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캐나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ROM 한국전시실에 대한 캐나다 내 언론기관, 관람객, 박물관 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매우 긍정적으로 ‘가장 기품 있는 갤러리’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제 앞으로는 소장품의 질적·양적인 성장을 이루며, 장차 끊임없이 교체·발전되어야 할 한국 미술 전시 및 행사를 북미 사회에 펼쳐야 한다.

지난 십 년 간 10여 곳의 상설 한국전시실이 구미 지역 박물관에 개설되었으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앞으로 2년 이내에 네 곳이 더 신설될 것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구미 주요 박물관 대부분이 한국전시실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짧은 시일 내에 이룬 실로 엄청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시실이 설치된 박물관들의 명성이나 수효만으로는 아직 그 성과를 가늠할 수 없다. 내용이 문제이다. 박물관마다 다르긴 하지만, 구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품의 양과 질은 제한되어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박물관은 아직 한국 미술 전문 학예연구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 학예연구원에 의한 체계적인 수집·연구·전시 활동의 연륜이 백 년을 넘었으며, 안목과 재력을 겸비한 후원가와 폭넓게 형성되어 있는 애호가층이 많은 중국이나 일본 미술 전시실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중국·일본 전시실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그들과 한국전시실들을 비교하려는 것은 무리한 시도이다.
한국 미술뿐 아니라 한국 역사와 문화 전반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적고, 그나마도 잘못 알려지거나 부정적으로 인식된 사실이 많은 구미 지역의 경우,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한국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긴요하다. 박물관마다 철학이 다르겠지만, 훌륭한 작품을 많이 소장하였다고 꼭 좋은 전시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시의 기획과 전시실의 설계 또한 전시물 못지않게 중요하다.
1999년 9월 11일 개관한 토론토 소재 왕립온타리오박물관(이하 ROM)의 한국전시실 ‘한국·한국의 문화·한국인의 예술’은 상기한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ROM 한국전시실의 기획은 ROM의 철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ROM은 ‘인류 문화와 자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경이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것을 사명으로 하며, ‘연구 조사로 발견한 사실과 매혹적인 수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를 북돋우는, 그리고 참신한 전시를 통하여 대중과 나눈다’는 것을 박물관의 이상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ROM 한국전시실은 25개의 전시장 및 각종 부대 설치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700여 점의 소장품 중에서 선별한 것들과 현지 수장자들이 대여한 작품 등 모두 379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 면적은 2300평방 피트로, 현재 구미 한국전시실들 중 최대 규모이다. 전시실 기획과 시설에 소요된 총 경비는 미화 50만여 달러로 재단에서 그 대부분을 지원하였다.

전시실은 ROM 소장품과 한국 문화사의 큰 흐름, 특징 및 중요한 성과 등을 고려하여 몇 가지 주제로 나누어 구성했다. 즉 자연환경(금수강산), 한국문화사 개관(자생성과 유구한 역사), 여성 문화(의식주 문화), 남성 문화(제도권, 양반 문화), 학문의 숭상(한글과 고인쇄술), 조형 예술(회화, 도자기), 종교와 철학(무속, 불교, 유교) 등이다. 흔히 사용되는 조각, 회화, 공예 등으로 나누는 분류법이나 시대별 구성법을 지양하여,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관람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편성 있는 주제를 선택하였고 동시에 이해의 틀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
중요한 전시물로는 회령에서 출토된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석기 다수, 통일신라시대의 금동여래입상과 금동사리함, 고려시대 청동투조향합을 비롯하여, 김창협 등 17∼18세기 노론계 주요 학자와 정치가들을 망라하고 있는 「간찰집」, 갑인자 활자, 조선조 말 「백동자도 8곡 병풍」 등이 있다. G. Harris 여사와 H.H. Levy 씨의 질 높고 다양한 기증품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물 중에는 삼국시대로부터 전 시대에 걸친 도자기가 가장 많다.

전시실에는 김익영을 비롯하여 현대 도예작가 8인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며, 6개월마다 교체해야 하는 회화전시장에도 고서화와 더불어 서세옥 등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현대미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현 고고미술 수장품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미 화석화한 과거 사실이 아닌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문화로 소개하고자 하였다.
ROM 한국전시실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객의 흥미를 돋우고 이해에 효과적인 첨단 전시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우선 전시실 전체 분위기를 한국 문화에 부합되는 ‘무대 효과’를 내도록 설계하였다. 세부적으로는 ‘한국 자연의 모습’, ‘역사 인물 소개’, ‘고인쇄술의 발달’ 등과 같은 소주제를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여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 사랑방 형태인 비원의 연경당 모형이 전시되어 있고, 관람객에게 한글을 직접 종이에 써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그 밖에 공원이 내다보이는 작은 공간에 한국의 정자 개념에 근거한 휴식 시설과 소규모 행사 시설을 갖추었다. 이 방에는 ROM에서 발행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 소개서 겸 도록인 「Korea : A Timeless Beauty」 및 화보 등의 책자를 비치하여 관람객들이 휴식하면서 독서를 즐기고 전통 국악을 감상하도록 하였다.

ROM은 주 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받고는 있으나 독립된 공립박물관으로 1914년 개관하였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한 지붕 아래 있는 독특한 박물관이다. 110만 점의 고고미술품을 포함한 총 6백만 점 이상의 수장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중국 고고미술품과 광물표본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정규직 350여 명을 비롯하여 260여 명의 계약직 및 비상임직과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현재 45개의 전시실이 있으며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약 72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캐나다 최대의 박물관이다.

ROM 한국전시실에 대한 캐나다 내 언론기관, 관람객, 박물관 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매우 긍정적으로 ‘가장 기품 있는 갤러리’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토론토 대학과 인근 대학들에서 박물관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한국전시실의 색다른 기획과 설계에 주목하여 많은 질의를 해오고 있다. 전시실 개관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래, 캐나다와 미국 여러 곳에서 전시실과 한국 미술에 대한 문의와 함께 미술품 기증 제의도 들어오고 있다. ROM 한국전시실의 설립은 토론토 동포 단체인 한국예술진흥협회가 1984년 처음 제안하여 추진하였으며, 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ROM 기획팀에서 2년 간 준비하여 개관을 하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소장품의 질적·양적인 성장을 이루며, 장차 끊임없이 교체·발전되어야 할 한국 미술 전시 및 행사를 북미 사회에 널리 펼치는 일이다. 이를 위한 상임 한국 미술 전문 학예연구원의 확보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현지 동포사회, 한국의 정책운영자 및 문화 관계자들의 숙고가 요청된다.