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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희로애락을 담아 – 켄(Khaen) 연주 음악

아세안 문화유산
라오스의 희로애락을 담아 – 켄(Khaen) 연주 음악
 

감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 사진 1 > 켄 연주에 맞춰 춤추는 라오스 고등학생들
출처: HmongHighSchoolStudentsDance3 / Blue Plover / CC BY 3.0

 

소수민족의 고향이라 불리는 라오스에는 공식적으로만 50개의 소수민족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각자 고유의 문화를 지켜왔는데, 덕분에 이곳에는 민족의 수만큼 다채로운 음악과 전통악기가 있습니다. 양 북면의 크기가 달라 고음과 저음 모두 낼 수 있는 따폰(Taphon), 기타와 흡사한 납작한 배 모양의 현악기 카차피(Kachapi), 두 개의 줄로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찰현악기 소이(So i)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악기 ‘켄(Khaen)’으로 연주하는 라오족의 음악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사진 2 > 켄

 

   라오스에는 “나무 기둥 위에 세운 집에서 찹쌀밥을 먹고 켄을 연주하는 것이 진정한 라오 족의 삶이다”라는 옛말이 전해집니다. 이는 라오 문화 내에서 최고의 악기이자 즐거움의 원천인 켄의 입지를 잘 드러냅니다. 길쭉한 대나무 관을 이어붙여 제작하는 켄은 팬파이프와 비슷한 형태로, 바람통 ‘마르쿠남드토우(Marqunamdtow)’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냅니다. 연주자는 중심부를 양손으로 잡은 채 공기구멍 위로 손가락을 움직여 음의 높낮이를 조정하는데, 지공을 막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해당 관에서 소리가 나고 지공을 열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관마다 하나의 음이 나오지만, 피아노처럼 여러 관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어 풍성한 선율과 화음이 필요한 곡에 제격입니다. 이 때문에 켄을 처음 마주한 이들은 단정한 겉모습과 달리 화려한 음색에 놀라기도 합니다.

 

 


< 사진 3 > 머람( Mor lam )음악을 연주하는 켄 연주가와 댄서
출처: Lao morlam musiciens / Jean-Pierre Dalbera / CC BY 2.0

   켄 연주 음악은 약 3,000년 전 라오스인들이 중국 남부 지방에서 지내던 때부터 전해 내려왔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 음악 문화의 핵심이었던 켄은 라오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특히 구전되어 온 각종 민요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라오스 전통 민요는 한국의 민요와 가락이 닮아 멜로디가 단순하고 음도 굴곡 없이 일정한 편이라 따라 부르기 쉬운데, 화려한 켄 연주가 이에 재미를 더합니다. 켄이 자아내는 매력적인 고음은 노동에 지친 이들의 구슬땀과 피로를 달래기에 충분합니다. 윤회 사상을 믿는 라오스 사람들은 상갓집에서도 슬픈 곡소리 대신 밝은 켄 연주로 영혼을 인도하는 장례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생의 업을 마친 고인이 더 좋은 모습으로 환생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결혼식에서 손님에게 술을 대접할 때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켄의 소리입니다. 악사는 켄으로 곡을 연주하고, 손님들은 그에 맞춰 사랑을 고백하는 가사를 담아 노래합니다. 켄은 라오스 사람들의 모든 희로애락에 함께하며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인생의 동반자인 셈입니다.

 

   켄의 선율이 있는 곳엔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라오스에서는 모든 이가 수동적인 관객이 아닌, 음악의 일부가 되어 적극적으로 춤추고 노래합니다. 켄이 들려주는 음악 속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건강과 안녕을 중시하는 라오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