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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인간적이고 친밀한 교류를 기대해봅니다”

지금 중동은 6월에 있을 이란의 대통령 선거, 핵 문제 등으로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란 문제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 뿐 아니라 크게는 중동의 평화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대 이란, 중앙아시아, 페르시아만의 역사 및 정치를 연구하는 이스라엘의 학계원로이자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한 온건론의 대표적 주창자인 메나시리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이란연구센터 소장이 현 중동 정세 동향을 알리고 양국 간의 학술 교류를 확대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1. 이란 핵 문제로 어느 때보다도 민감한 시점에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
한국도 북한 핵 문제에 당면해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의견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방문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란 핵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더군요. 한국과 이스라엘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독립했고, 아픈 전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죠.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의 중동 연구가 그리고 대학 관계자와 유익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 이번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에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미국에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란에 대해 압박이 아닌 대화, 화해의 제스처가 일고 있습니다. 대화, 물론 중요하고 꼭 필요한 단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이란의 외교술은 아주 정교합니다. 아마 미국은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을 거예요. 이란이 서방측과 협상을 시도할 때는 절대 핵 문제에만 포커스를 두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대화라는 것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직 사전 대화의 움직임도 없으니 결국 이득을 얻는 쪽은 이란인 셈이죠. 그 사이에 이란이 핵 개발을 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미국은 더 이상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는 중요하지만 대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3. 대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셨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현재 중동 지역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고,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중동의 많은 나라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섰고, 또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죠. 이런 시점에서 미국과 이란은 양국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겠죠. 하지만 특히 미국에서 자국민은 물론 이란인에게 그들이 좋은 의도로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는 믿음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란은 어느 때보다도 변화를 갈망하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들의 정치참여와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란의 젊은이들이 이란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에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란의 차기 대권 주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유되곤 합니다.
소위 말하는 희망, 변화로 대변되는 ‘오바마이즘’이 이란에 불고 있는 거죠. 하지만 큰 문제점은 중동 지역의 글로벌화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여성의 사회 활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역시 느립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중동 지역의 교육 시스템도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많은 한국인이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지적인 힘을 키워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중동인들이라고 왜 안 되겠습니까?이란 핵과 중동 지역의 여러 문제들에 세계 많은 나라들이 얽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또 풀어낼 수 있는 힘은 내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다른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중동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교육자이기도합니다. 양국 간의 학술 교류 현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번 방문 목적 중 하나가 교환학생 제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텔아비브대학 이란연구센터 소장이기도 하지만 해외 학생 관련 프로그램 학장이기도 합니다. 전 많은 한국 학생들이 우리 학교로 공부하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스라엘의 문화와 사회를 더 잘 이해하고 나아가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을 테니까요. 텔아비브대학에서 가장 큰 학과가 어떤 과인지 아십니까? 바로 극동과(Department of Far East)입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극동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너무 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 제 동료들, 특히 텔아비브대학 학장이 한국을 방문해 직접 보고, 느끼고,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본 이 많은 것들을 다 설명하기에는 벅찰 것 같습니다.

5. 앞으로 양국 간의 활발한 교류를 기대해도 될까요?
텔아비브에서 서울까지 직항기를 타고 왔습니다. 이것은 두 나라의 거리가 물리적으로도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다른 나라 사람을 초청해 이렇게 한국의 현 모습과 한국이 안고 있는 고민들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스라엘에서 이란과 관련된 컨퍼런스가 두 건 열릴 예정이고, 중동 지역에서도 3개의 큰 컨퍼런스가 개최되는데, 관련자와 한국 교수가 방문할 예정입니다. 아직 큰 걸음은 아니지만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기술력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져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