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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국경이 없다

우선 내가 한국에서 공부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한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살아있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고 특히 많은 일이 있었던 작년 한해 동안 한국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내겐 큰 행운이었다. 내가 지난 일년 간 한국에서 보고 느꼈던 많은 일들을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내 모교인 부다페스트 ELTE대에서 나는 일본학을 전공하였으며 틈틈이 한국관련 수업을 수강했다. 그때부터 한국과 일본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생각하는지 알고싶었는데 이제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언어
내가 지리적으로 유럽의 가운데에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중앙아시아인으로 구성된 나라인 헝가리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특히 한국과 일본에 친근함을 느껴왔다. 헝가리어 또한 우랄알타이 언어이고, 그 문법도 한국어와 무척 비슷하다. 심지어 헝가리어로 이름을 표기할 때,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성을 먼저 쓰고 이름을 나중에 적는다.

내가 발견한 한국어나 일어와 헝가리어의 흥미로운 차이점은 존칭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한국어로 자신의 부모님 얘기를 할 때 사람들은 '계시다' 또는 '잡수시다' 등의 능동태의 존칭형태를 사용한다. 일본어인 경우 타인의 부모인 경우 '이랏샤르(いらっしゃる; 계시다)'나 '메시아가르(召し上がる; 잡수시다)를 사용하지만, 자신의 부모를 얘기할땐 '오르(おる; 있다)' 혹은 '다베르(食べる; 먹다)' 등의 피동태 존대를 사용한다. 반면, 헝가리어에는 특별한 존칭이 없다. 예를 들어 부모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시 할때는 부드럽게 예의를 갖추어 말하는 것이 존경심을 나타내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한국어 '아빠'가 헝가리어로는 'Apa'인데 양 국어에 이처럼 비슷한 단어가 많다는 것도 참 흥미롭다. 한번은 한국인 친구와 식당에 갔는데, 친구가 '반찬'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 얘기해 준 적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고구마'에 관한 것인데, 친구가 처음 그 얘기를 했을 때 아주 깜짝 놀랐다. "간혹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있다는 얘긴 들어봤어도 '곰'도 먹다니!" 일어로 작은 곰이라는 뜻인 'Koguma'가 한국어로는 맛있는 고구마였다.

음악
나는 여섯 살 때부터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고, 항상 음악은 나의 일부였으며 지금까지 헝가리는 물론 다른 나라의 많은 전통음악을 배워왔다. 내가 열 한 살 때쯤 헝가리어로 개사한 '아리랑'을 배웠다. 그때는 아리랑이 한국민요인지 몰랐지만 아마도 이것이 내가 접한 최초의 한국문화일 것이다.

어떤 나라든지 국가의 존속을 위해 전통음악 등 문화의 보존은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고유의 역사와 문화 속에 많은 외국의 문물이 유입된 많은 작은 나라들이 전쟁의 아픔을 겪은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비록 그 나라가 전쟁이나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인해 큰 나라에 영입되는 최악의 상태에 처했다 할 지라도 전통음악은 국가의 단합을 유지시키는 힘이 있다고 나는 믿고있다. 아마도 한국이나 헝가리가 과거 어두운 시절 속에서도 전통음악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몇몇 한국인들에게 민요 불러달라고 청 한 적이 있었는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국의 민요를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감동도 받았다 일본의 경우,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일본 젊은이들은 전통일본음악을 모르고 있었던 반면 전래동요를 많이 알고 있었다. (본인은 현재 한국의 전래동요를 수집하고 있는데 혹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은 e-mail로 연락 바란다)

맺음말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헝가리 작곡가 코달리 졸탄(Kodaly Zoltan)은 "아이들을 위해 우선 그 나라의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고 인접한 나라의 음악은 그 다음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먼 나라의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 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그가 어느 나라에 속해있는지를 알 수 있고 또한 동시에 세계와 친화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 나라의 역사를 모르면 외국의 역사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코달리는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굳게 믿고 있으며 앞으로 음악을 통해서 국가간의 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