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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남긴 한일청소년교류 네트웍포럼

이제까지 한일관계 하면 으레 일본은 가해자, 한국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강조하고 단순히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범지구적 문제에 관심을 두자는 시각과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1997년
5월, 일본 오사카에서 제1차 한일청소년교류 네트웍포럼이 개최된 이후 2년 6개월여 만에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과 강원도 평창에서 제2차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1997년 1월 일본 벳푸에서 개최된 당시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양국간 청소년교류확대방안으로 실현된 것이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한일청소년교류 관련 포럼 또는 세미나와 크게 다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1997년과 1999년, 1차와 2차로 포럼이 완전히 끝난 지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문의를 받았던 것 중의 하나가 “네트웍포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에 대해 논의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당초 ‘네트웍포럼’ 개최 구상은 일본 정부의 아이디어였다. 이곳 저곳 산재된 각종 청소년 관련 정보를 네트웍을 구축하여 양국 청소년 관련 단체들 간의 정보 교환 및 효율적 교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양국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논의한다는 것이 포럼의 취지였다. 그러나 양국 간의 사전 기술적 검토 및 협의를 통한 물밑작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다음에 포럼이 개최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특히 우리측의 충분한 검토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1997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포럼 개최가 공식 발표되었다. 그러나 포럼을 통하여 좋은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체는 누가 될 것이며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방안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럼을 개최하다 보니 당초의 취지가 무색해 진 것이 아닌가 싶다. “행사 토론 결과에 대한 보장 대책이 마련되어 있느냐,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의견을 발표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일부 참가자의 이유 있는 항변은 충분히 공감되는 점이었다.

이번 포럼에서 새삼 절실하게 느낀 것은 국내 지역단위의 국제교류 활동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포럼 참가자는 3개 분과(대학생, 고교교사, 비영리단체/NPO)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특히 일본측 NPO 분과 참가자들을 보니 우리 나라 지역단위의 국제교류에 대한 인식과 현실이 어떠한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측은 홋카이도에서부터 큐슈에 이르는 전 지역에서 저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교류사업을 펼치고 있는 민간단체가 참여하였다. 물론 지자체가 부활한 지 10여 년이 겨우 지난 한국과 역사적으로 일찍부터 지방분권제가 싹터 현재처럼 안정된 지방자치제 밑에 각종 국제교류협회 등을 설립하여 국제 교류를 하고 있는 일본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동등한 처지에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내 지방의 경우 대표적인 민간단체라 하더라도 국제교류업무나 청소년교류업무를 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보니 비영리 민간단체 중 국제교류활동이나 청소년업무를 담당하는 단체를 전국에서 고루 참가시키고자 하는 당초 계획은 완전히 빗나가고 결국 대부분 서울 지역의 민간단체 위주로 참가자 인선이 되고 말았다.
행사진행요원으로서 각 분과토의에 직접 참여하여 일본 참가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은 못 되었으나 간헐적인 대화를 통해서 각 지역별로 국제교류업무에 많은 노하우를 쌓아가며 지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일본 참가자들이 부러워 보였다. 간혹 언론을 통해 국내 지자체 주관의 국제행사가 국내용에 불과했다느니 졸속이었다든지 하는 비판도 결국 지자체의 국제교류 경험이 부족하고 중앙기관과의 국제교류 정보에 대한 네트워킹이 되어 있지 않아 서로의 경험과 정보의 교환이나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까닭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향후 한일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는 게 나름대로의 수확이었다. 이제까지 한일관계, 한일문제 하면 으레 단골 메뉴로 나오는 것이 역사문제 해결 또는 과거청산이었으며, 이를 두고 일본은 가해자, 한국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포럼에서는 과거문제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강조하고 단순히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범지구적 문제에 관심을 두자는 양측 참가자들의 한층 성숙한 시각과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올바른 역사 인식의 토대에서 한일관계를 설정하되, 언제까지나 과거의 족쇄에 이끌려 가지 말고 이제는 좀더 시야를 멀리 두자는 인식이 어느새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새 천년의 양국 간 교류방향에 대하여 참가자 대부분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비록 양국의 상황이 다르지만, 앞으로는 정부 및 관 주도의 역할보다는 민간단체 위주로 지역단위의 교류활동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보편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위한 현실적 실천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한일청소년교류 네트웍포럼은 이렇게 1, 2차를 끝으로 종료되어 20세기 그 숱한 한일 간의 만남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겠지만, 새 천년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양국 청소년 및 청소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한일관계와 효율적 양국 청소년 교류방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었다는 그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