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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국민음료, 떼 보똘

아세안 라이프
인도네시아의 국민음료, 떼 보똘
 

글: 김예겸 (부산외대 동남아창의융합학부 교수)

 
 
< 사진 1 > 에스 떼
 

 

무더위로 지친 외국인들이 인도네시아의 식당에 앉아 냉차(Es Teh)를 주문하고 나서는 가져온 냉차를 보고 종종 놀라곤 한다. 냉차에 꽂혀져 있는 기다란 차 숟가락 과 냉차 컵 아래에 깔려있는 굵은 입자의 설탕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설탕으로 채워져 있는 이 달달한 냉차는 인도네시아인들이 선호하는 차의 맛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에스 떼(Es Teh)’라고 불리는 냉차는 재스민(Jasmin) 차(사진1)를 의미한다. 가는 입자가 아닌 굵은 입자의 설탕을 사용하기 때문에 꽂혀 있는 차 숟가락을 힘차게 저어줘야 설탕이 녹는다. ‘에스 떼’는 인도네시아의 모든 식당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무더위에 지친 피로를 당분이 많이 함유된 차를 통해 활력을 보충한다.

 

   ‘에스 떼’를 시키면 무조건 설탕이나 시럽이 포함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만약 단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에스 떼 따와르(Es Teh Tawar)’를 주문하면 된다. 따와르(Tawar)는 ‘아무 맛도 없는, 밍밍한’ 이라는 뜻이다. 물론 뜨거운 차인 ‘떼 빠나스(Teh Panas)’도 주문할 수 있다. 여기에도 설탕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 사진 2 > 떼 보똘 소스로
출처: Indonesia' s famous teh botol / Hairi / CC BY 2.0
 

 

    이처럼 인도네시아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달달한 재스민 차를 가공음료로도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떼 보똘(Teh Botol, 병에 담은 차)’이다. “미국인들이 코카콜라에 중독되어 있듯이 인도네시아인들은 ‘떼 보똘’에 중독되어 있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만큼 인도네시아인들은 떼 보똘을 사랑한다. 아무리 작은 시골이나 작은 상점이라 할지라도 떼 보똘은 항상 구비되어 있다. 떼 보똘의 정식 명칭은 ‘떼 보똘 소스로(Teh Botol Sosro)’이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보통 ‘떼 보똘’ 또는 ‘떼 소스로(사진2)’로 부른다. 떼 보똘은 인도네시아인들의 국민음료로 전통음료시장을 석권한 음료 분야의 절대 강자이다. 떼 보똘을 개발한 토종기업 소스로(Sosro)사는 1970년대에 인도네시아인들이 즐겨 마시는 재스민 차를 병에 담아 판매한 회사로, 차를 병 형태로 내놓은 것은 인도네시아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초이다. 

 

   1995년 야심차게 인도네시아 음료 시장에 문을 두드렸던 코카콜라도 이 ‘소스로’사의 떼 보똘 판매량을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프레스티(Frestea)’라는 브랜드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했던 코카콜라는 물론 ‘떼끼따(Tekita)’라는 브랜드를 내세운 펩시(Pepsi)도 ‘떼 보똘’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따라서 ‘떼 보똘’의 성공은 토종 브랜드가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외국계 브랜드를 이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떼 보똘 소스로’는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줄곧 정상을 달려왔으며, ‘떼 보똘’을 개발한 ‘소스로’사는 인도네시아 전체 무탄산음료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이 음식을 먹을 때 차나 커피와 함께 마신다는 것을 간파했던 ‘소스로’사는 떼 보똘의 브랜드 마케팅 슬로건으로 ‘당신이 무엇을 먹던, 떼 소스로를 마신다’라는 문구를 내걸었고 이것이 인도네시아인의 음식문화 습성과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현재의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떼 보똘’이 탄생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건조된 형태의 차를 판매했던 ‘소스로’사는 자카르타에서 상품 홍보 차 시음회를 실시할 계획이었는데 문제는 차 물을 끓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시음을 기다리는 손님들의 불평이 우려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에서 차를 미리 끊인 다음 큰 냄비에 담아 트럭에 실어 시음회 장소로 보냈는데, 길이 좋지 않아 도중에 차를 모두 엎지르고 말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이후 전화위복이 되어주었는데, ‘소스로’사는 끓인 차를 병에 담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결국 병에 담긴 차는 고객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고 초기의 병 형태의 ‘떼 보똘’은 오늘날 다양한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 아세안문화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