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태국의 밤을 수놓은 국악의 선율

2009년 1월의 마지막 날과 2월의 첫째날, 국악 실내악단 청 챔버오케스트라는 태국 랏차부리라는 작은 시에서 펼쳐진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석해 국악 실내악이라는 한국적 선율로 뜨거운 태국의 밤을 적셨다. 비록 작은 도시였지만 그 어떤 대도시 공연보다 열정적인 무대로 관객과 공연단은 하나가 되었다.
국악 실내악단 청 챔버오케스트라는 지난 2008년, 말레 이시아 세계 드럼 페스티벌(2008 Malaysia World Drums Festival)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때 공연을 마치고 다른 나라의 공연을 관람하던 중 태국 팀의 매니저가 다가와 우리의 공연이 인상 깊었다며, 방콕 프린지 페스티벌(Bangkok Fringe Festival)에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2008년에 열린 방콕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한국 연극팀, 무용팀이 참가했고, 2009년도에는 랏차부리(Ratchaburi) 시에서 10년째를 맞이하는 페스티벌이 열렸다.



1월 29일, 방콕에 도착하다
태국 랏차부리 시에서 열리는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기위해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방콕에 도착하자 ‘얼마 전 사람들이 얼어 죽었다던데 이렇게 덥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술사 ‘매직’, 무용수 ‘옹’과 함께 방콕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랏차부리 시로 향했다. 늦은 밤에 도착한 숙소는 조금은 불편해 보였지만 중앙에 연습할 수 있는 무대도 갖춰져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1월 30일, 꼼꼼한 리허설
악기를 풀고 숙소에 있는 무대에서 리허설 준비를 하는데 페스티벌 디렉터 토비 토(Toby To)가 도착했다. 그는 행사주체인 팟라바디 극장(Patravadi Theatre)의 극장주는 태국의 국민 여배우로 오직 예술에 대한 열정만으로 예술학교를 세운 후 정부의 지원 없이 방콕과 랏차부리 시에서 극장을 운영한다고 말해주었다. 숙소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공연장은 시장 인근에 위치했다. 시장은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 분위기였고 공터에서는 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공연장은 마클롱(Mae Klong) 강을 뒤로한 야외 무대로, 완벽한 음향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첫 공연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1월 31일, 열광적인 첫 공연
오전에 시간을 내 숙소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떨어진 랏차부리의 상징, 수상 시장을 방문했다. 외국에서는 꽤 유명한지 많은 관광객이 시장을 찾았다. 수상 시장에서 돌아온 후 페스티벌 디렉터 토비 토와 공연에 대해 의논했다. 그는 행사 진행을 극장주가 직접 맡을 예정이라며 연주 중간에 관객에게 간단하게 연주 곡목과 악기를 소개하면 더욱 의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계 인사, 언론 매체 그리고 관객으로 가득한 무대에서 마침내 첫 공연이 시작되었다. 연주 후 악기에 대해 설명하고 그 소리를 직접 들려주었다. 작은악기에서 예상 외로 큰소리가 났기 때문인지, 피리로 아리랑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주었다.

2월 1일, 차분히 마무리한 두 번째 공연
일요일 공연은 토요일 밤 공연보다 관객 수는 적었지만 감동은 다르지 않았다. 관객 수가 달라지는 것을 보니 극장주인 유명 여배우의 힘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을 마치고 남자 무용수 옹, 토비 토와 함께 프린지 공연, 태국 문화 등을 이야기하며 방콕에 도착했다. 숙소는 깨끗한 콘도 형식의 아파트였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악기들과 짐을 들고 3층까지 옮겨야 했다. 옹, 토비 토는 친절하게 우리의 짐을 옮겨준 후 다음을 기약하며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지만, 처음 공연장 사진을 받아들었을 때는 ‘이런 시골 행사에 가야 하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 나라나 그렇듯 중요 행사가 수도나 큰 도시에 집중되다 보니 작은 도시들은 문화 행사에대한 갈망이 더 큰 것 같다. 페스티벌 디렉터인 매직도 방콕보다 랏차부리 시가 오히려 시민의 참여와 도움이 훨씬 크다고 했다. 그래서 극장주나 페스티벌 관계자도 방콕보다 랏차부리 시에 더 정성을 쏟고 태국 문화청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도시 사람들보다 넉넉한 마음씨를 지닌 친절한 사람들과 그들에게 한국의 다이나믹한 음악을 들려줘 너무나 고맙다는 행사 관계자들…. 다양한 지구촌 사람들의 만남과 예술가와 나눈 교류를 통해 우리 자신도 발전하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 앞으로도 문화생활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곳이 큰 도시가 아닐지라도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행사를 계획하고 참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