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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2010년은 한국과 미국 모두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가 있는 해다. 미국 정치계에서 신뢰도 높은 매체로 인정받고 있는 <쿡 리포트>의 발행인이자 저명한 정치평론가인 찰리 쿡(Charles E. Cook, Jr.) 씨가 방한해, 한국과 미국의 정치 현황에 대한 노련한 분석과 유익한 조언을 제공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처음 방문한 한국의 인상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아시아에는 여러 번 와보았지만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인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미국인처럼 저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무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러한 방문을 통해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교류가 진행 될수록 관광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더 깊은 교류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오랫동안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숨겨진 보물’로 여겨져 왔지만,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감안할 때 이 나라가 숨겨져 있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음을 느꼈습니다.

한국에서 특히 관심 있게 본 분야가 무엇이었습니까?
직업상 한국이 당면한 국제 정치적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에 와보고 나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상황에 비해 한국인들이 놀랍도록 평온하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보시다시피 서울 거리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화롭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현 상황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최근의 이슈를 분명이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런 상황들이 자신들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미국인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미국인들 역시 9.11 테러에 침착하게 반응했고, 이후의 혼란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는데요.
그렇긴 하지만 한국인들이 느낄 만한 위기감과 당시 미국인들이 느낀 위기감에는 차이가 있다 고 생각합니다. 수도 서울에서 100킬로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군사적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9.11 테러의 주범들은 워싱턴에서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지요. 그러한 거리의 차이를 감안하면, 한국인들의 침착한 대응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쿡 리포트>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쿡 리포트>는 1984에 창간된 뉴스레터로, 처음에는 인쇄 매체였으나 지금은 온라인 매체입니다. 미국 국내 정치를 분석하는 역할. 특히 미국상원과 하원의 선거와 관련한 이슈에 주력하고 있으며, 국내 정치의 트렌드 분석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의 특징은 비록 선거 후보자들이 정당 소속이긴 하나 각각의 선거 캠페인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각 지역의 후보와 정치 관련자들에게는 양 당이 내세우는 큰 틀의 방향과 별개로 각 지역별 상황에 맞는 정보와 분석이 필요한데, <쿡 리포트>가 바로 그런 것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지방 선거를 치른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올해 말 중간 선거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2006년 이후 민주당은 공화당으로부터 의회의 주도권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중간 선거 이후에도 민주당은 상원에서 근소한 우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원의 경우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화당은 민주당으로부터 39석을 가져와야 하원의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는데, 이번 중간 선거는 오바마 행정부의 집권 절반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중간 선거의 결과에 따라 미 행정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군요.
물론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 의석 사수에 실패한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남은 2년간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에서 공화당에 주도권을 넘겨주는것이 오히려 2년 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 하원이 모두 민주당의 주도하에 있을 경우, 국민들이 싫어하는 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전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의회의 한쪽을 공화당이 주도할 경우에는 그 책임도 나누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사건 등으로 인해 현재 한국의 정치권은 격랑 속에 있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현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한국 국민들은 세대에 따라 정치 의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세대의 유권자들은 국가의 안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안보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젊은 유권자들은 같은 이슈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입니다. 물론 북한의 도발을 모두 용서하자는 뜻은 아닐 겁니다. 다만 그런 도발을 늘 시도해왔던 북한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젊은 세대들은 현재의 경기 회복 상황이나 경제적 풍요로움을 희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입니다. 이러한 세대 간 의식의 차이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러한 차이 때문에 현재 정치권의 올바른 대응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남북한 모두 상대방의 의도를 넘겨짚거나 상대방의 행동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천천히, 그리고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저명한 정치 매체의 발행인으로서, 정치와 선거를 보도하는 미디어가 지녀야 할 올바른 자세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언론이 어느 한쪽의 시각과 의견만을 반영해 보도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하며, 한 사안에 대해 양측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공정하게 반영해야 합니다. 미디어가 생각하는 결론을 향해 대중을 유도해선 안 되며, 오로지 유권자들이 스스로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객관적인 보도만을 해야 합니다. 밸런스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