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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사랑한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위대한 유산

일본 민예 운동의 창시자이자 한국 도자기에 깊은 애정을 지닌 야나기 무네요시. 그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일본 민예관에서 야나기 무네요시 사후 50년을 기리며 지난 4월 1일부터 오는 6월 27일까지 조선 도자기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 문화와 한국 도자기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자리로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 열도에 봄의 열기를 한창 달군 사쿠라가 피고 진 뒤 본격적인 나들이 철로 접어들면서 일본의 박물관, 미술관 등을 비롯한 문화 예술 공간에서는 앞 다투어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쿄 코마바에 위치한 일본 민예관에서 개최하는 조선 도자기 전시회는 한국 도자기에 대한 심오한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하는 자리로 도자기 애호가는 물론 일반인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 민예관과 야나기 무네요시
일본 민예관은 일본 민예 운동의 창시자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가 주축이 되어 1936년 설립한 곳으로 도자기, 염직물 칠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17,000여 점의 생활 공예품을 소장하고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1916년 27세의 나이에 조선을 처음 여행하면서 조선의 예술, 특히 도예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생전에 “조선은 위대한 미를 낳은 나라이고 위대한 미를 간직한 민중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 민예관은 이와 같은 야나기의 뜻을 받들어 전시 공간 중 일부를 조선의 생활 공예품을 소개하는 상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 항아리의 아름다움과 석굴암 조각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한국 미의 실용적 아름다움을 이론적으로 밝힌 학자였다. 또한 일본에서 민중의 삶이 담긴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민예 운동을 이끈 실천가였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의 미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론되는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한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이 일본 관람객들에게 전달되고 있음이 느껴지는 소중한 기회였다. <조선 도자기-야나기 무네요시 사후 50년 기념전>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일본 민예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도자기 약 270점을 소개한다. 그동안 일본 민예관이 자랑해온 조선 도자기 컬렉션의 보물전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일본 민예관은 약 600점의 조선 도자기를 수장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창설자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심미안에 의해 선별되어 수집된 들이다. 청자를 비롯한 고려시대의 도자기도 소수 포함되어 있지만 17세기 말부터 19세기 후반의 조선시대 도자기가 대부분이다. 양적, 질적인 면에서 일본 내에서 조선 도자기가 내뿜는 아름다운 멋을 확인할 수 있는 굴지의 예술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예술품의 진가를 일본에 알린 야나기 무네요시
일본 내 ‘이조 도자기’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조선시대 도자기의 진가를 일본에 널리 퍼뜨린 것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큰 공적이라고 할 수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 특유의 조형미에 착안했으며 또한 미의 창조 주체로서 민족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조선 도자기 전시회를 통해 그러한 가치를 널리 세상에 알림과 동시에 그 아름다움에 촉발되어 조선 예술에 관한 수많은 논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아름다운 도자기에 대한 애정이 그것을 만들어낸 나라와 민족에게로 옮겨간 것은 그에 있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야나기는 그것을 만들어낸 조선 사람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경애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당시 일본 정부에 의한 조선과 조선 민족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괴로워했으며 과오를 범하는 시대의 흐름에 저항하듯 펜으로 용감히 싸웠다.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되는 조선 도자기는 야나기가 각별히 사랑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 도자기들과의 만남은 야나기의 젊은 시절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큰 계기가 되었으며, 나중에 민예 운동의 기초가 된 그의 논문들과도 연계되었다. 일본의 근대 예술 분야에 공헌해온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인이 명확히 보지 못했던 가장 조선다운 조선의 미술과 전통 공예에 눈뜨고 매료되었으며, 일본인으로서 조선의 도자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사랑했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 예술품의 진가를 널리 소개하여 인정받게 한 것도 그의 업적임에 틀림없다.
이번 전시회 타이틀이 말해주듯 올해는 야나기 무네요시 사후 50년이 된다. 그러나 야나기가 정열을 쏟은 조선 도자기와 조선 사람들에 대한 경애를, 결코 과거의 일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전시회가 일본 내 한국 도자기의 가치와 예술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또한 새로운 한일 간 우호의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전람회 기간 중에는 기획 이벤트로 민예관소장 한국 도자기에 대한 강연회가 4월 24일 개최되며, 또한 5월 10일 저녁에는 한국의 전통 음악을 소개하는 가야금 연주회가 일본 민예관에서 열린다. 이와 별도로 6월 9일부터 19일까지는 한국문화원 신청사 오픈 1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원 1층 갤러리에서 일본 민예관 창설자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사진 앨범, 자필 원고 및 출판물, 그가 수집한 조선시대 공예품 일부가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