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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와 한국은 서로 공유할 경험과 배울 점이 많은 사이입니다”

체코의 주요 국제 문제에 관한 정책적 조언 및 연구와 자문을 맡고 있는 체코 국제관계연구소의 페트르 둘락(Petr Drulák) 소장이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둘락 소장은 민주화의 경험과 강대국 사이에서의 외교 전략 등 유사점과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두 나라가 서로 더 깊이 알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입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얻은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국 사회의 현대적인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경이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는 얘기만 듣고는 실감하지 못했던 부분이지요. 방문 기간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체험했고, 스님에서부터 국가적 싱크 탱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면담도 진행했습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가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특히 한국의 외교 및 국제 관계를 담당하고 있는 인사들과 면담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체코 국제관계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체코 공화국의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연구 기관입니다. 체코 외교부와도 긴밀히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책 수립 및 학술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의제 설정과 활동을 독립적으로 하고 있고, 관련 정기 간행물도 발행하며, 국제 관계에 관한 폭넓은 자료를 보유한 수준 높은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 통합과 국제 안보 및 체코 주변 중부 유럽지역의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만 중동, 동아시아, 미국, 아프리카 등 지역별 연구 역시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위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럽이 통합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항상 불거지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한쪽에선 더 깊고 넓은 통합을 추구하고, 다른 쪽에선 가능한 한 국가별 주권과 영향력을 보존하려 합니다. 유럽 통합과 관련한 논의의 핵심은 이러한 상반된 두 힘 사이에서 어떻게 프레임을 짜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바깥에서 볼 때 유럽 통합에 어려움이 많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지요. 통합이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쉬운 방법이란 것이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에, 유럽의 통합 논의에 참여하는 모든 세력과 국가들의 양보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유럽연합 국가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입니까?
가장 큰 이슈는 리스본 조약과 관련한 것입니다. 유럽연합 참여국 간 ‘게임의 룰’을 바꾸는 리스본 조약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스본 조약 발효로 유럽연합의 국제 관계를 관장하는 기구 및 외교 책임자를 두게 된 점 역시 앞으로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두 번째 이슈는 경제 위기에 관한 것입니다. 유럽 전역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유럽 내부에서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존재합니다. 각국이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더 부양해야 한다는 쪽과,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긴축을 해야 한다는 쪽 사이에서 어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느냐가 큰 관심사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의 팽창과 관련한 이슈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연합의 확대가 불러온 중부 및 남부 유럽의 긍정적인 변화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한 팽창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 서로 간에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올해로 한-체코 수교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20년을 맞이하며 양국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특히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할 때, 한국과 체코의 관계 수립과 교류에 관한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한국이 체코에서 네 번째로 큰 투자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같은 유럽에 있는 프랑스나 영국 등은 한국보다 한참 뒤질 정도입니다. 이렇게 양국은 이미 경제 분야에서 깊은 유대를 맺고 있지만 정작 양국 국민들이 상대방 국가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입니다. 따라서 수교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부터는 좀 더 많은 인적 교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으로선 국제 관계 전략의 수립에 대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역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야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체코 등 중부 유럽 국가 역시 한국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쪽의 러시아와 서쪽의 독일이라는 두 거인 국가들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이지요. 한국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받아왔고 일본으로부터 고통스러운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점 역시, 독일로부터 오랫동안 영향을 받아왔고 러시아로부터 침략을 당한 체코와 비슷합니다. 이런 위치에서 전략이란 가능한 한 많은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이들 국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그런 부분에 대해 적절하고도 유효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체코 역시 국민들의 손으로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를 잘 가꾸고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또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의 민주주의의 역사는 아직 짧지만 국민들이 스스로의 요구와 힘으로 쟁취했다는 자랑스러운 역사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1980년, 체코에서는 그보다 2년 뒤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민주화를 외쳤지요. 그렇게 얻어낸 민주주의가 여러 난관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입니다. 무언가를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민주주의를 더욱 꽃피울 수 있게 해주는 미디어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