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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밍햄박물관 한국실

버밍햄박물관(Birmingham Museum of Art)은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립박물관이다. 1951년에 건립된 이 박물관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2만 1,000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컬렉션을 보유한 박물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럽 회화, 판화, 미국 미술, 웨지우드(Wedgewood) 및 잉글랜드 도자기, 18세기 프랑스 장식 미술품, 아프리카와 콜럼버스 신대륙발견 이전의 미국 및 인디안 원주민 미술품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준 높은 아시아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버밍햄박물관은 새로이 싹트고 있는 문화 예술 지구의 핵심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낙후된 시내 중심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 남부 지역 유일의 한국실

또한, 아시아 미술품은 박물관 개관 이래로 영구 전시관의 중요한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의 직물류 및 고분 출토물, 일본 판화 및 불상 등은 박물관이 처음 선보인 유물 중에 속한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1972년에 당시 클리블랜드박물관 관장이었던 셔먼 E. 리(Sherman E. Lee) 박사를 버밍햄박물관으로 초빙하여 진정한 의미의 아시아 유물 컬렉션 구축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일을 계기로 버밍햄박물관 동양미술협회가 창설되었고, 아시아 유물 컬렉션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이즈음 박물관에서도 초기 아시아 유물 중 하나인 한국의 삼국시대(BC 57~AD 668) 항아리 한 점을 구입했다. 그리고 1979년에 아시아 유물 전시 공간이 박물관 내에 마련되었고, 초대 아시아 담당 큐레이터도 고용되었으며, 1987년에는 필자가 제2대 아시아 유물 담당 큐레이터를 맡게 되었다. 이후 아시아 유물 컬렉션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해 갔으며 1993년 에드워드 L. 반즈(Edward Larrabee Barnes)의 설계로 박물관을 확장, 개보수하여 7개의 아시아 유물 전시실이 마련되었다. 이들 7개 전시실 중의 하나가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유일한 한국실이다.

단기간내 양적 성장 이뤄

버밍햄박물관의 한국 유물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신중한 유물 구입과 지역 사회 후원자들로부터의 기증으로 한국 유물 컬렉션은 더욱 더 풍성해졌다. 1988년에는 한 무명의 독지가로부터 한국 유물 20점을 새로 기증 받음으로써 버밍햄박물관은 도자 유물 뿐만 아니라 불상 및 민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유물 소장품 전반에 있어 양적, 질적 향상을 기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1999년에는 스탠 머피(Stan Murphy)와 마리타 머피(Marita Murphy) 부부가 한국 유물 20점을 기증하여 박물관에 중요한 회화와 아름다운 가구 유물이 추가되게 되었다.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유물은 그 가치를 보다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한국적 분위기의 전시 공간 확충이 필요할 정도로 늘어나기에 이르렀다. 박물관 측은 전시실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21평 규모의 한국실을 올해 3월에 재개관 하였다.

재개관 한국실, 전통 한옥 분위기 살려

특히, 재개관 전시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통 한옥 분위기를 살린 것으로, 이를 위해 대들보와 마루 등을 여러 군데 설치했으며, 창호(窓戶)도 마련했다. 이 공사를 위해 전시 디자이너 테리 베캄(Terry Beckham)과 본인이 한국의 고궁과 국내 박물관 등을 여러 차례 답사하고 고건축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최근 한국 미술사 연구 성과를 반영하기 위해 모든 전시실 안내 자료를 새로 저술하였고, 한국 유물에 대한 팜플렛을 추가로 제작하여 박물관을 찾는 방문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 전시실에서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는 조명이라 할 수 있는데, 한국 예술품의 아름다움이 최대한 잘 전달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순수한 빛을 발산하는 광섬유 조명을 사용하였다. 개관에 즈음하여 박물관은 백자 달 항아리, 18세기 백자 대접 등 2점의 한국 유물을 구입하였으며, 이들은 현재 한국실에 전시된 100여점에 달하는 다른 유물들과 함께 전시 중이다.

한국실 재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버나드 킨게이드(Bernard Kincaid) 버밍햄시 시장은 200여명의 인사가 참석한 재개관 기념식에서 2002년 3월 24일을 한국의 날로 선포하였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 에밀리 사노(Emily Sano) 관장은 이날 ‘미국에서의 한국 미술품 수집’이라는 제목으로 기조 강연을 하여 한국실의 재개관을 축하했다. 사노 박사의 설득력 있는 강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어 버밍햄시의 사설 컬렉션으로부터 서너 점의 한국 유물을 추가로 기증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한국 미술은 앞으로도 버밍햄박물관이 계속 추구해야 할 중요한 사명 중 하나다. 그리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한국 유물은 우리 박물관을 빛내 주는 소장품의 하나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