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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콘텐츠] 일본에서 대히트한 한국 학습만화의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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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대히트한 한국 학습만화의 성공 비결

강윤화(일요신문 해외정보 작가)

 

한류 바람이 거센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한류가 있으니 바로 K-학습만화다. 대표적인 것이 과학 상식을 다룬 ‘살아남기 시리즈(일본 제목 서바이벌 시리즈)’로, 일본에서 2008년 발행된 이후 무려 1,300만 부가 팔려나갔다. 최근에는 ‘놓지 마 과학! 시리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만화 왕국 일본에서 한국 학습만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학습만화 ‘살아남기 시리즈’는 일본 아사히신문출판이 2008년 번역해 발행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팔린 것은 아니었다. 초판은 8,000부를 찍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2011년에는 50만 부, 2012년에는 100만 부를 돌파했다. 일본 서점 어딜 가든 가장 좋은 자리에 놓였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누적 판매 부수는 1,300만 부 이상이다. 그야말로 메가 히트작이다. 인기에 힘입어 2020년과 2021년에는 일본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출판 담당자에 따르면 “신규 아동서가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일본 서점은 아동서 매장이 한정적인 데다, 실적 좋은 대형 출판사들이 자리를 독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학습만화가 서점에서 가장 좋은 선반을 차지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만화이면서도 일본의 ‘아침독서 운동’ 추천서로 꼽힌 바 있다. 2017년에는 초등학교 추천서 중 가장 많이 읽힌 책 2위에 올랐다. 독자의 주 연령층은 초3, 초4로 일본 출판사 쇼가쿠칸이 발행하는 인기 아동만화 ‘코로코로 코믹’과 겹친다. 둘 다 주인공이 어수룩하지만, 할 때는 하는 타입으로 익살스러움이 넘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나 위인물의 학습만화와 달리 주인공이 어린이라는 점, 어른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개척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일본의 경우 만화 강국이기는 하지만, 학습만화 시리즈는 역사를 다룬 책이 주를 이룬다. 그마저도 지식 전달에 주력한다. 반면 ‘살아남기 시리즈’는 과학 상식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낸다. 아이들을 설레게 하는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고, 스토리도 탄탄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여러 번 읽다 보면 해설이 머리에 쏙쏙 박힌다. 아이는 학습만화에서 본 지식에 대해 떠들지도 모른다. 그러면 부모는 “잘 알고 있네!”라며 놀라고, 아이는 기뻐서 점점 열중한다. 인공지능(AI), 대기오염, 원자력 등 그때그때 뉴스에서 화제가 되는 주제를 신작으로 풀어낸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서바이벌 시리즈’는 느닷없이 돌연변이로 한국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 한국 서점을 방문해 보면 다양한 학습만화가 즐비하다. ‘16배속 공부법’의 저자이자, 일명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모토야마 가쓰히로는 한국이 학습만화에 강한 이유를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한국에서는 과학 이외에도 한자와 세계사 등 여러 분야의 학습만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높은 교육열에 부응하기 위해 학습만화가 성장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학습만화가 청년, 어른도 읽는 교양 만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러한 흐름이 존재했다. 일례로 학습만화계의 전설이자, 교양만화의 선구자인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있다. 독일 유학길에 오른 저자가 자신의 유럽 체험을 그린 이 작품은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소년한국일보에 연재됐고, 1987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누적 판매 1,70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서바이벌 시리즈’와 같은 ‘올 컬러+만화+해설’ 형태의 학습만화가 확립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바이벌 시리즈’ 외에도 일본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린 과학 학습만화 ‘와이(Why?) 시리즈’ 역시 한국발이다. 여기에 한국의 인기 웹툰 ‘놓지 마! 정신줄’의 작가들이 만든 학습만화 ‘놓지 마 과학 시리즈’가 2021년 일본에서 발행돼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학습만화에 대해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을 만큼 정보의 밀도가 짙고, 최근 주목도가 높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계열의 주제도 많아서 국적을 불문하고 인기”라고 전한다. 특히 “한국의 과학 학습만화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재미있게 과학을 접하기 좋다”면서 “이러한 장점이 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동만화 시장은 전 세계에 존재한다. 여기에 ‘어른의 독서’에도 부응하는 재미와 지식을 겸비한 양질의 작품이라는 점이 한국 학습만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일 것이다.

 

※ 본 기사는 전문가 필진이 작성한 글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