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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5명의 연주자들의 송년음악회 열정으로 가득 찬 무대

지난 12월 8일, 2010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송년음악회 ‘비상’이 광화문에 위치한 금호아트홀에서 개최되었다. 저무는 한 해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2010년을 리뷰하며 5명의 젊은 연주가와 그들의 열정적인 무대를 만날 수 있었던 송년음악회 ‘비상’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무대에 5명의 청년들이 조용히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자 흐느끼는 듯한 바이올린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무슨 곡일까 갸웃거리다 ‘아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아리랑이었다. 지금까지는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아리랑 해석에 다소 들떠있었던 객석은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리랑 가락이 애절하면서도 강하게 귓등을 울렸다. 이렇게 이번 한국국제교류재단 창립19주년 기념 송년음악회 ‘비상’은 한국인에게는 가장 익숙한 아리랑의 음률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날 송년음악회라는 큰 무대를 책임진 연주가는 다름아닌 4명의 젊은이들로 이뤄진 노부스 콰르텟(Novus Quartet)과 피아니스트 김태형이었다. 노부스 콰르텟(바이올린 김재영/리더), 김영욱, 비올라 이승원, 첼로 문웅휘)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주목 받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젊은 현악4중주로 그동안 KNUA챔버콘서트와 국회의사당 연주를 시작으로 하이든 페스티벌 초청공연,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등 다양한 무대에서 폭넓은 레퍼토리로 청중을 만나왔다. 그러면서 솔리스트 연주자들만 양성되는 우리 음악계에 20대의 젊고 매력적인 남성들로 구성된, 실력 있는 현악4중주의 탄생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클래식 음악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 이날 노부스 콰르텟과 함께 등장한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2004년 포루투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1위 우승과 베토벤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해 2007년 롱-티보 국제 콩쿠르, 2008년 그랑프리 아니마토국제 피아노 콩쿠르, 2010년 세계 권위의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5위에 오르며 국제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로 무대에서 당차고 개성있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슬픈 정서의 <로자문데>와 수많은 실내악 중 가장 명작인 피아노 5중주 E장조 작품44
아리랑 음률이 잦아들자 노부스 콰르텟이 첫 작품으로 선택한,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3번 가단조 ‘로자문데’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초연 당시 ‘정말 순결하고도 부드럽게 연주된다’는 슈베르트 친구의 표현이 꼭 들어맞는 이 곡은 전곡에 흐르는 슬픈 정서로 대표되는 곡이다. 1악장에서 제1 바이올린이 서주의 테마를 연주하며 주요 테마를 제시하면 제2 바이올린이 짧고 평온한 선율을 연주하게 되고 2악장에서는 슈베르트가 작곡한 멜로디 중 가장 아름답다는 선율이 청중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신다. 환상적이고 해학적인 무곡으로 3악장을 넘어가면 4악장에서는 다시 매혹적이며 경쾌한 리듬이 연주된다. 5명의 청년들의 순수하고도 부드러운 감성을 잘 나타낸 이 ‘로자문데’는 전 악장에 흐르는 슬픔과 회한을 연주하기 위해서 음악성과 연주력이 특히 요구되는 작품으로 곡 전체를 아울러 절묘한 테마가 들어있어, 현악 합주의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곡이었다. 이런 ‘로자문데’를 ‘유려하고도 신선하게’ 표현한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끊임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침착을 잃지 않아 보이는 이 청년들은 곧 이어 두 번째 곡인 슈만 피아노 5중주 E장조 작품44를 김태형과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곡은 슈만의 실내악 곡 중 가장 명작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피아노의 합세로 현악4중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화려함과 장중함이 더해져 훨씬 풍부한 연주를 기대할 수 있는 곡이었다.
드디어 1악장이 시작되고 마치 대서사시를 따라가듯, 피아노 5중주가 서로의 파트를 이끌며 조화를 이루어내다가 2악장에서는 장송행진곡풍의 비가가 연주되었고, 또 2악장 중간부에 이르러서는 아련한 회상과 격한 감정으로 폭발적으로 연주하는 부분이 등장해 현악4중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음향적인 특색을 들려주기도 했다. 3악장을 지나 마지막 곡의 클라이맥스와 피날레를 연주할 때는 용솟음치는 피아노와 현악기 활의 격한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힘찬 멜로디가 청중들의 눈과 귀를 지배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렇게 화려한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거의 터져나갈 듯한 박수소리와 함께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결국 세 번이나 커튼 콜을 받은 노부스 콰르텟과 김태형은 수줍은 모습으로 다시 들어와 들뜬 청중들을 달래려는 듯 ‘고요한 밤’을 들려주었다. 5명의 젊은이들이 선택한 곡이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것을 안 관객들은 흐믓한 미소를 보내며 그들과 함께 감미로운 캐롤에 빠져들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