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분청사기, 뉴욕을 홀리다

분청사기, 뉴욕을 홀리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조선 분청사기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4월  7일부터  8월  14일까지  <조선  분청사기전>이  열린다.  보물로  지정된 6점을 포함해 모두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분청사기 6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 이번 전시는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북미 지역에 최초로 선보이는 특별 전시로 거의 모든 작품이 해외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것들인 만큼 그 어느 한국 관련 전시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서양에 소개한 한국 미술품이 대부분 도자기류이기는 해도 외국인은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에만 친숙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거의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분청사기야말로 점토라는 매개로 한국 장인의 창작 혼을 엿볼 수 있는 예술적 정수라 할 수 있다.

분청사기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지난 2009년<한국 예술의 르네상스 1400~1600>라는 제하의 전시회를 개최했을 당시 전시품에 포함되어 있던 15~16세기 분청사기를 접한 많은 관람객이 질박하면서도 현대적인 그 멋에 매료됐다. 이를 계기로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한국적 미의 원형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이 분청사기의 심오한 예술적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조명하는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개최된 이번 전시는 윌리스(Willis)에서도 추가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이 공동 주최했다.


분청사기의 다양한 면모를 체계적으로 소개
전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분청사기를 특징짓는 일곱 가지 주요 분장 기법, 즉 상감∙인화∙박 지∙조화∙철화∙귀얄∙덤벙 기법을 고찰한다. 고려 말기의 상감청자에서 태동한 분청사기는 청자의 고전적 전통 을 이어받으면서도 후대의 백자에 비해서는 소박하고 실험적이다. 분청사기 특유의 질감과 미감은 백토를 이 용한 분장에서 비롯된다. 초기에는 문양을 파낸 뒤 그 홈에 백토를 감입하는 고려 청자의 상감 기법을 그대로 따르거나 변형한 기법을 사용했으나 점차 인화 등 제작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발전해가며 지역적 특색도 반영하기에 이르렀다. 특유의 분장 양식 및 표현은 분청사기만의 독특한 멋을 자아낸다.

전시의 두 번째 부분은 분청사기의 문양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분청사기는 연꽃∙모란∙국 화 등 동양화에서 흔히 다루는 화문에서부터 물고기나 새와 같은 현실 세계의 동물, 용∙어룡 등의 신화적 동 물, 기하학 무늬나 선 그리고 분청사기에만 나타나는 추상적 무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대부분의 문양이 여러 기법으로 표현되는 데 반해 일부 문양은 특정 기법과 보다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 다. 예를 들어 모란은 상감이나 귀얄 기법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조화와 박지 기법을 병용해 표현할 수도 있 다. 그러나 국화는 거의 항상 인화문으로, 소용돌이 문양은 대개 귀얄로 그려낸다. 분청사기 문양 중 대다수 는 고려 청자에서 그 선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상감을 이용한 선대 혹은 동시대의 금속 세공품 및 칠기에서도 유사 문양이 나타난다. 그러나 분청은 자유분방하고 해학적인 표현으로 인해 이들과는 차별된다.

분청사기전시의 세 번째 부분은 분청사기의 기형 및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청사기는 모두 식기, 보관 용기 혹 은 의기로 사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도공의 예술적 표현력과 어떤 용도로 사용될 것인지가 분청 사기를 빚는 데 영향을 미쳤다. 분청사기는 대접, 완, 병, 호 등 그 기본 형태를 일부 고려 청자에서 빌려왔지 만 미묘하기는 하나 중요한 변화를 보인다. 어떤 분청사기는 조선 초기의 자기와 공통된 특징을 보이는 데 반 해 의기 같은 것은 금속 공예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분청사기 특유의 백토 분장으로 인해 전체적인 미감에 변화를 보이며, 특정 기형의 경우 색다른 세련미 혹은 예기치 않은 반전 과 장식을 찾아볼 수도 있다.
‘분청사기의 부흥과 재해석’이라는 제하의 전시 마지막 부분은 지리적, 시간적 경계를 초월한 분청사기의 영 향력을 보여준다. 분청사기가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시기는 14세기 중엽부터 16세기 중엽까지 약 200년에 이 른다. 15~16세기에 일본은 분청사기 기법을 적극 도입하는데 이는 당시 다도가 중요한 문화 현상으로 유행하 며 다도인들이 분청사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에도 시대(1615~1868)에는 일본 전역에 분포한 많은 자기 생산지에서 분청사기 기법을 따라 백토 분장을 한 도자기를 생산했다. 이러한 영향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일본 도자기를 보면 이내 드러난다.

분청사기의 다양한 면모를 체계적으로 소개

20세기 들어 한국 도예가들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분청사기라는 한국의 문화유산에 잠재된 독창성을 재발 견했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 도예가들은 분청사기의 관능미와 인상적인 미니멀리즘에서 지속적인 영감을 받 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조선 초기 도자에도 이러한 특징이 풍부하게 발현되어 있다. 엄선된 몇몇 현대 작품이 옛 분청사기와 함께 조화롭게 전시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21세기 예술가 및 관람객에게도 분청 사기가 지속적으로 그 매력을 발산하며 그 전통이 다양하게 재해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한국 화가 3인(김환기, 이우환, 이종상)의 회화 작품은 현대미술과 분청사기의 직관적, 시각적 연결점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새로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이어주는 의미 깊은 자리였다.

분청사기의 다양한 면모를 체계적으로 소개

이번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인 전승창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연구실장과 필자가 공동 집필한 도록은 풍부한 사 진 자료를 곁들여 동 기획전의 주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탐구해볼 수 있도록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또한 동 박물관 역사상 최초로 아이패드용 쌍방향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을 (http://itunes.apple.com/us/app/met­ buncheong/id435185857?mt=8&ls=1) 만들어 전시물의 디지털 입체 영상과 함께 전시 도록에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소영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

SEARCH

통합검색닫기

전체메뉴

전체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