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크로스오버 뮤직의 아름다운 옷을 입은 신비한 해금의 선율

‘ 강은일 해금플러스’가 미국 LA의 그랜드 퍼포먼스(Grand Performance) 초청으로 지난 8월 7일 오전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서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재즈와 탱고,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로스오버 뮤직을 들려준 강은일 해금플러스는 캘리포니아에 모인 LA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성공적인 공연을 펼쳤다.

2009년 8월 7일 금요일. 절기상 한국에서는 입추인데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아침부터 햇살이 따가울 정도다. 사막 기후의 특성상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강렬한 태양 빛에 몸을 숨겨야 하는 한여름 날씨고, 저녁엔 긴소매 옷이나 재킷을 입어야 하는 늦가을의 쌀쌀한 날씨다.
지난 8월 3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이곳 LA 다운타운에 도착한 지 4일째를 맞고 있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신종플루의 걱정과는 달리 사람들의 일상은 너무나 평온하고 정상적이다. 페스티벌 준비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서울을 출발하면서 했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세계적 수준의 프로페셔널한 공연 준비
강은일 해금플러스를 초청한 그랜드 퍼포먼스는 LA 시가 운영하는 비상업 기관으로 1987년부터 전 세계에서 월드 클래스의 음악・무용・영화・극장 예술가 등이 참가하여 공연하는 국제적인 페스티벌이다. 2008년 뉴욕에서 열린 APAP에서 강은일 해금플러스 공연을 보고 초청했다는데, 메인 공연에 한국팀을 초청하기는 22년 페스티벌 역사상 처음이라고 해서 많은 긴장과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공연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 기후 특성상 야외무대에서 진행했는데, 메인 무대와 보조 무대를 동일한 공간 내에 배치하고, 작은 연못과 분수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심 속의 쉼터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많은 해외 공연을 통해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이 세계적이냐 아니냐를 여러 가지 면에서 가늠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랜드 퍼포먼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세계적인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먼저 공연을 메인 공연과 일반 공연으로 구분했는데, 일반 공연은 여느 공연과 마찬가지로 당일 시스템 세트업과 리허설 그리고 공연을 하는 순서지만, 메인 공연은 시스템 세트업과 리허설을 4일간 매일 진행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페스티벌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다. 매일 진행하는 리허설은 공연장의 특징과 스펙에 알맞은 시스템을 구현하며, 이를 통해 공연의 진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최종 리허설에는 의상 리허설을 기본으로 연주단 대표, 페스티벌 총감독 및 예술감독 등이 참가해 총체적인 점검을 한다.
한국에서 보내준 테크니컬 라이더를 바탕으로 해금플러스 스태프들과 현지 스태프들이 업무분장을 하고, 맡은 업무에 소홀함이 없이 준비를 하는데, 놀라운 것은 다른 해외 공연과 달리 스태프들이 새벽 2시까지 시스템 세트업을 한다는 것이다. 서구 사람들은 정해진 업무 시간 외에는 일을 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의 스태프들과 운영진들의 태도는 많이 달랐다. 연주 단체의 관객 동원력을 철저히 분석하고, 다양한 홍보 툴을 마련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도착 날부터 이틀간은 LA 소재 TV와 라디오, 신문 등과 인터뷰를 하고, 3일째는 기자들 및 공연 기획자 등을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공연 전날인 4일째 오전에는 LA 지역 내 중학교에서 렉처 콘서트를 통해 한국과 한국 음악, 그리고 페스티벌을 홍보했고, 오후에는 디즈니 홀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강은일의 공연에 페스티벌 운영진이 참석하여 격려하는 한편 사인회에서 다음날 있을 페스티벌 공연을 홍보했다. 공연 당일에는 공연장 주변을 철저하게 정리 정돈하고 LA 지역 내에서 유명한 스낵바 차량을 동원하여 관객몰이에 박차를 가했다.
정오와 저녁으로 나뉜 두 번의 공연 후에는 어김없이 관객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자리는 아티스트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고, 공연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철학과 악기의 특성 등을 알게 되면서 많은 교감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페스티벌에 대한 로열티를 높인다.



아리랑부터 마이클 잭슨까지
정오. 드디어 첫 번째 콘서트가 열렸다. 뜨거운 햇살을 가리기 위해 무대 위 연주자들 머리 위로 파라솔을 마치 하나의 멋진 소품처럼 설치했다. LA 중심가에 위치한 공연장은 주변이 금융가로 많은 회사원들이 간단한 도시락을 지참하고 자리를 잡았으며, 2시간 내 인근 도시에 살고 있는 교포 분들도 많이 찾아주셨다. 800명 정도의 관객이 공연을 관람했는데 관람 태도 또한 훌륭했다.
두 번째 콘서트 역시 같은 장소에서 오후 8시에 시작됐는데 2,500명의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열광적인 호응을 보여주었다. 정오와 저녁 공연의 의상을 달리한 강은일 해금플러스는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만든 곡인 ‘하늘소’, ‘미래의 기억’, ‘헤이야’ 등과 새로 선보이는 ‘미라지’, ‘맨해튼 댄스’, ‘구름의 태동’, ‘봄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기 좋은 ‘리베르 탱고’등을 연주했다. 그리고 미국 작곡가인 조지 거슈인이 작곡한 ‘서머타임’과 하이라이트로 ‘아리랑’,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우리말과 영어로 여자 어린이가 불러 한미 양국의 우호를 강조했다. 앙코르로는 얼마 전 타개한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인 ‘벤(Ben)’, ‘빌리진(Billie Jean)’, ‘비트잇(Beat it)’ 등을 해금플러스 스타일로 편곡한 메들리로 연주하여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공연은 시간 예술인 만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힌다. 하지만 이날 캘리포니아 플라자에 모인 사람들의 가슴엔 한국, 한국 음악이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우리 공연 예술도 이젠 로컬에서 벗어나 인터내셔널 또는 글로벌로 성장해야 한다. 성공하고 주목받아야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고 그 여파는 한국의 공연 단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공연으로 그랜드 퍼포먼스 조직위원회에서는 내년에도 한국팀을 메인 공연에 섭외하겠다고 약속했다. 멋진 일이고 보람된 일이다. 내년 이곳 캘리포니아 플라자에서 멋진 공연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한국 공연 팀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이번 공연에 큰 힘을 실어준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깊은 감사 말씀을 전하며, 앞으로도 한국의 문화예술 발전에 더욱 큰 힘을 실어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