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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피엔자’로마대학교의 한국학

동양학대학 한국학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유럽한국학회(AKSE)의 격년제 회의가 2003년 로마 근교에서 개최되었을 때 했던 말을 떠올리니 감회가 새롭다. “유럽한국학회가 ‘라사피엔자’ 로마대학교 동양학대학과 공동으로 프라스카티에서 제21차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1977년 학회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알프스를 넘어왔습니다.”
한국학술진흥재단과 당시 동양학과가 경비 분담에 합의하고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것은 그보다 불과 2년 전인 2000년의 일이었다. 처음에 모든 희망을 걸었던 대상은 순전히 호기심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던 7명의 학생들. 다행히 유럽한국학회와의 협력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동양학대학의 한국학이 성공적으로 발전하기까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낙관적인 생각과 끈기로 동양학대학과 여러 국제기관(유럽한국학회, 한국학술진흥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신뢰를 얻었고 두터운 협력망을 구축했다. 그리고 협력망은 개별적인 노력이 결코 낳을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테뉴어(종신재직권)를 가진 교수는 없었지만 처음부터 우리 대학 내에 정규 한국학 전공 프로그램을 설치하려는 시도를 했다. 단과대 수준에서 새로운 교과과정 조정 방식이 도입되어 일본학, 중국학과 함께 한국학은 동아시아 문화권과 관련된 강좌 패키지의 일부로 포함되었고 이 분야에 대해 조금 더 폭 넓은 시각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방법을 통해 한국학 강좌가 일본학 및 중국학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학생들은 전공과목은 물론 한국학 관련 과목의 시험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한국학 강좌가 소위 ‘볼로냐 과정(Bologna process)’의 일환으로 신설된 학사(BA), 석사(MA), 박사(PhD)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동양학대학은 장학금과 언어강사 고용을 위한 1년 계약(2002년 이후)과 단기 계약에 충분한 자금 지급과 같은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 로마대학교의 한국문명 강좌(2007년 4월 2일)

한국학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노력
테뉴어를 가진 한국학 교수가 없다는 사실은 한국학 프로그램의 안정과 발전을 제한한다는 문제점으로 제기되었으나 이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국제적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었다. 테뉴어를 가진 한국학 교수직 설치를 위해 체결된 협약은 소요경비를 재단과 ‘라사피엔자’ 로마대학교가 공동부담 하는 것을 명문화했고, 양 기관이 정식협약서에 서명한 뒤 불과 한 달 만에 대학측은 부교수 선임을 위한 국가시험(concorso)을 공고했다. 이를 통해, 이탈리아 최초의 한국학 전공 테뉴어 교수직이 설치되었다.
한국어문학 강좌 이외에 한국문명과 한국미술사 강좌 운영도 가능해졌다. 그 강좌 수와 강좌의 다양함에서 일본학 및 중국학 교과과정에 필적할만한 한국학 교과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우리는 한국어 언어학, 문학, 통역이론 강좌를 내년부터 추가로 개설하게 되길 희망하고 있다. 한국학을 일본학 및 중국학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문명 강좌는 재단이 후원하는 유럽 교수교환강의 프로그램(EPEL)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일정 수의 유럽인 학자들을 매년 초청하여 자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된 특정 주제로 강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동양학대학은 이 프로그램을 ‘한국문명’이라는 정규강좌로 바꾸어 학점을 주고 일본학과 중국학 교과과정에 정식으로 포함시켰다. 강사진과 재원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EPEL 프로그램은 한국학 강좌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한국학 학문의 전반적인 질도 향상시켰다.
향후 이탈리아어로 된 두 권의 관련 서적 출판과 함께 한국어 책 확보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이탈리아인을 위한 학사, 석사 수준의 문법책을 준비 중이다.

한국학의 실질적인 성장
기관 차원의 주도 이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로마대학교의 한국학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학과 기타 분야 교수진들 사이는 물론 동양학대학과로마시 및 전체 이탈리아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 활동이 그것이다.
2003~2004년도에는 ‘한국전통무용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후 ‘한국영화와의 만남’도 매년 개최했다. 2005년에는 한국민속박물관, 이탈리아 ‘피요리니’ 국립박물관,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과 공동으로 무속의식인 굿에 관한 행사(Kut, Azione rituale)를 마련하고 이탈리아 최초의 굿 공연을 열기 위해 만신 김금화가 초대되기도 했다. 또한 학술회의도 수차례 개최했는데, 한국대사관은 2003년 유럽한국학회 회의 개최시 참가자 전원을 위해 푸짐한 만찬을 주최하여 행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학의 원천인 한국과의 관계유지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한국 대학들과의 문화협약 덕택에 제공되고 있는 장학금은 이탈리아 학생들로 하여금 한국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이라고 느끼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재단은 우리를 매년 자료배포 대상처에 포함하여 한국연구자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한국학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그것은 내가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또한 한국학의 수준이 올라가고, 강좌의 다양성과 강의시간 수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학생들의 열망은 나의 활력원이 되고 있다.

▲ 김금화 만신이 로마대학교 동양학대학에서 굿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05



안토네타 브루노|Antonetta L. Bruno
antonetta.bruno@uniroma1.it
‘라사피엔자’ 로마대학교 동양학대학 한국어문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