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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으로 한국-인도네시아 교류에 박차를 가하다”

“한국어 교육으로 한국-인도네시아교류에 박차를 가하다”

- 황후영 (2013 KF 한국어 객원교수) 교수 인터뷰

대부분의 한국인이 영어교육에 목을 맨다. 대학생은 물론이고 코흘리개 초등학생들까지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연수를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이토록 외국어 편식이 극심한 풍토에서 황후영 교수는 드물게도 소수어에 일찍 눈을 떴다.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하고 유학까지 마친 황 교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이사장 유현석)의 KF 한국어(학) 객원교수 파견 프로그램의 객원교수로 선발됐다. 본 프로그램은 해외 한국학 진흥을 위한 재단 주요 사업의 하나다. 이번 가을에 인도네시아 가지마다 대학으로 부임되는 황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대학에서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한 황 교수는 1987년 반둥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경제교류가 아직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에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다. 이어 국립 빠자자란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 어문학학사,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에서 언어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동시통역사 및 삼성전기 현지법인의 인도네시아어 강사로 활동했다. 한국에 돌아와 삼성전기 글로벌교육과장으로 일하던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했고, 한림대학교, 삼성전기 등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했다. 이 밖에도 시흥, 안산 등지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국어 정착교육을 도맡아 해왔다. 20여 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한국에서 양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쳐온 그는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국어 교육은 아직 부실하다”고 황 교수는 조심스레 운을 뗐다. “중국은 자국 문화교류센터 ‘공자학당’을 동남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남미에까지 대대적으로 설립하는 등 활발한 교육투자를 하고 있다”며 한국의 무심한 대외투자와 문화교류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한 명색이 ‘수출로 먹고 산다’는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 중국, 일본 등에 관심을 둘 뿐 정작 이웃나라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국내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절대 다수가 동남아 국가 출신임에도 영어 위주의 언어교육과 문화편식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우리 국민의 폐쇄성도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100%를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내문제에만 관심이 치우쳐 있다. 신문만 들춰봐도 알 수 있다. 한국 신문은 톱 기사의 90% 이상을 국내 정치, 사회, 경제 뉴스에 할애한다. 반면 <뉴욕 타임즈>, <가디언>, <르몽드>와 같은 세계 유력지들은 주요 기사의 60% 이상을 국제 뉴스로 채우고 있다. 황 교수는 “우리 경제의 국제적 수준에 걸맞은 소수어 교육과 해외의 한국어 교육 강화는 세계화 시대에서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한류 열풍의 지속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웬만한 국립대학에 한국어한국문학과 또는 한국학과가 개설돼 있고, 사립대학과 사설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이 붐인 데 비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각종 한국어 경시대회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보다는 주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애쓴 결과”라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각국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KIK)을 시행 중인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며, ‘한국의 날’ 행사 역시 한류가 경제와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발전이라고 언급했다. 황교수는 인도네시아 부임 후 현지인의 한글 교육을 체계화하여 한국-인도네시아 간 경제 및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최근 특별히 주목하는 분야는 인도네시아의 급속한 발전속도에 부응하는 한국어, 한국문화, 법제도의 현지 교육이다. “과거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가 기업과 소비자 간 비즈니스(B2C)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국가간 다각적 교류가 대세인 만큼 기업 간 비즈니스(B2B)는 물론 인도네시아의 자원, 환경, 발전속도까지 고려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자원의 낭비를 막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2004년 취임한 유도요노 대통령의 주도 아래 국가가 발전을 고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의 민주화와 투명성 제고를 통치의 최우선 순위로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인구수 2억5천만 명에 이르는 세계 4위의 인구 밀집국인 인도네시아는 현재 최대 인구의 이슬람 국가다. 한국과 전자, 전기는 물론 조선, 방위 산업에 걸쳐 폭넓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190만 평방 킬로미터의 영토는 남한 전체 면적의 9배이며, 세계 최대의 도서국으로 총 17,508개의 섬을 가지고 있다. 주족은 자바족(45%)으로 순다족, 아체, 마두라, 바탁족 순으로 많다. 이슬람교는 전체 인구의 87%가 믿는 국교이며, 석유, 천연가스, 목재, 주석, 보크사이트, 망간, 니켈 등 지하자원이 매우 풍부해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9년 GDP 5,613억 달러를 달성하며 차기 경제강국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여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유달리 빠른 발전속도를 보이는 인도네시아는 무궁한 잠재력을 지닌 나라다. 비즈니스도 ‘장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문화교류가 동반돼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3년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 교육과 문화교류에 앞장설 황후영 교수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김형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한겨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