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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가 숨쉬는 뉴질랜드

한국에서 뉴질랜드에 대한 인상은 '지상의 마지막 파라다이스' 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상당히 긍정적이다 보니 누구나 한번쯤은 뉴질랜드에 가봤으면 하는 생각과 더 나아가서 아예 거기에서 정착하여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만큼 뉴질랜드에 대한 좋은 인상과 환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일례로 최근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의 이민 선호국으로 뉴질랜드가 캐나다, 미국, 호주에 이어 4번째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가 우리 나라와의 교역면에서 상위 5위 내에 들 정도로 양국은 경제교류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뉴질랜드는 지리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반도 보다 큰 영토임에도 인구는 380만에 불과하여 인구 규모로 보면 '작은' 국가라고 인식 할 수 있으나 뉴질랜드는 OECD 회원국으로서 삶의 질 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대열에 올라 있는 선진국가이다. 한국 전쟁중 병력을 파견하기도 했던 뉴질랜드는 1962년도에 우리 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하였으며 1986년도부터 우리 국민의 본격적인 이민이 시작되면서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경제교류에서 우리 나라의 주요 교역대상국이면서 우리에게 '지상낙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지난해 2개월간 연수기회를 갖게 된 것은 나에게는 특별한 계기요 행운이었다. 뉴질랜드 연수는 크게 6주간의 영어연수와 2주간의 Asia 2000 Foundation (주석 1) 연수였는데 특히 Asia 2000 Foundation에서 2주간의 연수는 정말 눈 깜짝할 정도로 빨리 흘러간 시간이었으나, 돌이켜 보면 가장 보람이 있었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A2F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뉴질랜드가 자국의 외교정책에서 얼마나 아시아를 중시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땅덩이에 비해 극히 작은 규모의 인구를 갖고 있으니 오염되지 않은 환경과 세계 최고 수준의 삶의 질을 누리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시장규모가 너무 작고 1차 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 보니 우리 나라 보다 더욱 심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게 되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이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아시아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따라서 세계경제, 특히 아시아경제가 불안하고 침체되면 그 여파가 뉴질랜드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한편 뉴질랜드의 이민 장려 정책에 힘입어 그간 아시아 지역에서부터 유입된 이민자들이 정착하여 뉴질랜드 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며 다른 민족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으며 그밖에도 해마다 어학연수 및 유학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아시아계 사람들의 수가 증가 추세에 있는 등 아시아 지역이 뉴질랜드 경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주석2) 뉴질랜드가 아시아 지역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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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1) 뉴질랜드 외교통상부가 대 아시아정책 전략 "Asia 2000"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여러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1994년 9월 21일에 설립한 비영리 국제교류기관

(주석2) 2000.4월 A2F가 여론조사기구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인들은 자국의 미래에 중요한 지역으로서 아시아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남태평양국가, 유럽, 북미 순 이었다.

Asia 2000 Foundation은 뉴질랜드 문화관련 기관 방문 및 관계자 면담을 주선함으로써 뉴질랜드 문화·예술 전반 현황과 양국 문화교류 증진의 필요성을 이해 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었는데 그 일정 하나 하나가 아주 세심하고 여러 가지를 배려한 흔적이 보였다. 뉴질랜드 예술과 문화에 대한 기본 인식을 갖게 하려고 많은 박물관, 미술관, 문화관련 기관 및 정부부처 등을 방문케 하였고 양국관계 전반을 알 수 있도록 뉴질랜드 외교부 및 현지 진출 한국무역관 방문 및 한인회장 면담 등 뉴질랜드내 한국인의 생활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함으로써 많은 것을 듣고 배울 수 있었다.

뉴질랜드 문화관련 기관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문화교류에 있어서 양국간의 교류가 생각보다 저조했다는 점이다. 면담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과 교류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될지, 어디와 연락해야 될 지 모른다' 라고 하며 양국간 문화교류 부재의 원인을 찾았다. 양국이 지리적으로 먼 원인도 있겠으나, 우리는 항상 우리가 설정한 '주요국가' 위주로 교류를 해왔고 뉴질랜드는 뉴질랜드대로 정보부족 등을 이유로 한국과의 교류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오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렇듯 양국간의 문화교류가 오랜 기간동안 거의 없다시피 하다보니 상호 정보부족과 인식부족이 더 한층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뉴질랜드에 가기 전 까지만 해도 그토록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뉴질랜드 문화 하면 유럽계 이민자들과 뉴질랜드에 최초로 정착한 마오리(Maori)가 만들어내는 역사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실제 가서 2달 동안 생활하다 보니 유럽 문화, 마오리 문화, 남태평양 문화, 아시아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듯 아시아 문화가 하나의 문화로서 타문화와 공존하며 자리잡아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에 관심이 생겼고 이를 눈여겨보고자 노력했다.

일례로 타국과의 음식문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우리 나라의 인식 정도가 어떠한지를 피부로 쉽게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싶다. 뉴질랜드는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국가이니 만큼 먹는 것 또한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 물론 뉴질랜드에서도 중국음식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서 이미 자리를 잡았으며 '아시아 음식'이라고 간판이 붙어 있는 식당의 대부분은 중국인이 경영하는 중국음식 위주의 식당이다. 중국인의 오랜 뉴질랜드 이민 역사를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주3) 일본 음식의 경우, '스시'(Sushi)는 이미 이곳 사람들의 'Takeaway' 음식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그 양과 모양을 다양화시킴으로써 특히 점심을 간단하게 먹으려는 사람들이 식당 앞에 항상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밖에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등 다른 국가들의 음식도 각기 고유의 맛과 현지화 된 맛을 겸비하여 자국 문화를 대표하고 있고 이곳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음식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국의 독특한 맛을 살리면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음식 맛을 현지화 하는데 성공하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도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면 인도식 소스냐 아니면 뉴질랜드식 소스냐 하고 물어 볼 정도로 다양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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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의 뉴질랜드 정착은 무려 18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이를 찾아 중국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