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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콘텐츠] 한국 영화 열풍의 1막과 2막

한국 영화 열풍의 1막과 2막

이다혜 <씨네21> 기자

지금 미국에서 불고 있는 한국 영화 열풍은 2막으로 접어든 듯 보인다. 1막이 한국 영화로부터 시작됐다면, 2막은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의 한국 영화 열풍 1막의 시작은 한국 영화감독들이 미국에서 연출 기회를 잡은 것이다. 2013년에 박찬욱 감독은 미국에서 <스토커>를, 봉준호 감독은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한 미국 배우들과 송강호, 고아성을 캐스팅한 <설국열차>를 연출했고,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를 선보였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이 <올드 보이>(2003)로 미국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었던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2006년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주목받았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꾸준히 미국에 소개됐다. 한국 영화의 미국판 제작도 잇달았다. <시월애>는 2006년, <엽기적인 그녀>와 <거울속으로>는 2008년, <장화, 홍련>은 2009년 미국판이 선을 보였다. 2017년에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옥자>를, 2018년에 박찬욱 감독은 영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선보였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한국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데뷔한, 장르색 강한 영화들을 선보이며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주목받은 세 감독이 비슷한 시기에 미국 ‘진출’을 한 셈이다. 장르영화로 국내외에서 인정받으며 국제영화제(특히 칸국제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뒤 미국에서 제작하는 영화 연출. 그땐 이것이 이른바 한국 감독이 해외에 진출하는 과정이었다.


2016년에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7년부터 넷플릭스의 한국 시리즈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됐다. 한국 영상 콘텐츠(영화와 시리즈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에서의 영상물)의 전 세계적 유통이 본격화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넷플릭스라는 한국 영상 콘텐츠의 해외 유통망 확보,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코로나19라는 세 가지 큰 사건이 연관돼 있다.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 5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와 동시에 <기생충>은 전 세계에 배급됐는데, 미국 관객이 꺼리는 ‘자막 있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자 <기생충>의 제작사와 배급사는 이를 아카데미상 캠페인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이 전략이 주효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고, 4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수상에 성공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범유행 감염병으로 인정되고, 이때부터 극장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즉 극장영화가 화제성을 갖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기가 된 것이다. 막 세계로 뻗어가던 한국 영화가 주춤하던 차에 이번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시리즈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좋아하면 울리는>,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 아시아와 북미에서 각각 화제를 끄는데 성공하더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위축되자 감독과 제작자를 포함한 한국 영화 최고의 스태프들이 OTT 시리즈로 대거 이동한 결과이기도 했다.


한국 영화 열풍의 2막은 미국에서 제작된 한국 서사가 아닐까 한다. 2022년 5월 11일 <엄마>라는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했다. 영화의 원제가 ‘엄마’를 발음나는 대로 쓴 인 이 영화는 죽어서도 딸을 떠나지 않으려는 엄마의 영혼을 그린 호러 스릴러다.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인 아이리스 심이고, 주인공 아만다를 연기한 배우는 마찬가지로 한국계인 산드라 오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애프터 양> 역시 한국계 미국인인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H. 민 배우의 협업으로 주목받았다. 애플TV에서 제작, 릴리즈한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민진의 소설을 영화화하며 한국의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등의 배우가 출연했다. 한국의 창작자뿐 아니라 한국인의 역사와 삶이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마침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도, 마스크 착용도 종지부를 찍었다. 그 다음은 어떤 전개가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