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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한·불 포럼

한국과 프랑스의 대규모 문화 교류 행사인 ‘한·불 문화 축제’가 한창이던 3월 말, 우리 재단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공동 주최로 제5차 한·불 포럼이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2000년 3월 파리에서 4차 회의를 가진 지 약 2년만의 만남인 셈이다. 1993년 서울에서 첫 회의를 갖고 발족한 한·불 포럼은 아직까지 우리가 한반도를 둘러싼 4강 국가들과의 관계에 치중하고 있는 면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럽의 중심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와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갖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이번 제5차 회의에서는 정부, 학계, 재계 및 문화계 인사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 25명과 프랑스 대표단 17명이 함께 자리하여 양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으며, 양국 및 양 지역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정치·경제 협력방안 논의

3월 25일 개막식에 이어 바로 이어진 첫 번째 세션에서 서울대학교 법학과의 성낙인 교수와 리샤드 로베르(Richard Robert) 스캔리서치(Scan-Research) 소장은 양국의 정치 제도 및 대선 이후의 향방에 대해 발표하였다. 마침 올 한 해 동안 양국이 대선이라는 공통의 정치 상황을 맞고 있어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흥미로운 의견이 다양하게 제기된 시간이었다. 26일 오전에는 양국의 경제 상황 및 경제와 정치를 중심으로 한 양국의 협력 관계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한국 경제 문제가 더 이상 한 국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한 축으로써의 역할이나, 화폐 통합 이후 유럽 경제의 변화, 유로화의 궁극적인 정착은 ‘강한 통화’가 아닌 ‘안정된 통화’라는 내용으로 양국과 양국이 속한 지역 경제의 현재 및 향후 전망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양국의 협력 관계를 주로 정치 및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뤄 보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마침 우리 정부가 차세대 전투기 납품업체를 결정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었고 회의 참가자 중 프랑스 국방부 고문역을 맡고 있는 인사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여 참가자들은 이 문제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회의장 밖에서는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한 기자회견이 바로 이 문제를 놓고 열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프랑스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 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문화교류 활성화 기대


네 번째 세션에서는 주로 양국간 문화 교류를 위한 가능성 및 방안들이 모색되었다. 앞서 언급된 한·불 문화 축제는 한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양국 국민들이 상대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대대적으로 기획한 문화 축제 행사로서, 올 봄 한국에서 프랑스 문화행사가 1달 간 개최되는 데 이어 가을에는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문화 행사가 주로 수도권 지역에만 집중되었다면 이번 문화 축제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며, 프랑스 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아직은 낮은 편이지만 외국 문화에 대해 냉랭한 편인 프랑스 국민의 성향을 고려할 때 최근 한국 문화에 쏟아지는 관심은 주목할 만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민간교류 창구로서 포럼의 역할과 중요성

이번 포럼을 통해 한 가지 깨닫게 된 점은 양국의 대화 채널에 대한 갈증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국내 프랑스 관련 인사라면 주로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온 인사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과거 어문 계열 위주이던 프랑스 유학파 커뮤니티가 상경 계열, 사회·정치 계열 및 공학 분야로 다변화되면서 사회 각층에 퍼지게 된 것이다. 한·불 포럼의 모체 역시 이러한 유학생들의 모임이었던 한불문화협회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 커뮤니티의 더 큰 역할이 기대된다. 참가자들은 민간 교류창구(Track Ⅱ)로서 포럼이 갖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각계 인사들이 개인으로서의 입장 표명 뿐만 아니라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포럼이 계속 발전되어 나가기를 희망하였다. 또한 기존 회의 참가자 뿐 아니라 새로운 세대들이 포럼에 참여하게 되면서 한·불 관계가 보다 미래지향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면서 이틀 간의 아쉬운 일정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