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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잇는 굳건한 가교를 세우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굳건한 가교를 세우다
주한 영국문화원장 마틴 프라이어 인터뷰

공공외교 전문가이자 2013년부터 한영 문화교류를 이끌어 온 마틴 프라이어 주한영국문화원장은 대다수의 공공외교가 그렇듯 한영 공공외교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하 KF)과 영국문화원 양측 모두 이러한 관점을 지향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학교 결연이나 젊은 학자들을 위한 장학금 수여와 같이, 장래가 촉망되는 개인의 미래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영국적 가치의 세계 확산
1934년 설립된 영국문화원은 1940년 칙허장에 의해 공식 인가를 받았으며, 영국과 세계 각국 사람들 사이의 문화교류를 촉진하고 서로 다른 문화의 이해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라이어 원장은 높은 실업률과 사회적 불안으로 세계 곳곳에서 파시즘을 비롯한 위험한 이데올로기가 창궐하던 경제대공황의 시기에 영국문화원이 설립되었다는 점을 짚었다. “우리는 이데올로기에 쉽게 휩쓸리기 쉬운 나라들에 영국적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설립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후폭풍 속에서 영국 정부는 문화야말로 영국과 전후 세계 사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리란 사실을 빠르게 깨달았다. “당시 사람들은 ‘소프트파워’란 말도, ‘공공외교’란 말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후 시기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 간 관계의 일부로서 문화, 교육, 영어 확산 등을 향한 노력이 현대 영국, 포스트식민주의 시대의 영국, 그리고 세계 각국 사이에 가교를 놓는 역할을 하리란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 영국문화원의 활동 지역은 100여 개국에 달했으며, 오늘날에는 110개국에서 예술가와 작가를 비롯한 문화계 인사들의 교류를 촉진하고 영국 유학을 주선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에 있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대로 영어 교육도 제공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가교를 세우다
주한영국문화원의 공공외교 사업은 문화, 교육 분야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주 활동은 영어 교육과 한국의 영어교사 연수로, 현재 서울에 5개의 어학원을 두고 4천여 명의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다. 프라이어 원장은 영국문화원 어학센터가 언어 교육 및 언어 평가 분야에서 리더 역할을 하며,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목표를 높이 잡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문화원은 또한 폭넓은 예술교류 진흥에 힘쓰고 있으며, 특히 공연예술과 문학 교류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문학 분야의 역량 구축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프라이어 원장의 말이다. 영국문화원은 또한 영국적 가치(특히 현대작품)를 공유하는 한편, 한영 양국 예술인들 간의 협업을 위한 소통을 장려한다. 문학 교류는 특히 활발하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2014년 런던도서전 당시, 주한영국문화원은 한국 문학번역원과 공동으로 유명 한국 작가들과 영국 독자들이 함께 하는 답사, 강연,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동시에 영국 작가와 편집자들도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문학계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영국 독자들이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언어, 교육, 예술 교류 활성화
영국의 주요 공공외교 기관 중 하나로서, 영국문화원은 KF 등 다른 유사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 활동 중 하나가 ‘스타트업: 한•영 창조•사회적 기업 네트워크’인데, 이는 주한영국문화원과 KF, 그리고 영국의 비영리기관으로 스타트업의 창의성과 혁신성 함양에 주력하는 크리에이티브 잉글랜드가 협력한 프로그램이다.
2014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간 영국에서 10명, 한국에서 8명의 참가자가 각각 한국과 영국을 방문하여 여러 차례의 회의와 교류, 워크숍을 가졌다. 그 결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는데, 한국과 영국 스타트업들 간의 개발도상국 관련 소규모 협업 프로젝트들이 그 예다. 영국 스타트업들은 공정무역 등의 분야에서 아프리카 소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영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한국의 유사 기관과 연계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개도국의 능력배양활동 발전을 위해 KF와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프라이어 원장의 말이다.

새로운 관점의 제공
프라이어 원장은 영국문화원과 KF가 일명 ‘사고 리더십(thought leadership)’ 하에서 협력할 수 있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영국문화원은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오래된 조직이고 KF는 이보다 훨씬 젊지만, 두 조직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며, 특히 해외개발원조 수여국들을 대상으로 한 분야에서 공통 목표를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라이어 원장은 공공외교가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필요한 제도와 교육 체계를 수립하는 데 이바지한다고 설명하며, 세계시민 개념의 중요성 또한 강조했다.

한국의 공공외교는 KF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같은 기관들이 영국문화원, 프랑스문화원, 독일문화원 등 오래된 서양 공공외교 기관들과는 다른 신선한 관점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프라이어 원장은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 국가보다는 같은 아시아에 속한 한국과 문화적으로 좀 더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에 한국의 색다른 접근이 의미 깊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문제를 놓고 다국간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 차원의 우호관계 수립
프라이어 원장은 공공외교는 정치, 군사 등 국제 관계의 비정한 측면을 벗어나 폭넓은 범위의 대중을 대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하며, “공공외교는 국가의 다양하고 온화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공공외교는 단기적 문제의 해결보다는 장기적인 인적 교류 및 관계 구축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간 정치적 관계가 불편할 때에도 지속될 수 있다. 프라이어 원장은 전형적인 예로 냉전을 들었다. 냉전 시기 영국 문화원은 동구권 전 국가에서 활동했다. 여러 가지로 상당한 제약이 있었지만 영국문화원은 개개인이 영국을 “그 모습 그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철의 장막이 무너진 이후 아주 빠르게 연결고리들이 생겨날 수 있었다.

공공외교를 향한 한국의 노력은 한국 정부의 국제관계에 큰 악영향을 끼쳤던 한국전쟁 시절 이래 크게 발전했다. 프라이어 원장은 그간 한국 정부와 각 기관들이 한국이 보다 국제적인 관점을 갖출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해 왔기에 오늘날 한국의 공공외교노력이 높이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전후 가장 시급했던 일은 산업을 통한 국가 재건이었지만, 지난 20년 동안 문화 및 교육 교류를 통한 이웃국가들과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이어졌고, 이후 이웃을 넘어 세계로 그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프라이어 원장은 한국의 공공외교가 보다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이미지로 발돋움하려면 디자인, 패션, 건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미술 및 디자인을 추종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 등 더 많은 계층에 호소력이 있기 위해서는 한국에 현대적인 얼굴을 덧입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문학, 진지한 주제의 TV 드라마, 건축, 패션과 디자인은 한국이 전통예술 및 공예와 더불어 세계에 내놓을 만한 분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