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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알리다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알리는 전시회 "To Have or To Be"를 준비하면서 동서양을 막론하는 주제와 수준 높은 작품 선정의 중요함을 느꼈다. 특히 아일랜드를 거쳐서 포르투갈과 홍콩까지 전시를 순회하면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대되었다. 한국 현대미술이 어느 위치에까지 왔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던 전시회의 기획 과정을 담았다.

"To Have or To Be"전은 한국과 아일랜드의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마련된 전시이다. 전시회가 개최된 팜레이 갤러리(Farmleigh Gallery)는 더블린 시 면적에 해당할 만큼 큰 피닉스 파크(Phoenix Park) 안에 위치한다. 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는 장소일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대통령관저, 미국 대사관저, 영빈관 등이 자리해 외교 및 행정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팜레이 갤러리는 아일랜드 대통령관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로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만 공개된다. 아일랜드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제대로 소개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세계 미술계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이번 전시가 포르투갈, 홍콩으로까지 순회한다는 점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이해될 수 있는 주제와 수준 높은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방향
한국 미술의 역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과 사회 변동을 바탕으로 전통과 새로움, 사실과 아이러니 등 수많은 갈등과 모순, 대립을 통해서 발전되어왔다. 이런 치열한 변화의 과정을 거친 한국 현대미술은 1990년대 이후 독특하고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세계미술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런 발전 과정 속에서 현대미술의 주요한 이슈를 살펴봄과 동시에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1990년대에는 많은 작가들이 외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짐으로써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모색하였다면, 2000년대 이후 한국미술은 다양화된 주제 속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경향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경향 중에서 특히 자본주의의 이슈, 욕망, 집착, 탐미와 같은 소유의 개념(박지훈, 신기운, 이수경, 임태규, 정연두)과 관조, 숭엄, 명상과 같은 존재의 개념(김유선, 김택상, 석철주, 홍수연, 황혜선)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하였다.



삶을 대하는 동서양의 태도
현대 산업사회에서 사람들이 사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2000)에서처럼 어느 순간 현대인은 물질만능주의적 세계에서 ‘나’를 잃어버릴 정도로 끝없는 소비와 생산의 매개체로 전락하거나 그런 삶을 지향하도록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사회 안에서 어떤 이는 물질만능주의적 소비형태를 즐기고 더 소유하고자 할 것이며, 어떤 이는 그와 반대되는 생활을 추구하기도 할 것이다. 삶에 대한 선택은 세계와 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소유’와 ‘존재’ 개념은 현대인의 삶을 다룬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동명소설에서 차용한 것이다. ‘소유’와 ‘존재’라는 개념은 세계에 대한 개인의 시각을 다루는 서구의 철학사상뿐 아니라 세상의 기본원리와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성리학의 기본사상인 ‘이기론’과 같은 우리 사상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들은 서구적인 가치와 동양적인 가치가 상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유독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개념의 갈등은 끊임없는 모순의 생성, 발견, 지양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열린 공간과 시각은 한국 현대미술의 큰 틀을 이루는 원동력이다.
지난 7월 9일 전시 개막식 날 아일랜드 문화부장관을 비롯한 각국 대사, 아일랜드 문화계 인사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무쌍하고 개성적인 주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0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36점의 작품은 색다른 재료와 색감, 완성도 높은 제작 기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서로 다르지만 그와 동시에 연결성을 지닌 한국 현대미술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어떤 요소가 한국적이며,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작품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즉각적으로 감지하였다. 음악과 미술과 같은 예술이 갖는 힘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작품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일랜드에서 많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포르투갈, 홍콩에서 또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해본다.

아일랜드
기간: 7.9~8.20 / 장소: Farmleigh Gallery, Dublin
포르투갈
기간: 9.4~9.21 / 장소: Galveias Gallery, Lisbon
홍콩
기간: 11.9~12.5 / 장소: Hong Kong Visual Arts Cen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