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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국의 날’,타타르스탄 카잔에 펼친 한국 잔치

2010년 11월 5일과 6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차 한국학 워크숍이 끝난 뒤
한국학자들의 모임 자리가 마련되어 ‘독일어권 한국학회’의 창립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 회의 이후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결성하게 된 독일어권 한국학회의 창립 배경과 의미를 살펴본다.



카잔 연방대는 러시아 중부 볼가 유역의 명문으로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이다.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동양학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했고,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수학한 대학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명문대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카잔 연방대에서는 매년 각국의 정상들과 유명 인사들이 방문하여 강연회를 여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지난 2년 사이에 중국 주석 후진타오, 미국 국방부장관 힐러리 클린턴,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 유럽 각국 대통령 등이 강연회를 열었다. 한국 기업이 진출하지 않았고 한국 교민이 거의 없는 이 지역에서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되어 창립 3주년 기념 한국의 날 행사를 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어 노래자랑’과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의 작품 전시 및 공연
이날 행사에는 일샤트 카푸로프 카잔 연방대 신임총장과 이윤호 주러시아 한국 대사를 비롯한 많은 초빙 인사, 대학교수, 학생들이 공연 홀을 가득 메웠다. 카잔 연방대 총장은 이 자리를 통해 내년도 한국어문학과 신입생 모집과 지원 확대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행사에는 카잔 볼가강 지역 여러 대학교에서 예선을 거친 각 대학 한국어 노래 팀 10팀이 참가했으며 열띤 경합을 통해 우승 팀을 가려야 했다. 참가 동기도 다양했다. 단순히 한국 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아니면 중국에 갔다가 만난 한국 친구에게 받은 음악이 좋아서, 또 어떤 학생은 행사 홍보지를 보고 상품에 욕심이 나서 무작정 한국 노래를 배워온 학생들도 있었다.
상장과 상품은 1, 2, 3등 모두 평소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해서 OST를 따라 부르던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1등을 수상한 한국어문학 전공 3학년의 율리아 양은 노트북보다 참가상으로 주어진 한국 영화 DVD 세트가 더 갖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말해 많은 사람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공연장 입구에서는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이 그동안 준비한 작품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어로 직접 쓰고 만든 시, 소설, 편지, 포스터, 광고 전단지, 영화 감상평, 기행문 등은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리였다. 학생들의 작품은 러시아어로 번역되어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날 자리에 참여한 한 한국 교민은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며 자신보다 영화 감상문을 더 잘 쓰는 것 같으니 학생들의 취직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다는 말을 하며 격려해주기도 했다.
한편 노래자랑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어문학 4학년 전공생들이 준비한 사물놀이 축하 공연이 열렸는데 학생들은 1여 년간 준비한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연주 중간에는 꽹가리의 리듬에 따라 관객들이 박수로 호흡하는 흥겨운 자리도 마련되었는데 학생들의 도움으로 카잔 연방대 카푸로프 총장과 이윤호 한국 대사가 함께 호흡을 맞춰 꽹가리를 연주하기도 했다.
한국어문학 3학년 학생들이 준비한 태권무는 한국의 전통 무술인 태권도와 무용을 결합하여 음악에 맞춰 보여준 신선한 공연이었다. 연습 시간이 짧아 발차기를 하며 넘어질 뻔하거나 방향을 잘못 도는 등 작은 실수가 있었으나 오히려 관객들은 큰 박수로 학생들의 실수를 격려해주어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한국에 대해 낯선 카잔에 한국을 알리다
한국의 날 행사는 한국어문학과 홍보와 더불어 한국에 대한 홍보도 함께 이뤄지도록 기획한 자리였다. 모스크바와 12시간 거리이고 러시아 내 생활경제지수 3위의 도시임에도 한국의 기업과 교민이 적다는 이유로 이곳 카잔 연방대학이 위치한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수도 카잔은 한국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으로 이번 행사에서 한국관광 사진전도 함께 열고,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 안내 책자도 배부해 많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행사 당일 입장객들은 행사장 입구에 놓인 한국 전통 과자를 맛보며 한국의 음식을 접할 수 있었고, 한국 홍보 영상을 통해 한국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노래 자랑에 참가한 학생들이 노래를 부를 때 무대 뒤편에서 상영한 뮤직 비디오는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러시아 내 다른 대학의 동양 언어 전공도 마찬가지지만 카잔 연방대학에서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중국어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아직까지 러시아 내에서 한국어문학 전공이 개설된 대학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은 동양언어학 또는 국제지역학에 제1외국어 전공이나 제2외국어 강좌로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행사 후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한국어문학과 신입생 문의가 잇달아 행사가 성공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래자랑에 참가한 카잔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알리사 양은 부모님께서 노래를 연습할 때는 시끄럽다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화만 내시더니 행사에 다녀오시고는 한국어문학과에 편입할 수 없는지 알아보라고 하셨다며 편입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카잔 연방대학이 위치한 타타르스탄 공화국 전역에서 한국어문학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역량 있는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와 카잔 연방대학 한국어문학전공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