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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대학교의 한국학 프로그램

미국 미시간대에서 한국학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은 1995년이다. 한국학 프로그램의 탄생은 이렇듯 늦었지만 미시간대 한국학 연구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이곳 앤아버(Ann Arbor)에서 쓰여진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논문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수많은 한국 출신 졸업생들을 배출하기도 한 것이다. 또한 주로 아시아 언어 문화학과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관련 강좌를 운영해오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연유에서인지 미시간대의 한국학 프로그램은 7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지난 지금 북미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등장했다.

양적, 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활동
현재 한국학 프로그램에는 6명의 핵심 교수진이 있다. 두 명의 한국어 강사(박지현 · 최창용)가 한국어 기초부터 고급까지 강좌 일체를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어 프로그램에 관한 책임은 한국불교 분야의 조은수 교수가 맡고 있다. 또한 Henry Em 교수는 식민지 시대 역사를 연구하는 탁월한 사학자이며, Meredith Woo-Cumings 교수는 한국 정치·경제의 권위자이자 저명한 비교정치학자이다. 그리고 한국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필자는 한국의 정치 · 경제와 해외 한국인에 관한 저술을 많이 해왔다.

그 외에도 수많은 미시간대 교수진들이 한국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 Han Kim 교수는 금융 분야의 개척자적인 연구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두 명의 영화학자, Frances Gateward 교수와 Abe Mark Nornes 교수도 한국 영화에 대한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으며, 김종진 교수는 건축 및 도시계획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 외에도 한국 연구와 지속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교수진이 많이 있다.

미시간대에서 한국학 관련 연구 및 프로그램이 활발하다는 것은 이 밖에도 쉽게 눈에 띈다. 우선 많은 이들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는 컬로퀴엄 시리즈에 참가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는데, 올해에는 북한 전문가인 컬럼비아대 Charles Armstrong 교수를 비롯해 저명한 한국계 예술가인 조지 메이슨 대학의 David Chung 교수 등 다양한 인사들이 연사로 초빙되었다. 또한 주요 국제회의를 주최하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성공리에 개최된 Henry Em 교수 주관의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에 관한 회의로서, 그 결과물은 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위원회에서 곧 책자로 발간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학 프로그램은 미시간대의 다른 지역학 센터,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학 센터와 일본학 센터 등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한국의 연세대 및 이화여대와도 교류협정을 맺고 있는데, 향후 더 많은 한국의 대학과 교류 관계를 맺을 예정이다.

대학 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원
이렇듯 미시간대에서 한국학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이다. 먼저, 미시간대의 학문적 우수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최고의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되었고, 광범위하고 활발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동창생들이 한국학 프로그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필자가 앤 아버에 도착해서 깜짝 놀랐던 것은 이 지역의 동창생들이 한국학 교수직 설치를 위해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점이다. 그들 중 일부는 컬로퀴엄 시리즈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있으며, 고맙게도 일부 동창생들은 한국과 미국의 지원기관과 다리를 잇는 역할도 해주고 있다. 또한 지역학 센터의 상위 기관인 국제연구소는 다른 무엇보다도 특히 한국학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능동적인 성격의 Michael Kennedy 소장은, 비록 서툴지만 기초회화 한국어를 마스터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학 프로그램을 위해 학자들을 끌어오고 재원을 확보하는 데 열성적이기도 하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시간대는 한국학 발전에 매우 기름진 토양이 되어왔다. 미국 내 대학 도서관 중 그 규모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시간대 도서관은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한 아시아학 도서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학 장서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시간대가 곧 북미 지역 도서관 특화 컨소시엄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미시간대에서는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치고 있다. 대학 박물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주요 한국 미술품 전시회를 개최해 왔으며, 수많은 학부생 단체들이 한국의 사회 문화 행사를 펼쳤는데, 가장 최근에는 본격적인 한국의 민속 춤 및 음악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바야흐로 음악이든 연극이든 미시간대에서 한국은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단기 향후 계획
프리만재단의 지원금으로 한국 문학 및 영화 분야의 박사후 과정이 미시간대에 설치되었다. 따라서 이 박사후 과정을 교수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향후 몇 년 내 인류학과 같은 사회과학 분야 학자, 역사학자(바라건대 근세 이전 전공자), 그리고 예술이나 음악 분야의 인문학자를 한 사람씩 더 확보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또한 한국학 프로그램을 한국학 센터로 전환시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사실 상당히 야심찬 계획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최소한 두 석의 한국학 지명 석좌 교수직이 설치될 가능성이 있으며, 교수진 및 행정 당국도 미시간대의 한국학 프로그램과 한국학 센터를 북미 최고의 한국학 중심으로 성장시키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John Lie 교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학 교수이며, 미시간대 한국학 프로그램 및 일본학 센터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