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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는 힘, 좋은 교육에서 시작됩니다”

프랑스의 경제발전 방향 및 계획을 주도해온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파리 1대학(팡테옹-소르본)의 경제학과 교수인 크리스티앙 드 브아시유 경제분석위원회 위임위원장이 6박 7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과 프랑스의 미래를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열정적인 목소리로 논하던 그와의 만남 속으로 들어가보자.

Q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가깝게는 지난 1월에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한불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1981년이죠. 그 후 일곱 번 정도 더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올해 이렇게 다시 한국에 오게 돼 기뻤습니다.

Q 2008년의 한국은 위임위원장님께 어떤 모습으로 비쳤는지 궁금합니다.
A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글로벌화라는 단어도 떠오르고요.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한국이 프랑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했고, 우리도 프랑스의 여러 경험들이 한국에게 아주 유용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서로 배울 점이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점, 정책, 산업 구조, 현재 당면한 과제 등등 한국은 여러모로 프랑스와 협력해야 할 점이 너무나도 많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Q 많은 강연과 미팅을 소화하셨습니다. 성과가 있으셨는지요?
A 총 다섯 번 강연을 했습니다. 즐겁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힘들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분석과 정책’, ‘금융 위기’, ‘한국과 EU의 관계’ 등등에 관한 강연을 했는데요, 특히 서울대학교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이슈로 강연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한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국제 금융 위기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여러 정부 당국자들, 은행가들 그리고 기업가들을 만나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었던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반면에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요, 제가 경제 전문가인만큼 한국의 경제학자들과 좀 더 심도 깊은 만남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관계적인 측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경제인들을 좀 더 많이 만나봤으면 합니다.

Q 전 세계적으로 번진 금융 위기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에 맞선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A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아직은 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 아직까지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프랑스도 아직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어느 나라도 안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후변화 이슈에 관한 제 생각을 말하자면 한국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해야 할까요? 제게 놀라움을 안겨준 현장은 바로 청계천이었습니다. 그 변화상을 담아놓은 청계천문화관도 좋았는데, 정말 배우는 학생의 마음으로 청계천을 둘러봤습니다. 이 환경 변화의 현장이야말로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Q 경제학자로서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제가 경제학자이긴 하지만 그 해답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거대한 경쟁 사회로 돌입했습니다. 이러한 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교육 시스템의 혁신이 경쟁력을 강화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교육이 평등화되어 있는데 무한경쟁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보편’, ‘평등’이 아닌 ‘우선’, ‘중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분했습니다. 따라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10개의 중점 학과를 집중 양성할 예정입니다. 좋은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면 좋은 금융•경제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발달할 것이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한국과 프랑스의 교류,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A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양국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산업 구조, 실업률, 교육 시스템의 변화, 중소기업의 성장 등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공통 분모가 너무 많습니다. 열정적인 국민성, 확고하고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부분까지 양국의 비슷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번 방문은 아주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양국 사이에는 1만 킬로미터라는 물리적인 거리가 있지만 마음은 아주 가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빨리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무한경쟁 시대를 함께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