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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우편함] 학생들과 베트남 다낭에서

[KF 우편함]학생들과 베트남 다낭에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수업이 끝나면 항상 한국어 인사가 교실 가득 넘쳤다. 얼굴만큼 밝은 목소리의 다낭외국어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부 학생들. 활기찬 그 모습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어느새 오랜 기억이 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휴교와 등교를 반복하다 지난 5월 다시 시작된 비대면 수업에 학교 전체는 해가 저물도록 휑하게 비어 있다. 학생들로 채워지던 학교 풍경. 태양이 뜨거워 재킷 하나를 함께 머리에 펼쳐 이고 이인삼각 하듯 총총 정문을 나서는 여학생들. 복도 한 편 낡은 책상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모습들, 손에 든 반미(bánh mì, 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와 수다, 터지는 웃음소리. 본관과 강의동 사이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맨발의 춤 연습과 그 옆을 지나칠 때 들리던 케이팝. 어두운 저녁 본관 로비 형광 불빛 아래 파란 도복을 입고 보비남(Vovinam, 베트남 전통 무예)을 수련하던 학생들. 다시 기다려지는 일상의 장면들이다. 교내 가득 들어찬 오토바이와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미소도.

위아래로 가늘게 이어진 베트남 중부 한가운데, 동편으로 아름다운 해변을 길게 접하고 있는 다낭. 다낭국제공항에서 도심까지 차로 10분이 채 안 걸릴 만큼 아담하게 펼쳐진 휴양지. 그 한복판을 한강(Sông Hàn, 瀚江)이 위로 흘러 바다와 만난다. 다낭은 북부의 하노이나 남부의 호찌민에 비해 한국어 교육이 10년 이상 늦게 시작되었는데, 다낭외국어대학교가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중국-일본어학부’ 소속의 한국어과가 개설되었고, 2007년 ‘일본-한국-태국어학부’를 거쳐 2021년 10월 ‘한국언어문화학부’로 단일 개편되었다. KF의 객원교수 파견은 2016년부터 지원되고 있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다. 그렇지만 4학년 2학기에는 ‘졸업 실습’ 과목으로 8주간 베트남 내 한국 회사에서 통‧번역 업무를 수행해 낸다. 다낭에 처음 왔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하는 학생들도 있다. 낯선 곳에서 더 낯선 언어를 배우는 학생들. 고향과 엄마를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학생들과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는 큰 즐거움이다. 컴퓨터 앞에서 학생의 이름을 부르면 가끔 화면 너머 “꼬끼오!” 힘찬 닭 울음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기대했던 소리는 멀어지지만, 곧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온라인 수업이 이어진다. 고운 새소리. 고향집에서 휴대폰에 의지해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새삼 고맙다. 비와 태풍의 악천후에 인터넷 상태가 좌우되는 수업. “잘 들리세요?” 확인하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어렵지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교실처럼 가까운 느낌을 공유하려 노력한다. 이따금, 길을 걷다 “선생님!” 소리에 돌아보면 눈에 익은 학생이 환하게 수줍은 듯 서 있다. 치과에서 나오던 늉(Nhung), 미용실 안에 있던 레(Lê),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띠(Ty), 도로 위 오토바이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냔(Nhân). 우선, 너무 반갑다. 나를 불러주는 학생들이 놀랍기도 고맙기도 하다. 짧게 담소를 나누고 헤어질 때 “또 봐요!”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마음이 따뜻하고 든든해진다. 함께 교실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갈 날이 곧 오기 바란다. 하루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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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2021년 1월 13일.
학생들 오토바이로 가득 찬 학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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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2021년 4월 29일.
학생들이 돌아간 빈 교실. 올해 마지막 등교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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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2021년 8월 11일.
코로나19 방역으로 동네 곳곳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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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2021년 9월 13일.
외출 금지령으로 텅 빈 다낭 ‘용다리’.


베트남 다낭외국어대학교 박성수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