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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일 교육자교류사업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몇 시간에 걸친 짧은 방한일 바로 다음 날인 10월 16일, 24명의 일본 중고교 사회과교육자들이 재단의 초청을 받아 보름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일본의 국제교류기금과 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한·일교육자교류사업의 일환이었다. 이에 앞서 24명의 한국대표단이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3일까지 일본에 다녀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공동개최 기념사업으로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교류사업은 양국 월드컵 개최지 10개 도시에서 선발된 교육자들이 참여하여, 서로의 편견을 배제하고 상대국에 대한 이해를 높혀 좀 더 균형잡힌 시각에서 학생들에게 지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추진되었다.

금년들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가뜩이나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양국 교사들의 방일, 방한 일정도 취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민간차원의 교류는 더욱 지속·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신념으로 사업을 추진, 그 결과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초청사업의 주요일정은 공동주최기관인 서울대 국제지역원에서 마련한 한국 관련 강의와 한국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었다. “바람직한 한·일관계”라는 제목의 김용덕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일본교사들은 여러가지 강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였을 뿐 아니라 지방답사 및 자유시간을 통해 한국을 보다 가깝게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보았다. 먼저 일본에 다녀온 한국측 교사들과 만나 대화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눠볼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유익했던 것으로 지적되었다.

한국과 일본. 국가의 깃발을 꽂고 대할 때는 좀처럼 역사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가깝고도 멀기만 한 나라’였으나, 개인과 개인이 만나 한 꺼풀 벗은 채 서로를 대하면서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빠른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일본교육자 초청연수 참가자 환영만찬장에서.

개인적인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서로 상대방을 탓하기보다는 자기반성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지 않겠냐는 어느 강사의 말이 떠오른다. 한 한국 교사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받은 호의에 보답하고 싶은 심정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일본에서 온 교사들을 위한 안내를 도맡아 주기도 하는 등 친절을 베풀었으며, 이 교사의 친절에 감동받은 일본교사들도 귀국하면 이러한 친절고리를 이어가겠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번 한국과 일본의 평범한 교사들의 상호 방문이 비록 세간의 주목을 그리 끌지는 못하였지만 이들의 상대국 바로 알리기 노력이 앞으로 자국내 교실을 통해 수천, 수만, 아니 수백만의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전달되어 양국의 미래지향적이고 건전한 관계정립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은 금년 한·일 교육자교류사업에 참가한 양국 교사의 소감문이다.


[내가 만난 친구 일본]



노성태 광주 국제고등학교 국사교사 (histonoh@hanmail.net)


일본에서의 15일은 꽤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15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일본의 교육 개혁과 일본근대화에 대한 강연, 도쿄박물관, 나라국립박물관, 동대사, 법륭사, 산쥬산겐도, 히로시마 평화공원, 홋카이도 돔구장, 홋카이도개척관, 개척마을, 교육청, 니시고등학교, 그리고 민박했던 요시미네 선생의 가족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모미지만쥬, 오꼬노미 야끼, 삿뽀로 라면과 맥주, 아사쿠사의 모찌 맛도 벌써 그리워진다. 그러나 가장 그리운 것은 내가 만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일본인 친구들이었다.

도쿄에서 아침 식사 후 기내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밥은 광주에서 먹었다. 일본은 우리 곁에 그렇게 가까이 있었다. 도쿄에서 서울까지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광주에서 대전까지 승용차로 걸리는 시간의 거리에 일본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늘 우리에게서 멀리 있었다. 마음 속에 있질 아니하고 늘 마음 밖에 있었다.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가 일본에서 본 교육의 문제점, 교육 개혁의 모습은 우리와 너무 닮아 있었다. 수 백년 수 천년, 서로 문화를 교류하면서 일본과 한국은 늘 가까이 살아가는 이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일본은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였다.

‘百聞이 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에서의 15일간은 나에겐 참으로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너무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들이었다. 내가 만난 일본인들은 누구도 군국주의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웃 나라를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금방 만나고 헤어지면 아쉬워서 눈물을 흘리는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만난 일본인은 건전한 상식을 지닌 다정다감한 친구일 뿐이었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교사들 (쿄토의 이조성에서).

이념의 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 지금 유럽은 이미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중국은 화교 문화권으로 뭉쳐 미국의 경제 질서에 맞서고 있다.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과 한국은 이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여야 한다.

21세기는 문화를 중심으로 한 지식 정보화시대다. 과거 문화 전파의 우월 의식에 더 이상 사로잡혀서도, 근대사의 아픔 속에 분노만 해서도 안 된다. 과거 문화의 우월 의식도, 근대사의 아픔도 거시적 안목에서 가슴 속에 묻어두어야 하겠다. 서로를 용서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친구가 되어야 한다. 정말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멋진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의 힘으로, 창의성 하나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한국과 일본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본 방문은 나에게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말 소중하고 귀중한 체험이었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국경이 없다. 내가 만난 일본에는 오직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친구만이 있었다. 나리타공항을 이륙하면서 난 나의 친구 일본과 정말 아쉬운 이별을 하고 있었다.



[한국, 가깝고 친근한 이웃]



시미즈 노리카즈 (Shimizu Norikazu) 사이타마현립 이루마고교 역사교사


이제까지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는 매우 가깝지만, 서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24명 대부분이 해외 여행 경험은 있지만 한국 방문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는 일본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경향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나 ‘해외여행으로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첫째로 손꼽는 일본인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일본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매력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있다는 것이, 한국을 ‘가깝고도 먼 나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데에는 우리 교육자들의 노력이 부족했음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해 일상적으로 가르쳐왔으나, 이번 연수 일정이 하루하루 지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일 관계에 대해 이제껏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이해가 너무 부족했다는 것을 통감할 수 있었다.

이번 연수에서 특히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김용덕 교수의 기조강연에서 일본을 국민적 안락주의라고 깎아 내리면서도 ‘평화선진국이라는 새로운 모델의 강국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해 준 것에 대해 느끼는 바가 컸다. 두 번째는 판문점 방문이다. 한국전쟁과 분단, 한반도와 한국이 처한 상황, 한·일관계, 북한의 생활 등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평화’에 대해 생각케 하는 매우 귀중한 체험이 되었다. 세 번째는 부여, 경주 등으로 떠난 지방답사이다. 특히, 경주에 남아있는 신라의 많은 문화유산을 보고 그 우수성에 대해 몇 번이나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