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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박물관 125주년 기념 한국미술전

2002년 필라델피아 박물관은 창립 125주년을 맞이하였다.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박물관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 박물관은 신석기시대의 중국 도자기부터 Jasper Johns의 2002년 회화까지 40만 점에 이르는 다방면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우리 박물관의 특징 중 하나는 인도, 중국, 일본, 유럽과 아메리카 등지의 건축재료로 꾸민 특색있는 전시실들로, 이들 중에는 중국학자의 서재나 일본 찻집풍의 방도 있다. 필라델피아 박물관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된 미국 내 최초의 세계박람회인 1876년의 필라델피아 100주년 전시회의 결과로 설립되었다. 박물관에 첫 입고된 아시아 예술품들도 이 100주년 전시회 당시 구입한 것이었고 이 중에는 한국도자기 3점도 포함되어 있다.

Korean Heritage Group
필라델피아 박물관은 125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박물관의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증되었거나 구입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이 전시회는 2002년 12월 8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새로 입고된 중요한 미술품 중엔 Stephen McCormick 대령의 기증품인 신라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의 다양한 한국 도자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또 다른 수집가는 선사(禪師)의 영정을 포함한 여러 점의 그림과 서예작품을 기증했다. 주요 구입 품목 중 하나인 10폭짜리 책거리는 본 박물관의 Korean Heritage Group의 도움을 받아 구입할 수 있었다. Korean Heritage Group은 1997년에 학술연구, 전시회, 한국미술품 구입 등을 지원하고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또한, 필라델피아 박물관은 이성미 교수, 김리나 교수, 김홍남 교수를 포함한 한국의 저명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자문위원회로부터 지속적인 조언과 격려도 받고 있어 박물관 운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한국문화행사의 달
Korean Heritage Group은 금년에 설립 5주년을 맞아 10월에 여러 가지 한국문화 행사를 열었는데, 그 중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로 있는 David Kim이 출연한 콘서트와 세종솔로이스츠의 콘서트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해강도자박물관의 최건 학예연구실장을 초빙하여 두 번의 강연도 가졌다. 최 실장의 필라델피아 방문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작년에 주최한 「해외박물관 큐레이터워크숍」에 필자가 참가하여 얻어낸 직접적인 결실로 작년에 동 워크숍에서 최건 실장의 강의를 들은 후, 필자가 필라델피아로 초청하였던 것이다. 최 실장은 또 다른 워크숍 참가자였던 영국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의 동양미술 수석 큐레이터 Rose Kerr 박사의 초청도 받아 런던에 있는 The Oriental Ceramics Society에서도 강의를 하였다.

「한국의 미술」 전시회
필라델피아 박물관 개관 125주년을 기념하여 12월 8일까지 열리는 한국미술 특별전이 밖에도, 새로 들여온 한국의 미술품을 위한 보다 큰 규모의 전시회가 박물관 내 두 개의 아시아 유물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의 이름은 「한국의 미술(The Arts of Korea)」로 박물관의 영구 소장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품 중에는 한때 미국 금융가인 J.P. Morgan이 소유했던 걸작품인 12세기 청자매병을 비롯 유약을 칠하지 않은 청화백자용문호 네 개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10폭 짜리 노안도(蘆雁圖)가 그려진 병풍과 20세기 초 화가 김진우의 작품인 대죽 벽걸이 족자 한 쌍이 전시되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박물관의 홈페이지(www.philamuseum.org)를 참조하기 바라며, 관심있는 많은 한국인과 유럽, 미국인들이 이 전시회와 박물관 125주년 기념행사에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번 행사는 필자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제4차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9월 2일~12일)에 참가한 후 귀국하자마자 열리는 등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금년 워크숍의 주제는 불교 예술이었으며, 특히 워크숍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었고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국 불교미술의 정수를 체험한 워크숍
제4차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 참가자들이 김구석 남산연구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경주 남산 옥룡암 사면석불을 살펴보고 있다.큐레이터와 미술사가에게 있어 미술작품은 연구활동의 일차적인 자료인데, 해외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은 참가자들에게 이와 같은 불교미술 연구의 일차적인 자료들을 불교미술이 전래된 국가에서, 그것도 대부분 절이나 산 속 등 원래 그대로의 배경 속에 있는 모습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주었다.

슬라이드나 책 속의 사진이 아닌, 경외감을 자아내는 실제 조각이나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의 역동적인 모습 또는 우아하게 동을 도금한 성해함(聖骸函) 등 원본 그림과 예술품들은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게 해주었다. 바로 이러한 아름다운 미술품을 통해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불교세계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 학자들이 상세히 안내를 해주어 불교회화와 조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새롭게 해주었으며, 특히 몇몇 미술품과 경험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석굴암에서 저녁 무렵 피어오르던 옅은 안개, 고려시대 승려들이 입었던 옷의 금화 장식, 부석사의 치밀하게 계산된 공간 구성이 준 시각적 체험, 또는 신라시대 순례자의 고행을 직접 체험하게 했던 경주 남산 등정 등은 필자와 다른 행사참가자들이 함께 나눈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한국문화 소개를 위한 자료수집의 기회
2주 동안 우리 박물관에는 없는 미술 진품들을 보고 배우고 또 비교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직원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이번 워크숍은 특히 한국미술에 대한 수 백 장의 슬라이드와 사진을 마련할 기회가 되어 귀국 후 학생들과 일반 관람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또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접하지 못했을 여러 종류의 카탈로그와 논문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 박물관의 해외 소장품 중 미확인 상태였던 여러 미술품에 대해 한국학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유럽과 미국지역 큐레이터간에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도 되었다.

동료들과 나는 한국을 다시 방문하여 불교경전과 미술품 등을 좀더 세밀히 관찰할 계획이다. 강연자들 중 박지선 박사는 미술품은 과거의 문화로부터 온 메시지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박지선 박사를 비롯한 훌륭한 강사에게 배운 것을 가지고 돌아가 한국불교의 아름다움과 역사, 그리고 그에 대한 문화적 메시지를 전파할 행복한 책임을 성심껏 수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