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서로를 이해하는 좀 더 깊은 관계,
한일 양국을 위한 그 숙제는 우리 모두의 몫

지난 3월 9일 서울에서 제22차 KF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에서 강단에 오른 동경대 강상중 교수는 ‘재일 논객 강상중이 본 신 한일관계’를 주제로 열정적인 강연을 펼쳐 참석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그의 깊이 있는 학문 활동에 힘입어 양국 교류의 발판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기대한다.

강상중 교수는 일본 태생의 재일교포 2세로서 한국 국적 소유자로는 최초로 동경대 교수가 된 입지적 인물이다. 지난 20년간 언론과 저술 활동을 통하여 본인의 표현대로 “교포도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제 보여준 학자이자 시대의 논객이다. 강 교수는 서구의 일본 전문가들과는 달리 일본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동시에 일본에서의 이방인적 삶을 깊게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는 한국, 일본 그리고 아시아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지치도록 모색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을 추구해왔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한일 관계였다. 강 교수의 강연을 정리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본다.



한일 관계의 장애 요소들
현재의 한일관계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작년의 조사에서 일본인의 70%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록 미국에 대한 우호 감정 80%에는 못 미치지만 중국에 대한 우호 감정 35%의 두 배나 되는 것이다. 또한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를 왕래하는 인구는 연간 5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장애 요소 또한 존재한다. 역사 문제, 독도 문제, 북한 문제, 재일교포 참정권 문제, 일본 국내의 구조적 적자 문제 등이다.
역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양국 국민이 역사 이해에 있어서 서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프랑스와 독일이 실험했던 것과 같이 양국의 개방적 여론이 반영된 부교재(subtext)를 만들 필요가 있다. 독도 문제에서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망언이 나오더라도 한국이 감정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독도를 실질적(de facto)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이를 바꿀 수는 없다. 캐나다와 미국도 영토 문제는 존재하지만 그로 인해 양국 관계가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상당히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입장과 전략이 다르면 다를수록 양국 관계의 미래는 험난하다. 하지만 독일 통일에 대해서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지지한 것을 상기하면, 일본도 유사하게 한국의 통일 문제에 있어서 한국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지방 참정권문제는 민주당이 안정적 집권을 계속하면 긍정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의 구조적 무역 적자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결국 한일 FTA를 체결하면 실마리가 풀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치의 변화와 위기
2009년의 일본의 정권 교체는 지난 150년 동안 한 번도 선거를 통해서 정권교체를 한 적이 없었던 일본 정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향후 일본 정치의 행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정권 내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민주당은 하토야마 수상과 오카다 외상 등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오리지널 계열, 오자와 간사장을 구심점으로 하는 구자미당 계열, 그리고 요코미치 등의 구사회당 계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정권 교체를 성사시킨 오자와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그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는 별도로 정보를 장악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오자와는 러시아의 푸틴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일본 정치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이 예측할 수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 자민당은 거의 소멸할 가능성이 있으며, 민주당이 참패하면 보수, 중도 보수, 진보 성향 등으로 분열될 수 있다. 현재 일본 정치에서 논쟁의 핵심은 ‘가치관’의 문제,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그리고 ‘미일 관계’ 등으로 집약된다. 한마디로 일본 정치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와 동시에 일본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일본의 최대의 문제는 재정 적자다. 재정 적자가 800조 엔에 이르는데 이는, 유럽의 그리스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재정 적자는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일본 경제의 그리스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높은 자살률과 고령화, 저출산 문제 등도 장기적으로 일본 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민주주의를 저버리고 과거 군군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다.

한국과 일본의 신시대를 위한 제언
정권 교체는 한일 관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한일 관계는 바뀌지 않는 자민당과 자주 바뀌는 한국 정부와의 관계였다. 한일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은 자민당의 중심의 네트워크를 민주당 중심의 네트워크로 바꾸어야 한다. G20 회의를 주최하는 한국은 괄목한 성장을 한 국가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두 강대국의 틈에서 고래 사이의 새우가 아니라 다이내믹한 돌고래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의 변화는 재일교포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40년 전 재일교포들은 ‘반쪽바리’라고 불렸지만 한국의 성장으로 재외 한국인의 위상은 달라졌다. 현재 재일교포 사회는 교포 5세가 등장하고 1세는 7%에 불과하다. 현재 가장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교포 2세, 3세는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이해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방송이 프랑스어와 독일어 이중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한일 관계의 도모를 위해 KBS와 NHK가 한국과 일본도 한일 이중 언어 방송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일본에게 한국은 중요한 국가다. 마찬가지로 한국에게 일본 또한 중요한 국가다.
강상중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과 일본의 ‘깊은 관계’를 주문했다. 재일교포로서 강 교수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배제의 정체성이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왔다. 그는 연간 500만 명의 한일 국민이 서로 왕래하는 데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강연에서 강상중 교수는 한국이 일본을 보다 잘 이해하고 일본이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하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