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제3의 눈으로 본 한강의 기적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아침은 더 이상 고요하지도 조용하지도 않다. 누구든 비행기를 타고 늦은 밤이나 동이 트기 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된다면 서울의 길거리가 택시와 버스, 승용차, 리무진으로 꽉 차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분주하게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은 한국이 농경 중심의 유교 사회로부터 세계의 다른 산업국들과 경쟁하는 고도 산업화 사회이자 비즈니스가 중심이 된 사회로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
2006년 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펠로로서 개발도상국인 방글라데시에 대한 한국의 경제기술 원조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에 갔다. 체한 연구를 위해 연계를 맺은 기관은 서강대학교의 국제학대학원이었다.
내가 관찰한 한국의 모습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대단히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는 바로 이러한 점이 한국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중요한 요인인 듯 하다. 대학교수와 고위관료부터 평범한 공장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한국인들은 최고의 성실함과 시간관리, 규칙과 방법을 가지고 일을 한다. 근래에는 수많은 한국인 학생, 교사, 과학기술자, 언어학자, 성직자, 과학자, 관료들이 신지식을 찾아 해외로 나갔으며, 이는 한국민을 풍요롭게 하고 그들이 국제사회의 일부분으로 활약하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시각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인들은 세계 여러 민족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에 대한 감각도 뒤지지 않아 국제적으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에 부족한 점이 없다.

국제적 문화와 융화된 한국
해외 교역과 상업의 확대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외국 기업인, 이주노동자, 산업훈련생, 연구원, 학자, 문화단체, 선교사 등이 서울과 기타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들로 인해 한국의 도시는 다른 서구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국제적 특성을 띠게 되었다. 전문점에 가면 온갖 종류의 아시아 음식, 특히 무슬림들을 위한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잡은 동물의 고기)’ 음식 등을 구할 수 있다. 또한 KFC, 버거킹,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도미노피자 등 서구의 패스트푸드점도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제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국제결혼가정의 아이들은 새로운 한국인 세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인의 단일 문화에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수용하고 융화하면서 국제적이고 다양성을 갖춘 새로운 문화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단일한 특성을 가진 나라에 세계적 영향이 급속하게 가해지면 무엇보다 종교와 사상 면에서 내부 충돌과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급격한 현대화를 경험한 한국이 이슬람문화에 대해 보여준 종교적 관용은 또 하나의 ‘한강의 기적’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한국에서 꽃 핀 이슬람
나의 눈에 비친 한국은 완벽한 종교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화합의 나라이다. 모든 이들은 아무런 외부 제약 없이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 매주 금요일이면 한국은 물론 여러 이슬람 국가 출신의 많은 무슬림들이 이태원에 있는 서울중앙성원과 이슬람센터에 모여 기도한다. 이곳에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사무실도 위치하고 있다. 최신의 이슬람건축 디자인으로 설계된 이 거대한 모스크(이슬람성원)는 1970년대에 한국정부에 의해 세워졌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한국의 토착 무슬림 인구는 4만 명에 달한다. 한국인들이 이슬람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로, 당시 연합군으로 한국땅에 발을 디딘 터키 군인들의 신앙생활을 통해서였다. 또한 중동 건설 붐이 일어났던 1970년대 한국기업의 근로자 수천 명이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 일을 하러 나갔고, 그곳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이슬람을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종교적 관용과 화합의 장
정부 인가 자치단체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공동체 업무, 무슬림들의 종교행사, 한국내 자선사업과 이슬람 전파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슬람과 한국의 가치가 결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은 여러 면에서 한국의 전통가치를 공유하는데, 이것은 이슬람 세계의 문화와 일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부모와 노인에 대한 존경과 존중, 사회적 단결과 화합, 다른 신앙에 대한 종교적 관용, 지도자에 대한 존중, 친밀한 가족관계,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보살핌 등은 한국인과 무슬림 모두가 추앙하는 공통된 가치인 것이다. 이러한 점은 이슬람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사회에 수용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외국에서 온 무슬림들을 위한 배려와 관용은 서울 이외의 도시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주로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의 이주노동자들의 노력을 통해 몇몇 모스크와 기도방이 부산, 안양, 광주, 대구, 동두천, 동암, 전주, 안산, 평택, 파주, 발안, 마천-거여, 제주, 시화 등에서 문을 열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이들 모스크와 센터의 활동을 관리한다. 그 중 안양 라비타 이슬람센터와 모스크는 서울 이외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이슬람 기관으로서 방글라데시 무슬림들의 주도로 세워졌다. 이 센터는 필요한 이들에게 자선활동, 의료지원, 아랍어 강좌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모스크 위원회는 지역사회 개발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지역행정당국과 상호 관심분야에 대해 협력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요컨대 한국은 종교적 관용과 지역사회 화합의 이상적인 예가 되고 있다. 한국은 정교분리의 나라이며, 종교기관은 국익에 반하거나 내부 평화를 위협하지 않는 한 그들의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 어떤 형태로도 한국에 극단주의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한국의 무슬림들이 겪는 단 하나의 문제는 매주 금요일마다 모스크에서 열리는 주일 회합 기도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정부가 한국 내 무슬림 노동자와 공무원들을 위해 매주 금요일 정오 12시에서 오후 2시까지 두 시간 동안 기도시간을 허가 해주는 법을 제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한국정부의 종교적 관용과 자유 실천을 한층 더 확실하게 증명하는 조치가 될 것이다.

평화와 화합의 땅, 위대한 나라, 한국
한국인들은 민족주의적인 경향이 강하다. 수많은 한국의 시인들과 작가들은 한국의 자연과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며 나라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인들은 자국산 제품을 선호할 뿐 아니라 모든 한국남성들은 어떤 긴급상황에도 국가를 지킬 수 있도록 군복무가 의무화 되어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민족주의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환경과 종교가 다른 이들에게 놀라울 정도의 관용과 개방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관용과 개방이라는 면에서 한국인의 새로운 미덕은 해외개발원조에 대한 태도에서도 발견된다. 이는 한국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개도국에 개발원조를 할 때 원조 수혜국에 대해 제국주의적 의도를 전혀 강요하지 않는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다시 말해 한국은 우호협력과 비즈니스 동반자 관계를 믿으며, 이런 점에서 한국은 개도국들의 진정한 ‘친구’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짧았던 체류기간 동안 나는 한국생활의 여러 가지 면을 특별히 좋아하게 되었다. 한국은 그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평화의 땅이다. 나는 이렇게 소리쳐 말하고 싶다: “오, 한국이여,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나라여, 전진하고 계속될 지어다, 한국민과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샴수르 라흐만|A.F.M. Shamsur Rahman, Ph.D.
samsur_rahman@yahoo.com
방글라데시 라지샤히대학교 (University of Rajshahi) 역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