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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지역 한국어 교육자들의 의미 있는 만남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AATK(American Association of Teachers of Korean) 연례 워크숍 및 학술대회가 세인트 루이스의 워싱턴대학교에서 열렸다. 북미의 대학 및 초•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모임인 AATK 회원들은 적극적인 참여로 행사를 알차게
진행했다.



필자가 2008년 워싱턴대학교에 임용되었을 때 들었던 소식들 중 하나가 우리 대학에서 2년 후 AATK 연례 학술대회를 주관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새로운 소식이니 2년 후의 학술대회가 이렇게 빨리 닥쳐오게 될 것이라고 실감하지 못했는데, 막상 학회 날짜가 도래하자 각지에서 방문하실 같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동료 선생님들을 만날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이 글은 2010년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개최된 AATK 연례 워크숍 및 학술대회의 보고문이니만큼 먼저 행사 장소인 우리 대학교와 행사 진행 경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북미 지역 한국어 교육 발전을 위한 열띤 토론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에 자리 잡은 워싱턴대학교는 1853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시인 T.S. 엘리엇의 조부 윌리엄 그린리프 엘리엇(William Greenleaf Eliot)이 설립한 사립대학교이다. 대학교를 설립하면서 본인의 이름을 붙이기를 꺼려했다는 엘리엇 목사는 마침 학교 설립 인가가 나는 날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화합과 독립을 상징하는 인물 워싱턴의 생일과 일치하는 것에 착안하여 학교의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학부생은 6,000명 정도이며, 의과대학과 사회사업 대학원(Brown School of Social Work)이 특히 유명한데, 최근 학부생 중 한국 학생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학 쪽으로 살펴보자면, 1991년에 한국어 과정이 개설되어 현재 초급부터 5단계의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5년여가량 한국 종교, 역사, 문학 분야를 망라한 박사후 연구자들을 거쳐 2008년 필자가 부임하면서 한국학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내실 있고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담당자인 김미정 선생님의 열의와 로버트 헤겔(Robert Hegel) 선생님을 위시한 학과 내외의 관심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을 이 지면을 통해 밝히고 싶다.
AATK(회장 인디애나대학교 이효상 교수)는 1994년에 창립되었고 현재 회원은 90여 개의 학교 4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제15회 모임은 ‘한국어 교육의 개념 재정립: 유치원에서 대학 후까지 교육 과정 개발의 청사진(Reconceptualizing Korean Teaching: Blueprints for Program Development from K to 16 and beyond)’이라는 주제 아래 개최되었다. 100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30여 명의 개인 발표 외에도 여러 단체 발표를 통해 한국어 교육에 대해 다방면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그 중에서도 올해는 한국어의 표준화 문제, 시청각 자료와 컴퓨터 및 인터넷을 이용한 언어 교육, 문화를 통한 언어 교육 그리고 한국계 학생들의 한국어 습득 등에 대한 발표들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주제들은 스탠퍼드대학교 엘리자베스 번하르트(Elizabeth Bernhardt) 박사의 강연 ‘표준화, 장점과 한계(Standard Setting as a Facilitating and Frustrating Process)’, 위스콘신대학교 메디슨 캠퍼스 준코 모리(Junko Mori) 박사의 강연 ‘누구의 언어, 문화, 공동체인가?: 어느 언어 교사의 비판적 성찰(Whose Language? Whose Culture? Whose Communities?: Some Critical Reflections of a Language Teacher)’에서도 다시 한번 강조되었다. 또한 국제한국어교육학회(IAKLE) 회장이신 경희대학교 김정섭 교수님의 한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발표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두 가지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같은 직종 종사자 및 연구자들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한국어 교육의 중요 학술 단체로 자리매김한 AATK
학회 모임은 같은 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1년에 한 번씩 머리를 맞대고 함께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생산적이지만, 반가운 얼굴들과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음식과 환경을 접해본다는 점에서도 나름의 의의와 재미가 있다. 세인트 루이스는 서부 개척의 교두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도시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는 뉴욕 다음으로 큰 도시였으며, 역사가 숨 쉬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울창한 가로수들이 안정감 있고 조용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참가자 중에 이곳 주민들이 친절한 것에 감탄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살고 있는 필자 역시 여유롭고 친절한 세인트 루이스 주민들에게 지금도 감동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한국 인구가 한국인 커뮤니티를 형성할 정도로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점심과 간식으로 김밥, 비빔밥, 한국식 빵, 팥시루떡 등을 열심히 마련했고, 음식이 훌륭했다고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1년여를 고민하며 정한 메뉴였던 만큼,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동안의 우려가 씻기는 듯하여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는 뒷 이야기도 살짝 곁들여본다.
2011년에는 예일대학교에서, 그리고 2012년에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AATK 연례 학술대회는 계속될 예정이다. AATK가 북미 안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학술 및 한국어 교수법 연구 단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앞으로도 균형 있는 한국어 교육, 한국학 발전에 재단의 노력과 기여가 계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북미의 한국어 교사와 연구자들이 그에 부응하는 좋은 성과를 거두어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