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닮은 듯 다른 한국, 직접 보고 많이 배워갑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학 워크숍이 지난 9월 27일부터10월 10일까지 진행되었다. 중 고등학교 사회과 교원을 주요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 북부 홋카이도에서부터 남부 규슈까지, 각 도도부현(都道府縣) 교육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23명의 교원이 참가해 소중한 체험을 함께 했다.

일본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은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교육 등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교육 관계자와 교류를 통해 한일 양국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250명의 일본 교원이 초청을 받았다. 올해 초청을 받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체험해나갔다.



한국을 더 깊게 알게 한 유익한 강의와 견학
프로그램의 전반부에는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진의 ‘한국학’에 관한 강의가 중심을 이루었다. 한국의 역사, 교육, 사회, 경제, 정치에 관한 강의는 모두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열의가 가득 찬 내용이 펼쳐져 압권이었다. 강의 중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첫째, 한국 체류 중에 여러 번 실질적으로 체험을 한 한국의 다이너미즘(Dynamism), 둘째, 일제 강점기 이후 해방의 시기와 한국 전쟁 이후 격동의 현대사에서 태동한 내셔널리즘(Nationalism), 셋째, 두 번째와 관련된 역사 인식의 문제였다.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소장인 한영혜 교수의 ‘한국과 일본의 국가 기념일’에 관한 강의에서는 양국 국가 기념일의 특색을 고찰해볼 수 있었다. 한 교수는 일본의 기념일은 역사를 읽어낼 수 없는(탈역사화) 특징이 있는 데에 반해, 한국의 기념일은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역사화) 특징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국가 기념일 제정과 관련해서 한국에서는 나라를 움직이는 주체로서 민중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데 반해, 일본에서는 민주주의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서도 역사 인식의 차이와 그 배경에 있는 전후 격동의 현대사를 강하게 의식할 수 있는 측면이 있었다.
남기정 교수의 ‘한일 관계의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에 관한 강의에서도 이를 통감했다. 남기정 교수는 1905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장 국가(戰場 國家)이던 한국은 휴전 체제에 놓이게 되었으며, 일본은 미일 안보 체제에 의한 기지 국가(基地 國家)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규정하고, 1965년의 한일 기본 조약 체결을 통해 양 국가의 결합이 성립되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의 전후 사회는 강렬한 내셔널리즘 아래 자주화와 근대화의 대립을 바탕으로 전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과 그 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군사 정권이 약 30년에 걸쳐 지속되어 한일 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세계 속에서, 그리고 아시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한일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귀중한 제언이었다.
강의 이외에, 서울사범대학 부속 중학교와 문영여자고등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짧은 시간에 이뤄진 방문이었으나 수업 참관을 포함하여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협력으로 한국의 평소 학교 생활 모습을 직접 견학할 수 있었는데, 우리의 학교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체험이 되었다.
호스트 패밀리와 함께 생활한 하루는 가족과의 교류나 자택 방문 등 아주 사적인 부분까지 체험하는 것이어서 한국을 무엇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었고,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마지막 방문지인 판문점에서는 민족과 국가의 분단이라는 비극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분단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그 유례가 없는 냉전이 남긴 유산으로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어, 일본인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보고 느끼다
워크숍 프로그램의 후반부는 역사 유적, 문화재, 박물관 등의 현지 답사로 이어졌다. 서울을 벗어나 백제의 고도(古都)인 부여, 세계 문화유산인 해인사를 거쳐 신라 천 년의 도읍인 경주에 다다랐다. 특히 경주에서는 고분(古墳) 공원, 왕궁 관련 유적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사적(史蹟) 및 문화재를 직접 보면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귀중한 조상의 궤적인 유적을 지켜서 후세에 계승해나가려고 하는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할 수 있었고, 과거 일본 열도와 문화 교류가 얼마나 빈번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던 방문이었다. 이외에도 안동의 하회 마을에서의 체험은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하회 마을은 조선 시대의 주택 양식과 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현재에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민속 마을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올해 8월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개인의 저택으로서 가장 훌륭하게 지어진, 200여 년 된 북촌 고택(古宅)에서 민박을 했는데 마치 내가 양반이 된 듯한 기분에 젖어볼 수 있는 감명 깊은 하룻밤을 보냈다.
이번 연수를 통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에서 다시 한번 한국과 일본의 ‘비슷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부분’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느끼는지는 연수에 참가한 23명의 일본 교원마다 제각각 다를지 모르지만 한국이 가까운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된 점일 것이다. 교육자 워크숍은 ‘마음과 마음의 교류’를 위하여 국제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열의의 표현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처럼 귀중한 연수의 기회를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며, 아울러 앞으로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