록을 남기며 인종의 차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 실크로드의 의미는 1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65점의 흑백사진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약 1천 5백여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간 이번 만네르헤임 사진전은 서양인의 눈에 비친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차이를 넘어 서로 이해하는 진정한 교류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행사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국민들의 국제이해를 증진하고, 외국 기관 및 단체와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국제협력을 강화해 대표적인 쌍방향 국제문화교류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Interview | Kim Luotonen 킴 루오토넨 주한 핀란드 대사

얼마 전 주한핀란드대사관이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가 후원한
‘만네르헤임 사진전-실크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 성황리에 끝났다. 킴 루오토넨 주한 핀란드 대사를 만나 이번 전시회가 갖는 의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1.대사님께서는 이번 사진전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예전에 핀란드에서 열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다른 나라의 라이프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통점도 볼 수 있었죠. 오프닝 때 한 한국 관객이 사진 속 건물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 때 보던 건물들과 비슷하다고 하면서 신기해 하더군요. 저도 역시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다르면서도 같음’을 느꼈습니다.

2.이번 만네르헤임 사진전은 어떤 의도로 기획된 행사인지요?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기획한 ‘실크로드’ 테마에 아주 적합한 사진들이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핀란드의 역사를 올바르게 알려주고 싶은 의도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핀란드가 스웨덴의 일부였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아주 오랫 동안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군인이었던 만네르헤임은 러시아 정부의 명령에 따라 실크로드 지역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핀란드어가 한국, 터키 등과 같이 우랄-알타이어계에 속한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죠. 이렇게 언어학적인 측면에서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두 나라가 부산에서 헬싱키까지 이어지는 유럽횡단열차로 연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열차가 개통이 되면 현대판 실크로드가 되겠지요.

3.한국인들에게 핀란드의 문화예술은 아직 생소합니다. 앞으로 핀란드의 문화예술을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있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핀란드 문화예술이 꾸준히 소개되곤 했었는데, 더욱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인 미코 프랑크가 지휘하는 시베리우스의 음악들을 들을 기회도 많았으면 합니다. 핀란드의 모던 댄스도 아주 훌륭합니다. 얼마 전 인터내셔널 댄스 페스티벌에서 오프닝을 핀란드팀이 했는데, 핀란드의 모던 댄스는 유럽에서도 아주 유명합니다. 앞으로 디자인, 건축을 중심으로 한 컨템포러리 아트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한국과 핀란드가 서로를 좀 더 알기 위해 어떤 교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선은 이렇게 문화적인 교류가 더욱 활발해 져야겠지요. 그러면서 무역, 관광, 교육 등으로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이 중에서 특히 학생들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 졌으면 하는데요, 매년 핀란드에서 30여 명의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래의 리더가 될 이들의 교류를 통해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