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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만나고 동양을 만나고 세계를 만나다

작품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한국의 평론 문화
2006년 11월 나는 서울에 있는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 최초의 뉴질랜드 입주 작가가 되었다. 한국에 오기 전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아시아예술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 뉴욕에 있었던 나에게 그것은 아주 환상적인 기회였다. 내가 본 예술작품은 내 작업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시아 국가에 머물며 그 나라의 예술에 영향을 주는 문화와 전통을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었으며 14명의 한국 및 외국 예술가들을 장기, 단기로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터키, 방글라데시, 이란,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작은 갤러리 규모의 나만의 스튜디오 공간이 주어진 것이다.
입주프로그램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서울에 있는 유수의 대학, 미술관, 박물관의 큐레이터, 미술학자, 미술평론가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작품에 대한 평을 해주는 것이었다. 이들과 함께 하는 일주일 간 워크숍에서는 작품에 대해 질문하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에서는 미술 평론의 전통-거의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따라서 한국인 작가들은 이러한 평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듯 했다. 서울에만 70명이 넘는 평론가들이 있으며, 평론가들과 관련된 모임인 협회도 있다고 한다. 이와 달리 뉴질랜드에는 전국에 한두 명의 미술평론가가 있을 뿐이다.
한국 작가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실력과 의지가 매우 높은 것 같았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성공을 위해 일찍부터 지원과 격려를 잘 받는 듯 했다. 또한 이번에 참여한 다양한 워크숍에서는 자신의 작품에 사회, 정치, 문화적 시각을 강렬하게 표출한 작가들을 통해 다른 국가의 예술과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훌륭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아시아의 미학, 특히 전시에서 나타나는 큐레이터십(curatorship)과 여러 건물의 인테리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리움박물관은 독창적이고 훌륭한 건축물의 표상으로 건축물의 미니멀한 분위기와 조명 설치, 전시기법이 좋았다.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릴 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토론이 있었다. 결국 일곱 작품중 네 작품만 전시할 수 있었지만, 그 동안 내가 열었던 그 어떤 전시회보다도 훌륭한 전시회였다.

다양한 풍경을 머금은 동양 국가, 한국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느꼈던 뉴질랜드와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수천 년간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온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마오리(뉴질랜드의 원주민), 태평양의 섬들, 유럽, 아시아의 영향이 반영되어 있는 매우 젊은 문화이다.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나는 서울의 규모(뉴질랜드의 인구는 4백만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양떼의 수는 4,700만 마리에 달한다!)에 깜짝 놀랐다. 전통과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문명의 발전 속도도 빨랐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 북적거리는 시장, 한국음식, 언어 등은 지금까지 내가 뉴질랜드에서 경험해 온 삶과 상반되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밖으로 나가서 탐험하고 배웠다.
가장 큰 기쁨을 주었던 경험 중 하나는 스튜디오 주변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산들을 처음으로 봤을 때였다. 그것은 아주 독특하고, 세계 그 어떤 풍경과도 다른 것이었으며, 내가 평소 아시아의 풍경화 속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었다. 그때 그 기억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어떤 사람이 내게 한국을 떠나서도 한국에 대해 생각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했다. 그런 질문을 하다니!! 수많은 나라를 방문해봤지만 한국은 항상 내 마음 속 특별한 곳에 자리할 것이다.

▲ 작가의 작품 제작과정 Degrees of Separation , 숯, 콩테. 가로 150cm, 세로 220cm



로린 토레레와|Lorene Taurerewa
lorene.Taurerewa@vuw.ac.nz
뉴질랜드 웰링턴 빅토리아대학교 회화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