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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의 세심함에 감동 받고 갑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요리 관련 출판사인 알 시르키스(Al Sirkis)의 루스 시르키스(Ruth Sirkis) 대표와 라파엘 시르키스(Rafael Sirkis)이사장이 한국을 찾아, 양국의 음식과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세 번째 방문이지만 마지막 방문이 무려 15년 전이었기에, 몰라보게 달라진 공항에서부터 그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중동에 사는 제게 한국은 극동의 아주 먼 나라라고 볼 수 있지만, 이스라엘에도 널리 알려진 삼성이나 엘지 같은 브랜드 덕에 산업적으로 매우 발달한 나라라는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덕에 전반적으로
한국하면 훌륭한 상품과 효율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요.

이스라엘의 음식 출판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해 오셨습니다. 훌륭한 음식이란 어떤 음식이라 생각하십니까?
신선하고 훌륭한 재료를 쓰는 게 첫 번째로 중요하겠지요. 요리하는 사람이 정확한 조리법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만드는 이의 마음
가짐입니다. 제가 쓴 책 중 가장 성공적
이었던 것 중 하나가 ‘사랑으로 요리하기
(Cooking with Love)’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제목처럼 저는 마음가짐이 좋은 음식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북아프리카의 쿠스쿠스는 한국의 밥처럼 흔히 먹는 음식인데, 이 음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요리사가 마지 못해 만드는 음식은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그러한 마음을 느낄 수가 없겠지요. 정성과 마음이 깃든 음식이라면 맵고 짜고 하는 식의 구체적인 맛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제 한국에서 맛 본 궁중 음식에서도 그런 지극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식 하나 하나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정성이 접시마다 느껴졌어요. 동그란 전을 만들 때 얼마나 세심한 요리사의 정성이 들어가는지를 생각하니, 그 훌륭한 음식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지요.


한국 음식 중 가장 입에 맞았던 음식은 무엇이었습니까?
여러 음식을 접해 보았고 각기 특별한 인상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식사는 제가 묵던 호텔 근처에 있던 숯불갈비집에서의 식사였습니다. 호텔 앞에 나가 거리를 둘러보다 손님으로 꽉 찬 이 식당으로 무작정 들어갔었어요. 영어를 하는 직원도, 영어 메뉴판도 없는 그야말로 한국적인 레스토랑이었지만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제가 먼저 요청하기도 전에 상이 꽉 찰 정도로 반찬이 차려졌고, 돼지갈비는 맵지 않으면서 균형 잡힌 달콤함이 환상적이었습니다. 다른 테이블의 한국인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쌈도 싸 먹어 보았습니다. 적당한 때에 불판을 교체해 주었던 세심함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바로 이런 정성과 세심함이 돋보였기에 그 날 그 곳에서의 한국 음식이 우리에게 큰 기쁨과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지요.

이스라엘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한국 음식과,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이스라엘 음식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앞서 말한 숯불갈비는 이스라엘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주로 피타(Pita) 같은 커다란 빵과 함께 식사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해, 주 요리 외에 몇몇 반찬의 내용과 맛에 대해 현지화 전략은 필요하겠지요. 한국인들에게는 이스라엘의 거리 음식들을 소개하면 어떨까 합니다. 병아리콩으로 만든 호무스(Humus)와 팔라펠(Falafel), 참깨 페이스트를 이용한 타히나(Tahina) 등이 그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들을 피타에 싸서 길을 걸으며 먹곤 합니다. 한 끼 안에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 등의 주요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있는 이들 거리 음식에는 팍팍한 삶을 견뎌 온 이스라엘 사람들의 힘이 담겨 있습니다. 뉴욕의 맨해튼에도 이런 음식들을 파는 레스토랑이 몇 있는데 이들은 모두 현지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식과 이스라엘 음식은 잘 어울릴까요?
삼계탕을 먹으면서 어머니를 떠올렸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치킨 수프와 삼계탕에는 어떤 유사점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요리법이라든지 재료 등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중해의 대표적인 식재료 중 하나인 가지를 예로 들면, 이스라엘에 있는 20여 가지의 서로 다른 가지 요리들과 한국의 전통 소스들이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이들을 한데 모아 제대로 된 한 끼의 상을 차릴 수도 있을 정도이지요.

이스라엘 음식을 널리 알려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의 세계화 전략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이렇게 한국을 방문해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도록 해 준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라면, 우선 한 음식을 아는 것과 보는 것, 그리고 직접 가서 맛보는 것은 서로 전혀 차원이 다른 활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책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될 기회를 늘이고, 음식 품평회나 파티 등을 통해 한식을 체험하게 하고, 한식 레스토랑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다방면에 노력을 쏟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스라엘의 한국 대사관에서는 각종 리셉션을 통해 한국 음식을 선보이곤 하는데, 이 역시 좋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사람은 이번 방문을 통해 맛본 한국의 음식에 대한 글을 쓸 예정이니, 이런 노력들이 쌓여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차츰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누군가 한식 레스토랑을 열고자 할 때, 한식 재료를 조달할 수 있는 도매상이라든지 기타 한식 요리에 필요한 기기를 구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에 대한 도움도 꾸준히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