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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한식의 세계화를 앞당길 것입니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한식의 경쟁력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음식 비평가이자 호텔 레스토랑 서비스 컨설팅 회사 HRS그룹의 사장이기도 한 알프레도 엔리케 에체베리아(Alfredo Enrique Echeverria)씨의 이번 방한은 중미 지역에서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상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처음으로 방문을 하게 되어 한국국제교류재단에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과 다양한 시장, 전통 음식점 등을 둘러보았고, 전반적으로 요리뿐만 아니라 모든 면이 굉장히 발전된 국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된 곳이며 사람들이 친절하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텔 요식업 경영 컨설팅 회사 CEO인 동시에 음식비평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훌륭한 음식과 레스토랑을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1992년 HRS그룹을 설립한 이래 호텔 및 레스토랑 등 서비스 산업의 경영과 컨설팅을 7천여건 이상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음식뿐만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 항상 전문가의 눈으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제게 몇 가지 중요한 원칙들이 있는데, 이 원칙을 기준으로 음식과 레스토랑의 평가를 내립니다. 물론 그 원칙이란 특별하거나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원칙입니다. 음식이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조리됐는지, 재료의 질과 맛은 어떤지 그리고 식당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서비스가 그 나라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등이 그것입니다.

세계적인 기준이 있겠지만 나라와 문화에 따라 좋은 음식과 레스토랑의 기준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사회와 나라마다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음식의 양과 영양, 맛, 재료의 원산지와 질 등이 불변하는 기준이라면, 해당 음식의 레시피라든지 요리 기법과 문화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문화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김치라는 음식을 평가하자면 한국만의 기준이 따로 있어야겠지요. 이 김치가 얼마나 전통적인 방법과 절차에 따라 만들어졌는지, 또는 저 같은 손님을 위해 얼마나 변형을 가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입니다. 단순히 제 입맛과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훌륭하지 못한 음식이라고 할 순 없고, 그러한 맛을 내게 된 방법과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음식을 먹는 이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음식에 대해 늘 물어보고 늘 궁금해하며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요.

여러 강연을 통해 음식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와도 중요한 연관이 있다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역사와 문화는 음식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음식 역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간단히 말해 음식 없이 사람이 살아갈 수 없지 않겠습니까? 좋은 음식이 없는 곳에서는 사회의 성장도, 지식과 능력의 발전도 이룰 수 없습니다. 또한 역사와 문화의 흐름이 음식에도 반영됩니다. 짧은 기간의 한정된 경험임에도 저는 숙성과 발효 과정을 거친 음식이 많은 한국의 식탁에서 섬세하고 전통을 중히 여기는 따뜻한 한국인의 특징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가장 마음에 드는 한국 음식이 무엇입니까? 또한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음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많은 외국인들이 같은 평가를 내릴 것으로 생각하는데, 저 역시 불고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도토리묵과 삼계탕, 김치 역시 훌륭했습니다. 사람에 따라 기호가 달라 꼭 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음식들은 대체로 중남미에서도 환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에 해파리 같이 식감이 흐늘거리는 음식은 인기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각 나라와 문화권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맛이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코스타리카 사람들이특별히선호하는 미각은 어떤 것인가요?
전반적으로 바삭하고 깔끔한 느낌의 음식과 구운 요리를 좋아합니다. 복잡한 향과 맛을 지닌 음식보다는 채소에 살짝 소스를 가미한 것처럼 단순하면서 재료의 맛을 살린 음식이 인기가 많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은 ‘카사도’라는 것인데, 이 음식은 다양한 재료를 모아 한꺼번에 먹는 한국의 비빔밥과도 조금 비슷합 니다. 갈비탕처럼 국물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조리한 ‘오야르 카르네’라는 음식도 대중적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코스타리카와 한국 사람들이 상대방의 음식을 받아들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코스타리카에서는 15년쯤 전부터 요리의 개혁이 일어났습니다. 그 시기부터 코스타리카의 관광 산업이 크게 발전했는데, 매년 전 세계에서 2백만 명 가까운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다양한 음식 문화도 함께 들어왔습니다. 따라서 요즘의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통해 들어온 다양한 맛과 느낌을 폭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요리에 관한 한 상당히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한식의 세계화가 화두입니다. 한식이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보완할 점과 강조해야 할 부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세계화라는 말로 묶어서 표현하지만, 사실 한식이 진출하려는 모든 국가에 맞춰 세심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코스 타리카를 비롯해 세계 주요 나라에는 이미 동양 식당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코스타리카에서도 중국 음식은 이미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일식의 인기도 높습니다. 이런 점은 한식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움이 될 수도, 반대로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한식에 생소한 외국인에게 보다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메뉴판에 반드시 사진을 싣고, 해당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 등을 충분히 알 수 있게 설명을 해놓아야 합니다. 일본의 스시가 그런 방법으로 외국인에게 더욱 쉽게 다가갔던 것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김치를 그냥 ‘발효 배추’로 설명하지 말고, 어떤 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지역의 제조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아울러 한국 음식의 장점, 특히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머지않아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