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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식과 감성으로 진일보한 예술적 문화교류

2010년 12월 21일, 모스크바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2년여에 걸친 대대적인 개•보수공사를 마치고 ‘한국의 미술과 문화’로 명명된 한국 상설전시관을 재개관하였다.
1918년 설립된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미술품들을 수집•연구하고 대중화에 앞장서 온 러시아 유일의 박물관이자 러시아에서 가장 귀중한 국가 문화유산의 하나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양국의 생산적 협력관계와 상호 이해관계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남다른 모스크바 국립동양예술박관의 한국전시관 모습을 살펴본다.



한국적 색채와 이미지, 고유의 장식문양을 엄선한 전시실 내부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의 한국 미술품과 공예품의 수집은 사실상 박물관의 설립과 함께 시작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약 600여 점의 한국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이번에 재개관한 한국관은 이제껏 한번도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들을 포함하여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 소장된 한국유물 중 최고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상설 전시관으로서는 최초로 상트페테르부르
(쿤스트카메라)에 소재한 러시아 표트르대제 박물관에서 대여해 온 한국유물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대여해 온 작품들 중에는 벼루탁자, 붓 스탠드, 장대 대나무 피리, 담배 곽, 여성용 빗 상자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한국: 미학적 이상과 전통생활방식’을 주제로 한 주요 전시부문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상설전시관에는 총 15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있다.
전시실의 디자인은 독특한 민족적 색채를 지닌 한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번 개•보수 프로젝트의 담당자들은 전시실과 진열장을 디자인함에 있어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색상을 선택하고 한국 전통건축물의 특징인 격자세공을 시공하였으며, 전시실의 천장 디자인과 진열장 내부의 실내장식 등에 한국의 고유한 장식문양을 엄선하여 사용하였다. 다양한 미술품과 공예품으로 구성된 한국관의 전시물들은 여러 시대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한국 문화발전의 획기적인 사건과 대대로 전해 내려온 한국의 미의식과 감성의 중요한 특징들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말 유물을 주축으로 한 한국소장품들
한국관의 전시는 삼국시대 (기원전 1C 중엽~기원후 7C 말)의 수막새와 같은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의 초기 한국소장품들로 시작된다. 다양한 양각문양으로 장식된 이 도예품들은 고구려 (기원전 37년~ 기원후 668년) 도공들의 뛰어난 솜씨와 장인정신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남아있지 않은 당시 건축물들의 섬세한 장식성을 엿볼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7C 말~10C 초)의 금동여래입상은 한반도에 널리 퍼진 불교의 영향아래 발전되고 성숙된 한국의 고전조각의 전형적인 예이다. 절묘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고려(10C 초~14C 말) 청자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중요 전시품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고려청자는 연화형 잔과 잔탁 (12C), 음각장식 주자 (12C 말~13C 초), 그리고 분청매병 (12C 초) 등을 들 수 있다. 이 유물들은 한때 북한에 의해 조세프 스탈린에 선물로 바쳐지기도 했었다.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의 한국소장품은 조선시대 말의 유물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19세기말 조선의 풍속화가인 김준근의 화첩을 보면 조선시대의 다양한 직업과, 전국놀이 및 행사, 춤, 음악공연 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으며 한국인들의 옛 생활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전시관 재개관의 의미
가구, 의류, 개인 장식구, 칠기 제품, 금속 공예품 등의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한국의 중요 공예품들 뿐 아니라 한민족의 정신적 정서적 경험들이 생생히 반영된 한국의 전통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전시는 전통한옥에서 남녀의 생활공간이 분명하게 분리되듯 남녀 부문으로 나뉘어져 가족 내의 엄격한 위계질서와 유교적 교리에 충실했던 조선사회에서 남녀의 권리와 의무가 어떻게 배분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실 한 켠에는 특별히 준비된 슬라이드 쇼가 상영되고 있어 전시회의 시각적인 면모를 더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역사, 문화, 전통의식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의 폭을 넓혀 좀 더 의미 있고 깊이 있는 관람을 가능케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의 한국관 개•보수공사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재단은 박물관측에 한국 전문가들의 상담과 도움을 제공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재정 박사를 모스크바로 파견하여 한국관의 개념적 틀을 마련하도록 하였으며 박물관은 그녀의 여러 조언과 건설적 제안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12월 21일 열린 개관식에는 이윤호 주러시아대사와 A. Sedov 박물관장을 비롯한 러시아 문화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울" 전통음악단의 한국음악 연주회가 열려 격조높은 한국의 멋을 보여 주었다. 박물관 측에서는 재개관을 기념해 삽화가 곁들여진 한국유물 안내책자를 발간하였다.
한국-러시아 수교 20주년에 맞추어 이루어진 국립동양예술박물관의 한국 상설전시관의 재개관은 의미 있고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양국의 생산적 협력관계를 잘 보여주는 일례로, 러시아에 한국문화를 효과적으로 홍보함과 동시에 양국 국민들간의 우정과 상호 이해를 더욱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