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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국민시인’, 정호승 시인

[인터뷰]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국민시인’,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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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0년 가까이 시를 써오셨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시를 쓰게 한 동력은 무엇인가요?

올해가 제가 한국문단에 등단한 지 50년 되는 해입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아, 시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시가 어머니처럼 나를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에 오직 감사할 따름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시를 사랑하기 때문에 시를 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시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시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시문학에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2. 작가님은 젊은 층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대의 사랑을 받는 ‘국민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는 인간을 이해하게 합니다. 인간이 이루는 인생의 비밀, 즉 사랑과 고통, 삶과 죽음의 비밀을 이해하게 합니다. 저는 시를 통해 인생의 비밀과 비의(秘義)를 독자들과 함께 이해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시의 역할 중에서 무엇보다 인간의 삶을 위로하고 위안하는 역할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폭넓은 세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3. 작가님의 시 수십 편이 노래로 만들어졌는데요, 특히 애착이 가는 노래 몇 곡만 꼽아주십시오.

시와 노래는 한 몸입니다. 시 속에 노래가 있고, 노래 속에 시가 있습니다. 저는 시를 쓸 때 멜로디를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작곡가들은 시 속에 들어 있는 멜로디를 발견해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 시가 노래로 작곡된 것은 약 70여 곡 정도 됩니다. 그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이동원의 ‘이별노래’, 안치환의 ‘풍경 달다’,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 양희은의 ‘수선화에게’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시집과 동화 등 다양한 작품을 번역해 해외에 출간해오셨는데요, 그 작품들을 통해 외국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다르지만 인간 삶의 본질은 같습니다. 번역된 작품을 통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작가님의 시는 외국어로 옮겼을 때 의미 손상이 가장 적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평이한 시어 사용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평이한 언어로 시를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시의 표현 도구는 언어입니다. 만일 한글이 없었다면 저는 시를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쉬운 우리말 즉 일상어로 시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관념어와 추상어보다 구체어에 관심을 갖습니다. 시는 혼자만 보는 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보고 읽는 문학 작품이기 때문에 소통의 보편성에 관심을 갖습니다.


6.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를 다수 써온 시인으로서,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서 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수자는 다수자의 힘에 침해받고 소외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는 다수자들로만 구성될 수 없으므로 당연히 소수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시도 그들의 삶을 보다 구체적으로 시의 그릇에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시는 본질적으로 다수보다는 소수,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위치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