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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에 뿌리내린 역동적인 사회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몇 살입니까?’ ‘결혼하셨어요?’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 특히 마지막의 ‘몇 살이세요?’와 ‘결혼하셨어요?’는 인도네시아 사람에겐 당혹스럽고, 더욱이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때는 무례한 질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자기 소개를 할 때 이름과 사는 곳 정도만 이야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질문 공세
한국에서는 나이에 대해 묻는 것이 보통이고 또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는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언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일본어처럼 경어체계가 있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말투는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인은 손윗사람과 기혼자를 존대하며 그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처음에 나는 한국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와 같은 배경을 알고 나서는 질문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이를 물어보는 것은 새로 알게 된 사람을 어떻게 적절하게 대해야 할지 가늠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한국인은 무척 친절하고 상냥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과 친해지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기 위해선 때로는 세세하고 개인적이기까지한 예측 불가능한 질문 세례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한국 사람의 호기심은 상대방이 발가벗겨지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또 한국 사람은 인도네시아 사람에 비해 외향적이기 때문에 내향적인 인도네시아 사람은 마치 심문당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사적인 질문에 불쾌해 하거나 화난 태도로 대답하기도 한다.

한번은 마산 시내에 쇼핑을 나갔었는데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마 내가 이슬람 여자들이 착용하는 얼굴만 내놓는 ‘질밥(jilbab)’을 쓰고 있어서 이상하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나에게 망설임없이 다가와서는 그게 뭔지, 왜 쓰고 있는지, 덥지 않은지 등등 끊임없이 질문을 해댔다. 나는 일일이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그냥”이라고 해버렸다. 그러나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사람들이 나를 심문하는 게 아니라 단지 더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열심히 일하며 여가생활 즐겨
한국 사람은 열심히 일하고 어떤 문제에 봉착해서도 신속하게 행동한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잘 미루지 않는데, 한국이 처한 불리한 자연조건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지형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자연환경이 오히려 국민을 강인하고 성실하며 잘 훈련된 근로자로 만들어 놓았다.

한국 사람은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뭐든지 ‘빨리빨리’ 하지만, 균형있는 삶의 중요성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매일 열심히 일하고 나서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간다. 보통 공원이나 각종 오락시설을 찾으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저렴하고 재미있으며 건강에도 좋은 운동 중의 하나가 바로 등산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산행을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걷는다. 산에서 한국인들은 직장에서의 피로와 지루함에서 벗어난 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한국 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술 문화
술자리를 갖는 것 역시, 한국인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음주는 한국인의 생활양식의 일부로, 나쁜 습관이라든가 금기가 아니다. 한국인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성공을 자축하기를 좋아하며, 이것은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있다.

술을 마시면서 의견을 더 활발히 나누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술자리는 인간관계를 맺거나 우정을 다지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에게는 공부하고 일하고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할 시간이 있으며, 이것이 한국인의 생활방식인 것이다.

한국인을 존경하는 두가지 이유
한국인들은 시간을 나누어 잘 활용할 뿐만 아니라 사랑도 나누어서 베푸는 것 같다. 꽃 사랑, 학교 사랑, 나무 사랑, 문화재 사랑, 나라 사랑 등등. 사랑은 이러한 구호에서 시작해서, 점점 한국인의 생활문화에 침투하는 외래문화에 대항하여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나라와 전통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사랑은 책임감과 애국심을 가진 국민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꽃 사랑’은 꽃을 가꾸고 사랑하자는 것이고, ‘나라 사랑’은 애국심을 고취하는데, 즉 자연 환경과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것이다.

유교문화의 계승과 ‘잘’
몇몇 한국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나는 한국사회가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유교는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충(忠), 효(孝), 선(善), 애(愛), 자기 수양 등의 유교 사상은 한국사회에도 깊이 뿌리박고 있다. 나는 한국이 고도 산업국가를 지향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전통 문화를 보존하려는 점에서 이 나라를 존경한다.

한국인을 존경하게 된 또 한가지 이유는 ‘잘’이라는 말에 있다. 대화 중에 이 말이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자주 사용되는데, ‘잘 하세요’‘잘 공부해요’‘잘 가세요’‘잘 먹어요’ 등 많은 말이 ‘잘’로 시작한다. 나는 이 말 속에 함축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지 잘 하라는 기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일단 마음먹은 일은 잘 해내는데, 이것이 한국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한국인은 그 어떤 국민과도 구별되는 민족이다. 한국 여행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 특히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 해 준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