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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문화교류 회의

이번 행사에서 각국 대표들은 자국 문화예술 발전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country paper를 발표하고 전체 토론을 통해 '문화'라는 넓은 테두리 속에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현실 문제들을 살펴보았다. 참가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아시아 국가로서의 지역적, 역사적, 문화적 연대감과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남아국가연합, 일명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은 1960년대 중반 월남전의 본격화 등으로 동남아 제국의 공동안보 및 자주독립 노선 등에 대한 필요성 증가에 따라 지역 협력 가능성 모색의 결과로 탄생한 지역협력기구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5개국이 주축이 되어 1967년 창립 선언을 한 이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 등이 속속 가입했고 작년 말 캄보디아가 가입함으로써 현재 동남아시아 10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강력한 지역공동체가 되었다. ASEAN은 역외국가들과의 집단적 협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대화 상대국으로서 호주, 뉴질랜드, EC, 일본, 미국, 캐나다 등과 공식 교류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는 1991년 대화 상대국(Dialogue Partner)으로 ASEAN과의 공식 관계를 시작했다.

이번 회의는 ASEAN국가들과 dialogue partner인 한국의 문화계 실무인사간 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외교통상부와 ASEAN이 주최하고 UNESCO 한국위원회가 주관하여 'cultural Diversity in the 21st Century’를 주제로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과 경주에서 개최되었다. ASEAN 국가에서 8개국 총 24명이 참가하고 국내에서는 재단을 포함하여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 한국영화진흥위원회, 국립현대미술관, 주요 기획사 등 문화관련 기관 실무자 10여 명이 참가하였다.

ASEAN-ROK 회의 참가 연락을 받고, 우선 ASEAN 국가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로 했다. 몇 가지 자료들을 찾을 수는 있었으나, 예상했던 대로 재단은 물론 정부측 자료에도 ASEAN과 한국과의 문화교류 부분에 대한 신통한 자료가 없었다.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지, 또 ASEAN과 우리 나라가 문화부분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은 어떤 것이 있을지, 동남아 대표단들은 어떤 사람들이 참가할지, Fellowship의 담당시절 동남아 국가 중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많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최소한 영어로 의사 소통이 되는 사람들이 와야 할 텐데… 등등, 나는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가지고 회의에 참가하게 되었다.

회의는 ASEAN 참가자들을 위한 한국 역사, 문화에 대한 강연과 회의, 답사로 짜여져 있었다. 행사의 가장 중심 부분인 회의를 통해 각국 대표들은 자국 문화예술 발전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country paper를 발표하고 전체 토론을 통해 ‘문화’라는 넓은 테두리 속에 포괄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현실 문제들--문화정책, 민간부분과 비정부기관의 참여 문제,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 지원,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의 개발과 보존, 테크놀로지의 활용, 서구문화의 거대한 물결과 이의 수용, 21세기의 문화적 도전 등--이 총 망라되면서 참가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아시아국가로서의 지역적, 역사적, 문화적 연대감과 동질성을 확인해 갔다. 회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일부 참가자들은 working group meeting을 구성해‘Arts Festival of ASEAN and Dialogue Partners’ 개최를 제안했고, 전체 회의 추인을 받아 ASEAN국가와 한국간의 ‘예술가 및 관련 기관간의 교류 확대, 문화관련 정보의 교류, 문화관련 네트워크 구축 등’과 더불어 이를 이번 회의의 recommendation으로 채택하고 회의는 종료되었다. 참가자들의 권고안이 각국 정부와 ASEAN 본부에서 채택될지는 앞으로 기대해볼 일이다.

이번 한 번의 회의로 ASEAN과 한국간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들이 제시될 수는 없었으나 문화 관련 기관간의 인적 유대 형성과 문화부분에 있어 범 아시아적 한 목소리를 내는 기회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다. 또한, 회의 중 ASEAN 국가 참가자들이 보여준 진지함과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은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것은 회의 개최 전 가졌던 나의 개인적인 우려들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반면 매회 참석자보다 빈자리가 더 많았던 한국 참가자들의 무성의함은 많은 반성의 여지를 남겼다.
산적한 업무를 잠시 접어두어야 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문화교류’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참가자와 회의 주관 사무국이라는 엇갈린 역할 설정으로 행사장 뒤에서 진행을 위한 고생한 UNESCO 한국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