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아시아 페스티발

필자는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1일까지 뉴질랜드에서 열린 Asia Festival에 서울예술단 사물놀이팀과 함께 참가하였다.

한반도의 1.5배의 크기인 땅에 약 400만명의 적은 인구가 사는 뉴질랜드는 신대륙 발견이후 만들어진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백인들의 정착, 원주민들의 저항 그리고 이어지는 전쟁과 원주민들의 멸종, 강자의 승리라는 슬픈 사실(史實)을 가지고 있다면, 뉴질랜드는 1840년 마오리족과 백인간에 평화공존을 협약한 와이탕이조약을 기초로 비교적 평화롭게 건국되었다.

150여년을 다수의 백인들과 소수의 마오리족의 나라였던 뉴질랜드는 80년대이후 아시아이민이 계속 늘고 있으며, 아시아와의 무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아시아의 일원이라는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Asia Festival은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뉴질랜드인들에게 소개하여 아시아에 대한 친밀감과 이해를 높이고자 재단과 유사한 기관인 뉴질랜드 아시아 2000재단의 주관하에 격년제로 개최되는 행사로 올해가 3번째이다.

3월 22일 12시간의 긴 비행 끝에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 도착하였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농축산물 반입제한 규정을 가진 나라이다. 허가없이 반입되는 모든 농축산물은 폐기처리되며, 동물 가죽으로 만든 악기들도 검역을 한다는 소식을 미리 들어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장구와 북은 검역을 끝내고 내일 찾아가야 한다는 말에 공연단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를 공항에 남겨놓고 먼저 나가야만 했다. 요즘에는 검역기술이 발달하여 좀 나아졌지만 옛날에는 악기에 조그마한 구멍을 뚫어 결국은 악기를 쓸 수 없었다는 말을 들으니 철저함이 짐작이 간다. 섬나라로 외부세계와 고립되어 있다는 지리적인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환경보존과 생태계 지킴에 대한 뉴질랜드인들의 생각은 정말 각별하다. 어디를 가나 깨끗하고 맑은 물과 공기가 아름다운 산과 들과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넓은 땅에 적은 인구라는 것과 일차적으로 연관이 있겠으나 이들의 이런 각별한 생각도 차지하는 바가 크다.

3월 23일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축제는 시작되었다.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인 뉴질랜드는 막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하는 계절이지만 따가운 햇살은 여름과 다를 바 없었다. 한국외에도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9개국에서 12개팀이 각 민족 고유의 춤과 음악이 박수를 받았지만 우리의 사물놀이는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잘 알다시피 사물놀이는 우리 전통 농악을 현대의 감각에 맞게 새롭게 만든 것이다. 쇠와 가죽 소리의 어우러짐과 공명, 느리고 빠른 박자가 주는 고요와 강함, 그리고 무대나 관객의 반응에 따라 다양하게 변이되는 즉흥성 등이 민족과 문화적 배경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사물놀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상모돌리기와 같은 기교에 탄성이 나오다가 앉은반이 보여주는 소리의 강렬함에 사람들은 찬사를 보내었다. 모든 공연들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오클랜드 Elliott Street에서 한 공연이었다. 전형적인 유럽의 좁은 거리에서의 공연은 건물에 소리가 반사되어 앞소리, 뒷소리가 서로를 끌어 주고 밀어 주는듯이 만들어 거리는 음악의 바다였다. 내심 서양인들은 상모돌리기와 같은 시각적인 선반을 더 좋아할 것이라 여겼는데 앉은반의 소리가 그들을 사로잡았다.

Asia Festival은 2주에 걸쳐 진행되는 행사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말에는 뉴질랜드의 3대도시인 Auckland, Wellington, Christchurch에서 가장 큰 행사를 벌이고 주중에는 각 팀별로 다른 도시들을 찾아가며 공연을 하게끔 짜여졌다. 우리는 이 3개 도시외에 Napier/Hastings, Denedin을 찾았는데, 사물놀이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 있어서도 열기와 환호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Christchurch에서 공연은 현지 한인회의 궁중의상 퍼레이드 및 한국의상 패션쇼 그리고 한국음식 소개 등과 어우려져 맛을 더했다. 송파구와 자매도시로 이미 2-3번의 한국공연단이 방문한 바 있어 한인회의 지원과 준비는 아주 깔끔했다. 오클랜드에서는 한인 대학생들의 풍물패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처럼 각 지역 한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한국을 소개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뉴질랜드사회에 뿌리내리면서도 고국을 잊지않고 사는 해외 한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새삼 반가왔다.

Asia Festival의 목적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 바로 school workshop이었다. 초등학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workshop을 통해 어린이들은 각 나라의 음악을 듣고 기회를 가지는데, 수업시간에 먼저 이에 대한 개괄적인 공부를 하여 그 이해를 돕고 있다. workshop은 필자가 사물놀이를 설명하고, 20여분의 공연 그리고 학생들이 악기를 개별 악기를 직접 쳐보는 수순으로 진행되었다. 외국 음악 관람이 그 국가에 대한 공부로 이어지는 현장학습인 셈이다.

10일간 5개 도시에서 20여회의 공연. 공연자들에게는 아주 힘든 여정이었지만, 관객들의 호응에 피로를 잊고, 박수에 힘을 더하며 매 공연마다 최선을 다하였다. 아주 훌륭한 연주자들과 함께 하였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이에 더해 Asia Festival을 주관한 Asia 2000 재단 직원들 및 각 지역별 코디네이터들의 지원 그리고 대사관 및 한인회의 노력, 이 모든 이들의 정성이 담겨 하나 하나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

세계는 점차 좁아져 가며 한국 어디에서도 이제 외국인을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다른 민족의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언론에 가끔 보이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그들의 문화나 역사에 대한 우리의 무지나 무시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문화는 많이 볼수록, 많이 접할수록 분명 더 친숙해지고 잘 이해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아의 뉴질랜드"를 위해 개최되는 Asia Festival의 목적과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도 외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Festival을 통해 한국인들의 외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축제기간내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