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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일본에서는 대학생 100명 중에 1명이나 2명, 고등학생 1,000명 중에 1명 꼴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전체 4년제 대학교의 약 절반정도가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고등학교에서는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는 학교에서 영어 이외에 중국어, 프랑스어, 한국어, 독일어 등의 외국어 수업이 실시되고 있다.

일본 고등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육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은 1970년대 초에 서일본(西日本)고등학교에서 처음 시작되어, 80년대 후반부터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수업의 대부분은 선택과목이며 학생수가 정원에 못 미치거나 강사가 없어 개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첫 해에는 개강할 수 있어도 그 다음해에는 학교의 방침이 달라져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 고등학교의 일본어교육과 비교해 볼 때 그 학습 환경은 차이가 많다고 할 수밖에 없다.

왜 고등학교 시절에 배워야 하는가
일본의 고등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교육적인 의미는 자기 눈으로 자기 자신과 자기 주변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본인은 19세기 이전에는 중국, 19세기 후반부터는 유럽이나 미국을 좌표축으로 삼아 자신과 세계를 보아왔지만 이제는 자신의 눈으로 세계를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문화적으로 일본어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으며 어순이나 어휘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는 이웃나라의 말을 배움으로써 일본과 일본어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한국이나 북한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일본사회에 대한 보다 깊은 사고방식을 갖는 것, 한국어 학습은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고등학교 시절에 그것을 획득하는 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어 교사가 시작한 네트워크운동
1999년 8월에 결성된 일본 고등학교 한국어교육 네트워크1) 는 지금까지 3년간의 활동을 통해 고등학생을 위한 기본어휘집과 일본 내 첫 고등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과서 집필 등의 일을 해 왔다. 또한 한국어의 고등학교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교사가 적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대학교에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강좌를 개설토록 요구, 2001년 이를 실현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고등학생 초청 프로그램이나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한·일 교육자 교류사업」에 기획단계부터 참여하며 실현에 옮기는 데 기여해 왔다. 올해 8월에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실시된 「일본 고등학교 한국어 교사 연수 사업」에서는 모의수업 등을 통해 한국의 한국어 강사진에게 일본 고등학교에서의 한국어교육 현실에 대해 이해시킬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과목의 틀을 넘은 교사들의 활동
한국어 교사가 아니더라도, 종래 과목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과목에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 문화를 포함시키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 일본어 표현을 가르치는 시간에 일본어와 비교하면서 한국어를 소개하는 교사나, 서예 시간에 한글서예를 도입하는 교사뿐 아니라, 지리나 세계사 시간에 한국어를 짧게 가르치는 사회과 교사도 있다. 더 나아가 어떤 교사는 최신 한국영화에서 역사까지 한국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룬 영어수업용 부교재를 집필하기도 하였다. 수업에 한국어를 도입함으로써 일본어 시간은 세계의 많은 언어 중의 하나로 일본어를 다루는 시간이 되고, 서예시간도 외국어 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외국어 학습을 다양하게 전개함으로써 일본어가 보다 풍부해지는 셈이다.

과목의 틀을 넘나드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경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조금이라도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어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부나 중앙아시아, 북미 등 여러 지역에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언젠가 현재와는 국경의 의미가 달라진 세계를 만들어 나가 줄 것이라고 믿는다.


주1) 필자가 책임자로 있는 일본고등학교 한국어 교육 네트워크(Japan Association for Korean-language Education at High Schools : JAKEHS) 사무국은 고단샤 출판사 외 여러 기업들이 1987년 설립한 일본의 비영리 재단법인인 국제문화포럼(The Japan Forum) 내에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