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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한국학센터 소장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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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쿠르바노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한국학센터 소장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한국학 120주년을 맞이하여 동 대학교 한국학센터 소장 세르게이 코르바노프 교수를 만나 러시아 한국학의 역사, 현황 그리고 전망에 대해 들어 보았습니다.

러시아에서 한국학이 시작하게 된 상황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올해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한국학이 시작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러시아의 한국학에 대한 관심은 19세기 말 러시아가 조선과 수교를 맺으며 시작되었습니다. 청일전쟁(1894-95), 아관파천(1896-97) 그리고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민영환 사절단 파견(1896) 등 러시아와 대한제국 사이의 관계가 중요해지며, 러시아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해 한국 문화, 정치, 경제 등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해졌습니다.
  1897년 민영환 공사 사절단의 통역관으로 파견된 김병옥 선생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아 1897년 9월 1일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양언어학부에서 유럽 문화권 최초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120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김병옥 선생은 한국어 연습용 교재를 개발해 한국 역사, 경제, 정치, 문화 등을 가르쳤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의 해인 1917년까지 한국어를 가르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의 한국학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레닌그라드 (전 상트페테르부루크, 1924년 레닌그라드로 개명, 91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재개명) 국립대학교에서 홀로도비치 교수(1906 – 1970)는 1938년 러시아 최초로 한국어 문법책을 발간했습니다. 그는 1947년부터 한국언어학 전공의 책임자가 되었고, 큐네르 교수, 뒤이어 제니나 부교수가 한국 역사 전공을 담당했습니다. 홀로도비치 교수는 1952년부터 초대 한국학과 과장이 되어 독립적으로 한국어 강좌를 진행했지만, 1962년 그가 학교를 떠나며 강좌가 폐강되었습니다. 이후 이미 극동 역사 강의에 속해있던 한국 역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언어학 강좌는 중국언어학 강좌에 포함되었고, 몇 해에 한 번씩 한국학 학생들의 입학이 비정기적으로 허가되었습니다. 1962년부터 바실리예프 수석강사가 한국언어학을 담당했고, 임수 수석강사, 라치코프 부교수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어와 문학을 가르쳤습니다.
  1990년대 초에는 극동역사를 담당하던 스몰린 교수의 제안으로 러시아 과학원 동양학 연구소 레닌그라드 지부에서 있던 제가 한국학 부교수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강된 교수 인력을 바탕으로 1992년부터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한국언어학과 한국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정기 입학이 시작되었고, 한국사 교육과정이 재정립되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한국학 관련 연구사업에는 무엇이 있나요?

1995년 바실리예프 명예교수의 노력과 한국 각종 단체 및 기관들의 지원으로 동양학부에서 '한국학센터(이하 CKLC)' 창립되었습니다. 2002년 제가 소장으로 부임하면서 CKLC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 역사,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진행됐고, 2013년에는 CKLC를 대신해 '학제 한국학 연구소 (IISK)'가 새롭게 설립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1996년부터 러시아 최초 한국학 전문 저널 'Proceedings of the Center for Korean Language and Culture'가 창간되었습니다. 바실리예프 명예교수에 이어 2004년부터 제가 편집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널은 매년 발간되어 2016년까지 17호가 나왔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와 KF간 많은 협력사업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한국학도 1990년대 말부터 KF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습니다. 한국어 및 문화 센터의 개인 연구 지원, 한국학 도서 수집 및 교재 개발 지원, 한국학자들의 저서 및 교재 출판 보조, 한국학 저널 출간 지원, 한국학 관련 대학 동아리 활동 지원, 한국학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KF는 각종 세미나 및 국제학술회도 지원했는데 그중 특별히 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학 100주년 토론회(1997)와 대한제국 주러시아 이범진 초대공사 순국 100주년 기념으로 열린 국제토론회(2011)가 기억에 남습니다.
  근 20여 년 동안 이어진 KF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러시아 한국학은 오늘과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학교의 한국학 전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러시아와 대한민국 간의 관계가 강화되며, 한국언어학 및 한국역사 전공의 인기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또한 1990년대 말부터 한국어 이론을 가르치는 바실리예프 명예교수의 아들 바실리예프 수석 강사, 2002년부터 한국어 회화를 맡은 고려인 임수 수석강사와 한국 국적의 정양옥 조교수, 2003년과 2012년에 각각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최인나와 구리예바 교수, 2008년부터 동양학부 정교수가 된 저까지, 한국학 차세대 전문가를 비롯한 교수 인력이 늘어나며 다시 독립적인 한국학 강좌가 설립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현재 독립적인 한국학 강좌의 설립 제안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목표를 이루게 된다면 한국학 120주년을 맞이한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동양학부에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KF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KF 연구 펠로십을 받은 1993년부터입니다. 그 후 1995년 한국어 펠로십, 2007년과 2014년 각각 한국학 펠로십을 하며 많은 연구성과를 냈고, KF의 다양한 행사와 각종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저는 2007년 KF 뉴스레터에서 이미 저를 소개하는 글을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내용을 다루기보다 저희 학교 한국학의 역사와 현황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제가 러시아에서 한국학 교수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고, 함께 한국학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아내 정양옥 조교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쓴 단행본 7권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책들을 통해 제가 진행했던 연구뿐 아니라 러시아 한국학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어느 소련유학생의 조선일기.” 한국경제신문사, 1990.
2) “Lectures on the History of Korea: From Ancient Times to the late 20th Century. ” St. Petersburg University Publishing House, 2002.
3) “Confucian Classics: The ‘Book of Filial Piety’ and its Korean interpretation. ” St. Petersburg University Publishing House, 2007.
4) “History of Korea from Ancient Times to the Beginning of the 21st Century. ” St. Petersburg University Publishing House, 2009.
5) “With a writing-pad through Korea: 1987 – 2011. An Orientalist Traveler’s Notes”. St. Petersburg University Publishing House, 2013.
6) “Reflections on Historical Science and the Role of the Individual in History (With Examples from Korean History).” St. Petersburg, RChHA Publishing House, 2016.
7) Korean Diplomatic Mission in St. Petersburg from 1900 to 1911. (Activities of Lee Bum-jin) in “Reflections on Historical Science and the Role of the Individual in History (With Examples from Korean History).” St. Petersburg, RChHA Publishing Hous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