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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개성 존중, 디자인 발전시켜 나가자”

일본 311 대지진으로 엄숙해진 대담장
지난 3월 12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2층에서는 ‘전문가 특별 대담 한-일 디자인 토크’가 개최되었다. 이번 대담은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개최한 《和:일본 현대 디자인과 조화의 정신》 전시의 마지막 순서로 기획된 것으로 출연자는 한국과 일본 양국 디자인계의 거두인 안상수 교수와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였다. 잘 알려진 바처럼 안상수 교수는 타이포그라피를 기반으로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리는 작업을 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이고, 함께 토크를 하게 된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는 이번 《和: 일본 현대 디자인과 조화의 정신》을 기획한 큐레이터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인 이론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토요일 오후 2시. 오늘 의미있는 대담을 함께할 관객들이 하나 둘 입장하는 가운데, 이른 시간부터 자리에 나와 대담을 준비하던 안상수 교수와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를 비롯한 관람객들에게는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양국 디자인계에 두 거장이 만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대담회 전날 뜻하지 않게 일어난 일본 대지진 참사로 인한 안타까운 마음이 대담장에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사회를 맡은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대담을 시작하기 전 두 교수와 오늘 자리를 함께 한 관객들에게 일본지진 대참사에 대한 묵념을 함께하기를 제안했으며,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는 일본의 아픔을 함께 해준 한국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현대의 국제적이고 양적인 디자인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어
많은 관객들의 참여로 늦어진 대담은 이렇게 어렵사리 본래의 취지인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대담의 첫 순서로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는 영상과 함께 현대 디자인의 흐름과 일본 디자인의 변천사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20세기의 디자인의 특징은 바로 ‘국제주의와 모던주의’.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는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디자인도 대량생산, 대량 소비에 발 맞춰 전세계적으로 어느 나라, 어느 누구에게나 성립되는 디자인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은 일본에서조차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으로 작용하여, 일본의 자랑이던 장인주의, 지역주의도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대량, 개량을 표방한 생산과 디자인은 결국에는 평등이나 빈곤 등을 해결하지 못했고 현대에 들어와서 일본에서는 다시금 작은 공장에서 예술가와 기술자들이 함께하는 디자인작업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안상수 교수는 “큰 것(상징적인 표현으로)에 대한 가치가 곧 재앙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공유했기 때문에 작은 것(상징적인 것)대한 욕구가 일어나고, 작은 것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일깨움이 생긴 것이 아니겠냐”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그러면서 안상수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일본의 제품디자인에는 ‘물건에 대해 느끼는 애틋한 마음’이 표현되어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고, 사회자인 김경균 교수도 “일본이 외래의 것을 받아들여 일본화 시키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인상적으로 느끼고 있음을 고백했다.

한국와 일본 디자인이 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대담이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일본 디자인과 한국의 디자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안상수 교수는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정말 가까운 나라이지만 일본은 한자어를 변조해서 일본어를 만들었고, 우리 나라는 독창적인 한글을 만들어 냈듯이 그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이야기 했으며,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는 한국의 전통 디자인에서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스러움, 일그러져있으면서도 편안함을 주는, 신경질 적이지 않고 여유를 주는, 과잉장식이 없는 디자인”을 무척 좋아한다며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오늘의 주제인 和(WA)에 대해서 안상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의 和라면 어울림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도 和(WA)란 어느 하나가 하나를 지배하지도 않고, 경쟁을 유도하지도 않고, 또 부조화도 껴앉을 수 있는 지고한 정신인 것 같다”며 일본 디자인의 특성을 높이 평가했다.
두 교수는 끝으로 일본과 한국은 많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갖고 있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만큼 서로의 것을 존중하면서 더 좋은 디자인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관람객들은 대담이 끝난 후에 두 대담자에게 디자인과 문화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들을 하며, 대담의 열기를 달아오르게 했고, 두 대담자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며 “양국 디자인계의 대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담은 무엇보다 양국의 대표격으로 참석한 두 교수가 존중하는 ‘한국과 일본 문화의 和’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으며, 또한 두 교수의 해박한 지식으로 인해 두 나라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양국의 전통문화와 문학 등에 대한 이야기도 풍부하게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