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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큐레이터들, 한국 불교 미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그들의 발걸음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로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이 열렸다. 10개국의 여러 박물관과 학술기관에서 온 39명의 참가자들은 강의와 박물관 견학, 답사 여행 등 알찬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한국과 한국의 불교 미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더욱 깊게 쌓는 계기를 마련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문화유산 가운데 약 3분의 2정도가 불교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큐레이터 워크숍이 ‘동아시아에서 한국 불교 미술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국 불교 미술에 초점을 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었다. 이번 워크숍은 서울에서 진행된 강의와 박물관 방문으로 시작하여 한반도 동남부 지역으로 떠난 답사 여행에서 절정을 이루는 훌륭한 한국 불교 미술 입문 프로그램이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워크숍에 처음 참가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첫 무대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 불교 미술의 정수를 만난 일생일대의 기회
워크숍은 서울에서 김리나 교수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되었고, 김 교수의 비평적이고 균형잡힌 한국 불교 미술 개관은 워크숍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확립했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아시아실 학예연구사 김혜원 박사의 강연이 있었다. 김 박사는 한국의 불교 미술과 중앙아시아 사이의 중요한 유대 관계를 역설하면서 그 인식의 상호작용과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국대학교 최응천 교수의 강연은 큐레이터들에게 금광과도 같은 정보를 안겨주었다. 최 교수는 범종과 쇠북같은 불교 금속공예품에 초점을 두면서 불교 물질 문화의 대부분을 능숙하게 조명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현재 열리고 있는 중요한 전시회 및 관련 학술 행사를 연계하여 워크숍 프로그램을 짰다. G20 정상회담과 워크숍의 개최 시기가 완벽히 맞아떨어진 덕분에 우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시대, 특히 13~14세기 한국의 불화와 동시대 중국과 일본의 불화를 비교 전시한,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고려불화대전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참관할 수 있었다. 이 고려불화대전은 아마도 상당량의 불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번 워크숍의 하이라이트 중 일부에 불과했다. 고려 불화에 관한 심포지엄 다음 날, 워크숍 참가자들은 신라시대의 수도였던 경주를 향해 한반도 동남쪽으로 이동했다. 경주 주변의 계곡과 산에는 불교 미술 유산이 풍부하게 남아있어, 우리는 이곳저곳 장소를 옮겨 다니며 하루를 보냈다. 그중 신라시대에 건립해 수세기를 거쳐 오늘날까지 참배의 장소로 남아 있는 불국사, 석굴암 등의 답사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진행된 답사 여행 내내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 멋진 단풍의 완벽한 배경이 우리를 축복했다. 신라 왕실 사찰 황룡사지 방문도 기억에 남는다. 이 터에서 발굴된 수만 가지의 발굴품 중 일부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박물관장은 워크숍 참가자들을 위해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신라요리로 만찬을 열어주기도 했다.



한국 불교 미술과 한국문화에 새로운 눈을 뜨다
우리는 경주를 벗어나 더 남쪽에 위치한 부산까지 이동했다. 부산으로 가는 길에 통도사에 들렀는데, 통도사의 성보박물관의 신용철 학예연구실장은 한국석탑에 대한 심도있는 강연은 물론 통도사에 대한 안내를 훌륭하게 해주셨다. 부산에서는 동아대학교 박은경 교수가 조선 불화에 대한 강연을 통해 오늘날 사찰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는 조선 불화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시 북쪽으로 올라오는 길에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해인사와 봉정사, 부석사 등의 사찰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현대의 한국 불교 예불의 형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가는 곳마다 수많은 중년 부인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이다. 우리와 달리 그들은 예술품이나 사찰의 배치, 건축보다는 여러 불당에 있는 부처에 예를 올리고 시주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는 듯했다. 사찰마다 무리지어 다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비록 지금은 한국이 기독교 국가로 많이 알려져 있고 대부분의 도시에서 압도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교회이긴 하지만 불교 역시 왕성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로의 귀환은 우리를 다시 현세로 데려다 주었고,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디어시티 서울전 관람으로 워크숍은 마무리되었다. 워크숍에 여러 번 참가했던 동료들은 이번 행사가 가장 훌륭한 워크숍 중 하나였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나로서도 주요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한국의 불교 미술에 대한 직접적인 인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훌륭한 시작이 없을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워크숍을 훌륭하게 조직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심지어 오찬과 만찬조차 최고의 식당을 찾기 위해 열심히 조사하고 준비한 것 같았으며, 그런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불교 미술뿐 아니라 한국문화 전반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앞으로 영국 박물관과 한국 컬렉션 담당 업무에 소중한 바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