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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원전기술과 운용이 폴란드의 모범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원전 기술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첫 번째 원전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폴란드 국립원자력에너지청의 마체르 유르코브스키(Maciej Jurkowski) 부청장 역시 자국의 원전 기술 발전에 한국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한국이란 나라의 인상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1998년에 원자로 관련 컨퍼런스에 초청받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10년 조금 넘는 기간만의 방문인데도 곳곳에서 많은 변화를 보며 놀라고 있습니다. 넓은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숫자와 시내의 교통 상황에서부터, 최고의 시설을 갖춘 공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이 경이로웠습니다.

방문 기간에 여러 인사들을 면담하셨습니다. 주로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을 방문했습니다. 원자력 관련 엔지니어로서 원자력 발전의 기술적 측면과 운영 그리고 안전을 감독하는 두 기관의 방문은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현재 폴란드는 첫 번째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전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좋은 협력 상대지요. 따라서 이번에 한국의 해당 기관을 방문해 쌓은 네트워크는 앞으로 양국의 원전 기술 협력에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폴란드의 원자력 에너지 이용 현황은 어떠한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1950년대에 이미 첫 번째 원자로를 만들었을 정도로 폴란드의 원자로 기술 관련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몇 기의 연구용 원자로에 이어 1980년대에 첫 번째 원전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여파로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원전 건설 계획이 중단 상태로 남아 있다가 이제 다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원전 개발이 늦어졌기 때문에 현재 폴란드의 전력 생산은 석탄을 이용한 발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환경 관련 규제와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CO2 배출이 높은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력원의 비중을 전반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그 결과 풍력 발전 등의 발전 방식이 시도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과 폴란드는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폴란드가 기대할 수 있는 협력의 효과는 무엇일까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한국이 보유한 기술이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풍부한 원전 운용 경험 또한 기술 수준 이상으로 중요한 자산입니다. 이 모든 사항들을 고려할 때, 향후 폴란드가 도입하고자 하는 원자로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주체가 한국과 한국의 원전 관련 기업들입니다. 이런 한국의 기술과 경험들이 폴란드의 원자력 기술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찬반이 나뉘는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환경문제와 관련해 원자력 에너지의 활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부 기관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원자력을 연구해온 학자 개인으로서 원자력 발전은 안전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르노빌과 같은 대형 사고로 인해 많은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안전 장치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당시의 원자로와 현재의 원자로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단적으로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경수로 혹은 중수로 원자로는 체르노빌 사고를 야기한 원자로와는 전혀 다른 원자로입니다. 이러한 현대의 원전에서는 한 건의 심각한 인명 및 환경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 예로 1979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TMI 원전 사고를 들 수 있는데, 원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사고라 할 수 있는 원자로 용융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방사능 누출이나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의 이러한 원자력 운용 결과를 감안할 때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면에서의 안전 대책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제도와 운영상의 안전 장치들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원자력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요소입니다. 원전의 안전과 관련된 기술 및 규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모든 원전이 제대로 디자인되고 올바르게 건설되며, 또한 올바르게 관리되어야만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용상의 절차와 과정에 철저한 감독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입니다. 원전을 가진 국가에서는 독립된 기관이 원전의 안전을 입증하고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완벽하게 부합할 때에만 비로소 원자력 발전의 안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번 방문을 추진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양국 협력 관계 증진에 관해 제안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이번 방문은 저에게 한국국제교류재단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제 관심 분야에 많은 도움이 되는 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한국에 관한 다양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를 제공해준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급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한국에 대해 매우 좋은 인상을 받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의 경험만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재단의 이러한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활동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