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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 유라시아 전략판 재편과 중앙아시아 진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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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 유라시아 전략판 재편과 중앙아시아 진출 단상(斷想)

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또한 유구한 역사와 함께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와 종교적 생활을 해오면서 끈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Covid-19 팬데믹 상황 속에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에서 보듯 국력이 약한 약소국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유라시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지정, 지경학적 경쟁은 Covid-19 상황 속에서도 여전하다. 특히 이들 국가들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진출 노력은 이곳에 진출하고 협력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되새길 만한 정책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현대 국제정치역사에서 유라시아는 국제체제(international system) 구도의 성격을 규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라시아 전략판은 국제체제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이자, 그 변화에 영향을 받아 특정 양태를 나타내는 핵심 대상이다. 유라시아 지역은 미·중 전략 경쟁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와 기후 변화(climate change), 소수 민족 인권, 자원 민족주의 문제가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다시금 대륙과 해양의 각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인도, 터키, 몽골, 우크라이나 등 완충지대(buffer zone)로서 주변부 지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의 연장선에서 현재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중앙아시아 5개국, 터키, 몽골 등 유관국 모두 전략적 합종연횡(합종연횡)을 펼쳐 나가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신 거대게임(new great game)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구도이며, 러시아의 대유라시아 파트너십(Great Eurasian Partnership) 구상과 신동방정책, 쿼드(Quad), G7+3, BRICS, SCO 간 각축도 이뤄지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진주목걸이 대 다이아몬드 전략 모형’의 구도도 그려지기도 한다. 유라시아지역은 지·전략적(geo-strategy) 중요성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 대두와 더불어 미래의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라시아 전략판의 재편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우리의 중앙아시아 진출 전략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면 좋을 듯하다. 가장 먼저는 유라시아의 잠재성과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보다 체계적인 유라시아 진출 전략을 수립·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블루오션과 접맥된 21세기 국가전략의 큰 틀을 마련하는데 긴요한 요소이자 기반이기도 하다. 둘째, 유라시아 지역은 ‘경제, 문화가 정치·외교보다 우선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 자원 문제에 집착하기 보다는 실질적 도움이 될 방문 전략과 의제(agenda) 구성이 긴요하다. 중앙아 진출 시 IBRD, EBRD의 투자안전장치, 국제기구의 모형을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금융, 투자 안전망이 가동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며, MOU 체결 시 정치적 측면보다는 문화, 경제적 측면에 우선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이미 체결된 MOU 건에 대해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control tower에서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 넷째, ‘투자와 기술 전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금융 부문에서의 노하우(know-how) 전수, project financing이 가능토록 현지 지분 인수, 확보 노력 강화가 긴요하다. 교육과 학생 교류에서 열린 마음속에 ‘한국 중심의 한국문화 전파’ 이외에 현지인들의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중앙아, 유라시아지역에 대한 한국의 긍정적 ‘국가브랜드’ 제고가 긴요하며, 기여와 위신 외교(prestige diplomacy)의 대상지임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중앙아시아 진출과 접근이 다소 피상적으로 흐른 이유는 우리의 기대가 큰 가운데 일방적 구애의 상황이었고 사회문화적 이해가 부족한 데에 기인하므로, 유목적 성격, 중장기 접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좀 더 세부적으로 진출 전략과 방향을 살펴보자. 첫째, 블루오션의 진출 기반 확충으로 경제·통상 협력의 확대 추진이다.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과 위기 극복, 국가발전 전략 등의 노하우 전수에 관심이 많은 점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것이다. 새로운 상품시장 및 투자지역으로서 경제·통상 협력의 확대 추진 및 여타지역에 대한 경협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기후변화 등 범세계 이슈 해결의 연장선에서 중앙아 각국에 대한 ‘맞춤형 경제협력관계’를 추진하는 등 유라시아 경제발전 모델의 제시 및 전수이기도 하다. 이를 테면 카자흐스탄의 경우 기계화, 농업 발전, 에너지 등 산업 다각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IT 기술, 녹색성장, 한류 문화 등 소프트 파워 확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권을 묶는 새로운 용어로의 접근으로 ‘Green Road’, 녹색성장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유라시아지역 국가들에 대한 지식 인프라 구축이다. 우리는 이 지역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거의 없으며, 축적 기본 자료도 매우 미미한 상황임을 고려, 올바른 데이터의 축적 작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문가 양성을 비롯해 관-산-한 협동연구 프로젝트, 유관 학회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산업 기술면에서의 자료 축적을 포함해 기술협력 커뮤니티 운영, 정보 공유, 유라시아권기술협력단(가칭) 파견 등 정보 공유와 지원이 긴요하다. 셋째, 국가별·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차별적 접근 전략의 추진이다. 유라시아 지역은 유구한 역사적 연륜 속에 국가별, 지역별 차이점이 많이 나타남을 고려해 현장의 느낌을 갖듯 ‘맞춤형’ 접근이 바람직하다. 정체성과 개별성, 소지역 내 역학구도에 대한 이해, 이슬람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페르시아와 투르크의 동화), 타지키스탄(페르시아적 문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투르크-유목문화) 등 3개 그룹으로 구별해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넷째, 주요 강대국들의 유라시아 전략과 동북아와의 정책 연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는 바처럼 유라시아 지역은 미·러·중·일 등 국제정치 주요 행위자들의 거대 게임장인 만큼, 그들의 전략적 입장과 상호 관계 등의 추이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긴요하다. 국가별 소요, 정세불안의 요인이 상존하고 있음도 고려한 가운데 군사안보적 접근에는 신중하게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역내 다양한 다자지역협력체와의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동북아 경제공동체, 안보공동체 구축 등과 연계시켜 미래지향적 모델 사례로서 이에 대한 관심과 접근 강화가 필요하다. 여섯째,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 연장선에서 재외동포의 지위 향상과 한류 확산에 노력하는 것이다. 유라시아지역에는 우리의 고려인들이 아직 많이 거주함에 주목하고, 한민족 네트워크의 구성, 교육, 문화 자료 지원 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려인 산업연수생 우선 배정, 한국어 교육 확대, KOICA의 무상 원조를 통한 직업훈련원 설치 추진, 고려인 모국방문 확대, 고려인 유학생 국내연수 확대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특히 KOICA의 적극 활용을 통한 유라시아 지역 국가 내 미래 고위공무원의 발굴과 ODA를 통한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면 민주화 도미노 확산, ‘오리엔탈 민주주의’(oriental democracy), 민족, 종교분쟁, 영토분쟁, WMD 확산, 테러전의 온상, 마약밀매, 난민, 빈곤, 민중 소요 등 중앙아시아의 불안정성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유라시아협력과 연계하여 동북아 평화·신뢰 증진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것이다. 상생 공영의 유라시아 파트너십 구축의 일환으로 북방경제권과 남방경제권의 전략적 연계를 비롯해 에너지, 물류, 교통, 다자안보 등 중앙아시아와 대(對)러시아 핵심 협력사업의 적극 추진이 중요하다. 유라시아의 중요성을 고려한 가운데 EU, ASEAN, 서남아 지역 국가들과의 교류 강화, 중앙아시아로의 진출 및 북극 진출 기반 조성 등에 있어 러시아의 전략적 위상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상의 내용들은 이미 실천에 옮겨지고 당위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초불확실성이 발현되는 국제질서 재편과 국제환경 변화 속에서 미래 우리의 유라시아 진출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일조하길 기대해 본다.


글 서동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