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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을 맞으며

우리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같이 국제교류를 주 활동 내용으로 하는 사회기구의 입장에서 본다면 달력상의 새해란 그리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문명권에 따라서 새해의 시작이 다르고, 사업년도의 시발점도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3년 새해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하나의 시발점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 재단도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각오로 이 해의 업무를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가를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 주는 사건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변화의 의미를 잘 읽어내며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기관들은 도태되는 반면, 도전에 잘 부응하면 획기적인 발전도 이룩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우리 재단의 운명도 그러한 시대적 요구를 어떻게 잘 읽어내고 어떻게 적절하게 대응하는가 하는 우리의 자세와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2001년 9월 11일 사건 이후 불안과 전운이 감돌고 있는 국제 환경이나 최근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되고 있는 긴장감 또한 우리 재단이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데 특히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될 요소들입니다.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강한 긴박감 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여러 가지 교류 활동, 특히 외국의 주요 정책연구소들과의 협동 연구나 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이해의 증진을 강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국내외의 정치적 동향과 직접 관계 없이도 우리 재단은 시대적 변화에 맞게 재단 활동을 계속 점검하며 개편 또는 보완해 나가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한국 전문가 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장학지원 프로그램을 강화, 개편했으며, 인터넷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별도의 담당 팀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재단 활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맥킨지컨설팅을 초빙하여 업무 분석 및 평가를 받아 그 과정에서 나온 좋은 제의를 적극 수용하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교류가 미진한 지역에 관심 가져야
금년 재단의 주요 사업들은 예년의 틀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상태로 계속할 것입니다. 이제 세계의 50여 대학에 한국을 전공으로 하는 기금 교수직이 설치되어 한국연구의 토대 역할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에 관해 공부하고자 해도 기회를 얻기 어려운 곳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 관한 출판물이나 다른 매체들을 자기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접하기가 매우 어려운 나라들도 많습니다. 최근 우리와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칠레를 비롯한 남미 지역 등은 아직도 대학에서 한국 관련 강의가 정규과목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 별로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한국연구 지원이나 자료지원 사업을 지금까지 혜택을 받아오지 못한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가 되겠습니다. 학자나 예술인, 여론지도층 간의 교류도 비슷한 실정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일본이나 중국 같은 가까운 이웃들과의 심층적 의견 교환 기회를 확충하는 일도 주요한 과제입니다. 작년부터 한ㆍ중ㆍ일 간에는 차세대 지도자 교류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예에서처럼 일본의 국제교류기금 등 우리와 유사한 국제교류기구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펴나갈 기회를 좀더 활발하게 모색할 것입니다. 올 여름에 아시아ㆍ유럽 재단 및 한국교육개발원과 공동 주최하는 교육관련 국제회의를 기획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라 하겠습니다. 아울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전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될 것입니다.

사회·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그러나 앞으로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 재단이 가장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일 중의 하나가 IT 혁명에 따르는 사회적 변화이며, 그러한 변화를 우리 재단이 어떻게 적절하게 수용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지난해 월드컵 경기나 대통령 선거 때 보았듯이 매체의 적절한 활용 여부에 따라서 사업의 성과는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에 맞추어 일의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위로부터의 제안이나 지시보다도 밑으로부터의 창의적 참여가 재단 일의 성과를 판가름하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능동적 업무자세를 높이 평가하는 인사관리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2003년 새해와 함께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 재단의 재원이 되는 국제교류기여금을 다시 복원시키고, 민간기구로서의 재단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일에서부터 그 동안 외국에서 구축해 놓은 Korea Foundation에 대한 좋은 인상과 그에 걸맞은 기대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우리 활동을 양적으로 확장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우리 재단 임직원들의 단합된 노력은 물론 재단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계신 국내외 지지자 여러분들의 성원과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청됩니다. 지금까지의 따뜻한 관심과 호응에 감사드리는 동시에 앞으로의 계속된 성원을 부탁하는 것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